시청역 부근의 두 사람. 오늘의 목적지는 시청역 4번 출구입니다.
출발이 같았던 두 사람의 도착시간이 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출발지에서 시청역 4번 출구까지는 겨우 500M. 6분이 채 걸리지 않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한 사람은 무려 30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을 찾아 이동을 해야 했기에, 두 다리로는 6분이 걸리는 곳이 휠체어로는 30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이동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승강기 등 장애인의 이동을 위한 기본적인 편의시설조차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외부 활동 시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으로 인해 불편을 느낀 장애인이 54.9%.
이 통계를 반증하는 다른 통계들이 있습니다. 2013 보건복지부 및 국토교통부의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공중시설 내 장애인 매개시설(휠체어 출입을 위한 경사로, 장애인전용주차장 등 건물 내‧외부를 오가기 위한 시설)의 적정 설치율은 62.5%, 장애인 화장실 등 위생시설의 설치율은 38.3%, 점자블록 등의 안내시설은 36.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높은 문턱의 식당, "밥을 먹을 수 없어요"
우리나라의 장애추정인구는 약 273만 명입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우리는 거리에서 장애인들을 쉽게 볼 수 없습니다. 개개인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지체장애인의 경우 외출이 불편한 이유 중 하나를 편의시설 부족으로 꼽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어떤 상황을 만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낯선 장소로의 외출에서 두려움을 경험합니다. 이동 중에, 혹은 도착지 인근에 장애인 화장실이 없을 수도 있고, 있다고 하더라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입구가 좁은 곳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입구에 문턱이 없는 식당이 없어 끼니를 굶어야 할지도 모르고, 모든 건물의 입구가 문턱이나 계단으로 되어 있어 어느 곳에도 들어가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많은장애인들이 집이나 복지관 외에 다른 곳을 가지 못해요.”
-지체장애인 유경재씨(특별한 지도그리기 서포터즈)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일. 그 당연한 일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여정입니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던 보도블록 위의 턱이 휠체어 장애인에겐 올라갈 수 없는 절벽이 돼버리고, 급격한 경사로는 장애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오르막이 됩니다.
장애인 다리가 되어줄 특별한 지도 그리기'
“장애인의 외출을 돕기 위해 지도를 만들면 어떨까?” 2013년, 휠체어를 타며 장애인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해보던 한 봉사자가 낸 아이디어로 ‘특별한 지도 그리기’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특별한 지도 그리기’는 서울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며 장애인을 배려한 길인지 살펴보고, 또 장애인이 갈 수 있는 식당이나 카페, 문화시설 등을 찾아 지도에 표시하는 활동입니다.
보통의 지도에 나오지 않는 장애인 편의시설.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화장실의 위치, 식당이나 카페의 문턱과 계단의 유무, 휠체어 이동 가능 통로는 아무리 인터넷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외출이 두려워지고 망설여집니다. 밀알복지재단은 실제로 장애인들이 가는 곳은 예술의 전당이나 현대미술관 같은 특별한 공간뿐만이 아니라, 지하철과 식당, 은행, 동네 카페 등 모든 장소라는 생각으로 특별한 지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분위기 있는 돌계단, 경사진 좁은 골목, 문턱이 있는 예쁜 카페…‘
우리에게 일상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장소들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속의 좌절이나 절망을 가져다주는 장소가 아니었을까요?
한 사람의 변화, 한 사람의 참여로 더 나눌 수 있습니다. 특별한 지도 그리기를 통해 누구에게나 장벽 없는 세상으로 한 발짝 다가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