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일드랜드 Dec 31. 2022

#47. 30일 간의 멕시코 차박 캠핑 (1)

꾸는 꿈이 아닌, 이루는 꿈!





멕시코에서의 차박 캠핑. 위험하지는 않을까?





멕시코는 미국과 붙어있는 가장 가까운 나라이지만, 위험하기로 명성이 높은 나라라서 그동안 선뜻 여행을 결정하기 어려웠다. 언어도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를 써야하고, 특히 차박 캠핑을 하는 입장에서 야밤에 누군가 총을 들이대진 않을까, 듣기로는 경찰도 부패했다고 하던데 경찰한테도 돈을 뜯기는 건 아닐까 온갖 생각으로 몇년을 미뤄오다가,


멕시코 북서부에 위치한 ‘바하 캘리포니아 (Baja California)’ 는 상당히 안전하다는 소문을 듣고 드디어 여행길에 올랐다. 이번 여행은 한달동안 바하 캘리포니아 지역만 돌아본다.

[사진출처 : Burningcompass.com]







멕시코는 미국이 아닌 나름 ‘해외여행’ 이다보니, 미국내 여행과 달리 챙겨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당연히 여권을 챙겨야 하고, 자동차 보험을 들어야 하며, FMM (Forma Migratoria Multiple) 이라는 일종의 ‘여행허가증’ 을 발급받아야 한다. 멕시코 여행에는 한국인, 미국인 모두 비자가 필요없지만, 모든 여행자는 이 FMM 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걸 ‘여행용 임시비자’ 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금액은 약 $30 정도 들며, 특별한 심사없이 돈만 내면 누구나 발급해 준다. (비행기로 멕시코에 입국하는 경우엔 비행기 티켓값에 포함이 되어 있고, 서류 또한 항공사에서 준비를 해주기 때문에 미리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함.)


그리고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차로 입국할때 국경에서 어마어마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게 일반적인 만큼, 전용차로를 사용하기 위해서 ‘글로벌 엔트리 카드 (Global Entry Card)’ 를 챙기는게 좋다. 원래 카드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효기간만 확인하고 챙겼다.

[사진출처 : travelmexico.com]







’바하 캘리포니아‘ 는 멕시코 북서부에 고드름 처럼 볼록 튀어나온 곳으로, 얇고 긴 모양으로 생긴 땅 좌우로 모두 바다가 있는, 바다의 땅이다. (해산물의 천국!) 좌측으로는 태평양이 있고, 우측으로는 캘리포니아만 (Gulf of California) 이 있어서, 동쪽지역은 바닷물의 온도도 높고 파도가 없어서 서쪽보다 더욱 좋은 기후와 환경을 가지고 있다. 마치 호수와 같은 바다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남북으로 약 1,500km 의 긴 지형이지만, 얇고 긴 지형이기 때문에 도로는 거의 1번국도 한개로 이루어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큰 도시가 몇개 없는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미지의 땅.

[사진출처 : 구글맵]





미국에서 차로 ‘바하 캘리포니아’ 에 입국하는 경로는 크게 2가지다. 미국 샌디에고와 붙어있는 도시인 ’티후아나 (Tijuana)’ 를 통해서 들어가는 방법과 이보다 동쪽에 위치한 ‘멕시칼리 (Mexicali)’ 를 통해서 들어가는 방법이다. 이전에 티후아나를 통해서는 멕시코에 들어가 본 적이 있었고, 샌디에고라는 미국의 큰 도시와 붙어있어서 국경이 매우 혼잡하기도 하고, 위에서 설명한대로 ‘바하 캘리포니아’ 의 동쪽 기후가 좀 더 좋을 것 같애서 이번엔 ‘멕시칼리’ 를 통해서 들어가 보기로 한다.

[사진출처 : 구글맵]






아침 7시에 모든 출발준비를 마치고 LA 에서 출발해서, ‘멕시칼리‘ 와 인접한 미국 도시인 ’Calexico‘ 까지 5시간이 걸려서 낮 12시쯤 도착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가는 길은 언제나 긴장되고 흥분된다. 약 30분 정도 기다리고 국경을 바로 통과했다. 미국에서 멕시코를 들어갈때는 보통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 않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올때가 문제) 이곳은 ‘티후아나’ 에 비해서 널널하다고 들었지만 건너편 쪽 차선을 보니 여기도 입국하는데 몇시간 기다려야 할 것 같이 보인다.


국경을 통과하는데 작은 문제가 하나 생겼다. 며칠전에 미국에서 온라인으로 분명히 FMM 을 받았는데, 이걸 프린트 해오지 않고 그냥 핸드폰에 담아온게 실수. 국경 이민국에서 인터넷이 전혀 되지 않는다. 내가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Verizon 통신사의 요금제는 미국/캐나다/멕시코 전역에서 무제한 무료인데.. 그래서 분명히 받았다고 사정을 설명했으나 뭐 통하지 않는다. 결국 다시 돈을 내고 새로 발급을 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멕시칼리에 입성!

[국경을 넘을때 경황이 없어서 사진을 못 찍음. 퍼 온 사진으로 대체]






머리털나고 처음 와본 도시 ‘멕시칼리’. 생각보다 도시는 작고 거칠었다. 도로는 좁고, 몇개의 도로만 포장이 되어 있고, 대부분의 도로는 그냥 흙바닥이다. 마치 어렸을때 우리동네와 같은 느낌.


일단 중요한 업무 (입국) 를 무사히 끝냈으니 이 도시에서 가장 맛있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보자. 다행히 멕시코에도 구글맵의 음식점 리뷰가 잘 되어 있다. 가장 리뷰가 좋은 타코집인 ‘Asadero Acatlán de Juárez‘ 로 간다.

[사진출처 : 난 그랜드 캐년에 산다]






역시 명성대로 엄청나게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고, 주차장도 굉장히 넓다. 미국에서도 차량 도난을 조심해야 하지만, 여긴 남의 나라니까 더 조심해야 겠다. 일단 창문을 통해서 보이는 물건이 없도록 잘 치우고,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는 근처에 주차를 했다. 만약 차를 도난당하면.. 어휴 생각하기도 싫다.


흠.. 일단 메뉴에 영어는 없다. 이제부터 스페니시와의 전쟁이다. 나름 간단하게 준비를 해오긴 했지만, 뭐 하나도 눈에 안 들어온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일하는 직원이 와서 스페니시를 하길래 영어로 얘기를 했더니 전혀 못 알아듣는 눈치이다. 망했나..? 싶은 순간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을 데려다 준다.


영어 메뉴를 가져다 줬는데 크게 도움은 안된다. 멕시코 식당엔 기본 메뉴 종류가 어마하게 많다. 하지만 타코집 메뉴는 알고보면 간단하다. 일단 속 (만두속 같은거) 에 들어갈 종류를 정하고, 그 속을 감쌀 (만두피 같은거) 종류를 정하면 보통 끝이다. (일반적인 타코집에 해당되는 얘기임)


속에 들어가는 재료로는 크게  Carne Asada (소고기 스테이크), Adobada (돼기고기 양념구이 - El Pastor 라고도 한다.), Barbacoa (구운 소고기), Carnitas (구운 돼지고기), Chorizo (소세지), Suadero (얇게 썰은 소고기), Tripa (곱창), Cabeza (소머리), Biiria (소고기 찜), Buche (돼지 위 - Stomach), Lengua (소혀), Pollo (닭) 등이 있고, (해산물 타코집은 여기에 Pescado (생선), Camaron (새우), Pulpo (문어) 등이 추가됨)

[티후아나에 위치한 유명 타코집. 사진출처 : 난 그랜드 캐년에 산다]






이걸 감싸는 종류로는 다음이 있다. (톨티아는 밀가루 또는 옥수수로 만든 얇은 피로서, 우리가 타코나 부리또를 먹을때 감싸고 있는 피를 말한다.)


Taco (작은 톨티아로 싸먹는 것), Burro (큰 톨티아로 싸먹는것 - Burrito 와 같은 말), Tostadas (딱딱한 톨티아로 싸 먹거나 딱딱한 톨티아를 바닥에 깔고 속을 올려서 먹는 것), Tortas (빵으로 싸 먹는 것 - 샌드위치와 비슷), Quesadilla (큰 톨티아로 싸고 치즈를 넣어서 피자처럼 익힌 것)


이 중에서 가장 파퓰러하다고 할 수 있는, Carne Asada 타코, Adobada 타코를 먼저 시켜봤다. 물론, 타코 2개로는 식사가 되지 않는다. 일단 먹어보고 맛있으면 더 시켜야지.. 하고 시켰는데 더 시켰으면 다 못 먹을뻔..


타코는 작은 사이즈 톨티아에 알맹이인 고기도 머 그냥 적당히 조금 들어있었지만, 여기에 넣는 부속물들만 한 쟁반을 가져다 준다. 여기엔 각종 소스는 물론 신선한 야채들이 가득 들어있다. 소스도 금방 만든 듯 모두 다 신선했고, 야채도 너무너무 신선했다. 그냥 야채만 씹어먹어도 맛있을 정도.


타코 자체는 작았지만 이 싱싱한 야채들을 가득 얹고 먹었더니 타코 2개에 배터질 뻔. 타코 2개에 미국돈 5불도 안준거 같은데 넘 미안해서 잘 먹지도 않는 음료도 시키고 팁도 많이 주고 나왔다. 이거 뭐 거의 천국 분위긴데??

[사진출처 : 난 그랜드 캐년에 산다]






근데 한가지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분명히 멕시코에서도 핸드폰이 무제한 통화/문자/데이터가 되는 걸로 재확인까지 하고 왔는데 인터넷이 안되는거다. 한동안은 아예 안테나 조차 뜨지도 않다가 이제 안테나는 뜨는데 인터넷이 전혀 안된다.


일단 급한대로 멕시코 심카드를 하나 샀다. 미국돈 25불에 데이터 6기가바이트를 준다. 겁나 비싸다. 멕시코의 1등 통신사는 Telcel 이다. 이걸로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 미국 핸드폰 요금제는 멕시코에서 말로만 데이터 무제한.. 하루에 500메가만 무료고 이후엔 2G 속도로 떨어져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접속도 잘 되지 않는다. 결국 프리페이드 심카드로 40일 동안 200불 넘는 통신비를 써 버렸다.


심카드 구매와 데이터 충전은 어렵지 않다. 멕시코의 국민 편의점인 OXXO 에 가면 바로 해준다.

[사진출처 : 난 그랜드 캐년에 산다]






자 이제 해가 지기전에 먼저 잘 곳을 구해야 하고, 저녁식사도 끝내야 한다. 멕시코 오기전에 나름 충분한 자료조사를 한다고 했지만, 마땅한 무료 차박지를 찾지는 못했다. 인터넷도 터져야 한다. 다만 지금 이곳 ‘바하 캘리포니아’ 에서는 특별히 경고문이 없지 않는 한, 아무 곳에서도 차를 세우고 자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나도 들은 사실이기 때문에 실제로 해봐야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가 있다.


일단 이 멕시칼리에서 하루를 끝맺을 순 없으니,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큰 도시인 San Felipe 까지 가서 거기서 찾아보기로 한다. 지금 벌써 오후 3시가 넘었고, San Felipe 까지 약 2시간 쯤 걸리고, 7시쯤 해가 지니까 시간이 별로 없다. 서둘러서 남쪽으로 향한다.

[사진출처 : 구글맵]






바하 캘리포니아의 북쪽지역은 2개의 고속국도가 깔려있다. 서쪽 해안가를 따라서 1번 국도가, 동쪽 해안가를 따라서 5번 국도가 있다. 5번 국도를 타고 멕시칼리에서 샌펠리페로 향한다. 가는길엔 아무것도 없다. 아름다운 것도 없고, 바다도 없고, 산도 없고, 나무도 없다. 그냥 사막이 쭉 이어진다. 과거엔 정말 사람이 살지 못하는 죽음의 땅이었겠구나 싶다. 샌펠리페에 가까와 지니까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나름 멕시칼리에서 가장 가까운 큰 도시이긴 하지만, 이건 뭐 한국의 촌구석 시골 동네 보다도 작다. 볼 것도 없고 제대로 된 식당도 없어 보인다. 차들도 별로 없고, 5번 국도를 제외한 모든 도로는 전부 비포장 도로이다. 역시 오프로드 차량을 끌고 다니길 잘했다는 생각이 또 든다.


시간이 벌써 5시가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 졌다. 과연 여기서 차박을 해도 안전할까? 의심을 멈출 수가 없다. 아무데나 차박해도 된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래도 될까? 밤에 갑자기 누가 똑똑 거리면 어떻게 할까? 혹시 경찰이라고 하면 과연 믿고 문을 열어도 될까?


하지만 일단 저지르기로 결정한 만큼 실행하는 수 밖엔 없다. 이왕이면 바닷가 도시니까 바닷가로 가자. 나름 도시는 도시인지라 바닷가로 향하는 길엔 사유지로 보이는 울타리들이 쳐져있어서 들어가면 안될 것 같이 보인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사유지가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바닷가로 들어왔다. 와 멋있다. 해가 살짝 기울면서 눈부신 광경이 펼쳐진다.

[사진출처 : 난 그랜드 캐년에 산다]






해가 지고나면 모든게 불편해진다. 일단 오늘 많은 일이 있었던 만큼, 언능 씻고 밥은 간단하게 먹고 여유를 즐기는게 좋겠다. 차에 설치된 샤워기로 샤워를 하고, 라면과 만두, 참치캔으로 멕시코 첫 저녁을 먹는다. 4월인데도 날씨가 너무 따뜻하고, 바닷가 인데도 바람한점 없다. 창문과 뒷문을 모두 열고 침대에 누우니 천국이 따로 없다. (모기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모기장은 다 쳤슴) 주변엔 아무도 없고 들리는 건 오로지 파도소리 뿐. 이래서 ‘바하 캘리포니아’ 를 캠핑의 천국이라고 하는 거구나.. 내일은 과연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사진출처 : 난 그랜드 캐년에 산다]






아침에 일어나니 와~ 정말 경치가 예술이다. 옥빛 바닷물엔 파도도 없고, 바람한점 없는 맑은 날씨는 눈부시다. 주변엔 여전히 나밖에 없다. (하지만 사실 이날 일어나보니 너무 아파서 하루종일 차에 누워있었다. 잘때 냉장고가 바로 옆에 거의 붙어있다 시피 한데, 얼마전에 교체한 냉장고가 진동이 좀 심하다 싶었는데 아마도 그거때문에 멀미를 한 듯.)

[사진출처 : 난 그랜드 캐년에 산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누워만 있다가, 다음날이 되서야 겨우 기력을 차리고 죽을 해먹고 다시 여행길에 오른다. 첫날부터 쓰러져서 하마트면 여행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갈 뻔!


바하 캘리포니아는 북서쪽에 샌디에고와 가까운 해변가 지역인 티후아나/엔세나다 지역과 남쪽 끝인 로스카보스를 제외한 중간부분은 그냥 황무지라고 해도 될 정도다. 중간에 도시들이 몇개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아무것도 없는 황량함 그 자체. 따라서 지금 지나고 있는 동북쪽 지역 또한 아무것도 없다. 지금 이 곳 San Felipe 밑으로는 제대로 된 도시하나 보기 어렵다. 그나마 이 근처는 바닷가이지만, 한두시간 뒤 부터는 5번국도가 내륙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더더욱 볼 것이 없을 듯 해서, 오늘 하루만에 바하 캘리포니아의 중부지역에 있는 Bahia de Los Angeles 까지 가보기로 한다.

[사진출처 : 구글맵]






Bahia de Los Angeles? 내가 살고 있는 도시와 이름이 비슷하다. 미국의 서부지역은 과거 멕시코 땅이었기 때문에 많은 도시 이름들이 멕시코 이름이다. Los Angeles, San Francisco, San Diego, Santa Barbara, San Jose… 여기서 Los 는 정관사 The 이고, San 은 Saint 란 뜻이며, Santa 는 Holy 란 뜻이다.


Bahia 는 Bay (만) 라는 뜻으로, 천사들의 Bay 아름다운 이름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정말 아름다운 동네!

[사진출처 : 난 그랜드 캐년에 산다]






앞서 설명한대로, 바하 캘리포니아 동쪽지역은 캘리포니아 만 (Gulf of California) 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수온이 높고 파도가 없는, 호수와 같은 바닷가이다. 그런데 Bahia de Los Angeles 는 그 와중에 또 안쪽으로 조그만 만 (Bay) 으로 들어와 있는 지역이라 정말 호수같은 잔잔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동네라고 할 수 있겠다.

[사진출처 : 구글맵]






한가하고 여유로운 이곳에 몇일 더 머물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여긴 핸드폰이 전혀 안 터지는 곳이다.. ㅜㅜ 하룻밤만 자고 이제 본격적인 바하 캘리포니아의 노른자위인 ‘Baja California Sur’ 으로 넘어간다.

[사진출처 : 난 그랜드 캐년에 산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유튜브 채널 개설했습니다.


https://youtu.be/6eyGaoQAtB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