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에 관한 조언

by 천진의 하루

어제 은퇴한 선배들과 저녁을 함께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만나서 그간에 있었던 일과 현황들에 대해 담소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다 헤어진다. 얼마 전까지는 떠난 회사에 대한 걱정을 나누기도 했지만 이제는 시간이 지나서 그런 주제가 오르내리지 않았다. 나 또한 은퇴를 이 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자기 삶을 살기에도 바쁜 선배들과 그런 얘기를 나눌 필요를 이제 느끼지 못한다.


어제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조언이 주를 이루었다. 선배들의 조언은 어떻게든 회사에 오래 남아 있으라는 것이었다. 막상 퇴직을 하고 나니 얼마간 쉬는 것은 견딜 수 있었는데 공허해지곤 했다고 한다. 명함을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과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에 대한 생각에 한심스럽고 우울해졌다고 한다. 회사 밖은 생각보다 치열했고 차가웠으며 외로웠다고 말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나로서는 직장에서의 부침이 힘들어지고 지쳐가는 중이라 돈을 충분히 준다면 미련 없이 박차고 나가 다른 길을 모색하려 한다는 말에 '아서라'라며 말리는 것이다. 충분히 준비를 하지 않고 나서면 어렵고 힘든 일이 닥친다는 경고의 말들뿐이었다. 처음 생각은 그랬지만 아직은 회사를 떠날 생각은 없어졌다.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은퇴자들의 수기를 보면 그 선배들과 비슷한 말들로 두려움을 갖게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니던 회사 밖으로 나가야 하는 시기가 온다. 무한정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존재하지 않는 한 두려워도 부딪혀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다. 충분히 준비해 회사를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소수의 사람들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가운 현실에 맞닥뜨려져 어떡하든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그 선배들의 상황과 그간의 노력을 들으며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생각 없이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당장 회사 밖으로 나가게 된다면 나의 상황은 그들보다 더 형편없고 추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지금 가진 부채와 퇴직금을 정산하고 나면 손에 쥘 수 있는 유동자산은 별로 없고 고정자산만 남게 될 것이다.


지금도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는 생각이 스쳤다. 너무 낙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고민해야 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을 먹고 있었던 자신을 질책해야 했다. 그리고 늦었지만 변화와 성장을 시작했다는 것을 칭찬했다. 항상 좋은 것만 가질 수 없는 것이 세상이다. 하지만 나를 믿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하게 된 지금의 나를 기뻐해야 한다.


술이 잘 넘어가지 않는 날이었다. 나름 많은 생각을 하고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느낀 하루였다. 은퇴 이후의 내 삶이 그 선배들처럼 고되고 힘들지 아닐지는 알 수가 없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속단할 수 없다. 꽃 길이 펼쳐지리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가시밭길이라도 나의 길이라 묵묵히 가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고생을 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는 선배들의 말이 좋았다. 내 선택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고 후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못하는 삶의 태도를 경계하라는 말이 있다.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더라도 두려워하지 말자. 새로운 길에 들어서는 것이니 다시 출발한다는 마음으로 매사에 충실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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