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아르바이트생들은 권리가 있듯, 의무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대처법을 알려주는 곳은 많지만, 직업윤리와 책임 의식을 가르치는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프랜차이즈 편의점 점포 2개를 운영하는 A(46)씨는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2년간 편의점을 운영해온 A씨는 현재 아르바이트생 14명 정도를 고용하고 있다.
그간 1년 이상을 함께 한 아르바이트생도 있지만 대부분 2∼3달 정도 근무하다 그만둔다. 하루 이틀 만에 나오지 않는 이들도 있다.
A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대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많이 하는데, 요즘에는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 아르바이트생들이 오히려 '갑'헤 해당된다"며 "최저임금 이상을 준다고 해도 연락이 안 오고, 야간 근무자는 두달 째 지원 전화 한 통 안 왔다"고 전했다..
평생직장으로 생각하지 않기에 아르바이트 일이 힘들면 계속할 이유가 없다. 친구들끼리 편한 업장 정보를 공유해 더 편한 자리가 나면 말도 없이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A씨는 "고용주 입장에서 가장 힘든 것은 무단결근"이라며 "편의점은 1인 사업장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이 나오지 않으면 점주가 대신 일을 해야하니 24시간, 48시간 연달아 일한 적도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처음 일을 시작하는 아르바이트생은 교육 차원에서 2∼3일 정도 원래 있던 아르바이트생과 근무하도록 한다"며 "사실상 일은 기존 아르바이트생이 다하는데 교육 기간 후 '못하겠으니 2∼3일 치 월급을 달라'고 문자로 통보하는 아르바이트생들도 있다"고 전했다.
무단결근으로 사업장에 큰 불이익을 입혔는데도 정작 손해를 끼친 아르바이트생들이 당당할 수 있는 것은 법이 이들을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A씨는 "3시간만 일하고 잠적해도 노동청에 신고하면, 노동청에서는 시급을 일단 주고 민사소송을 걸어 피해 보상을 받으라고 한다"며 "하지만 소송에 들어갈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그렇게 하기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저임금이 물가 상승률에 맞춰 오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식비·4대 보험료 등 제반 비용을 사실상 고용주들이 책임지는 것도 부담스럽다.
A씨는 "최저임금 6천450원에 4대 보험료와 주휴 수당 등을 합하면 사실상 시간당 8천원 가량을 줘야 한다"며 "오래 일한 친구들은 월급을 올려줘야 하고, 식비나 간식거리도 챙겨줘야 하니 부담이 1만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최저임금이 높다고 하지만, 식비 등은 각자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나라 최저임금도 제반 비용을 포함해 합리적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아르바이트생들과 가족처럼 지내는 업장도 많은데, 마치 모든 고용주가 아르바이트생들을 착취하는 악덕 업주로 여겨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A씨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브랜드 업장들은 멋있어 보이고 기본급이 높은 곳이 많아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인기가 좋다"며 "하지만 사람을 많이 고용하는 곳일수록 아르바이트생 개개인에게 신경을 못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때 편의점 3개를 운영하던 A씨는 인건비 부담으로 앞서 한곳을 정리한 데 이어 남은 둘 중 한 곳도 정리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인건비는 해마다 오르지만 자영업자들의 수입이 해마다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고용주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 분위기와 제도가 개선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