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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s gut? 뮌헨의 감자 아저씨

여유롭고 친근했던 환대의 기억

by 하마

뮌헨의 레스토랑에서 우리 테이블을 담당한 웨이터는 40-50대쯤으로 보이는 아저씨였다.(외국인의 나이는 가늠했을 때 무례해지는 경우가 많으니 어쩌면 우리와 동갑일 수도 있지만.) 여행을 다녀온 지 2년쯤 지난 지금까지도 '감자 아저씨'라고 하면 바로 그를 떠올릴 정도로 기억에 남는다. 생긴 게 닥터 후의 감자 외계인을 연상시키는 땅딸막하고 딴딴하게 생긴 웨이터였는데 특히 짧게 깎은 머리가 그 이미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능숙하게 우리를 야외 테이블에 안내하며 '헬로우 Sir' 이랬나 심플하게 '굿모닝'을 건넸었나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그의 태도는 군더더기가 없고 여유로웠다. 여성인 나에게는 굉장히 깍듯했지만 남성이었던 동행에게는 조금 더 제스처가 친근했는데, 어깨에 손을 살짝 올린다던지 등을 둥둥 소리 나게 두드리며 '그레잇 초이스 브라더', '오브콜스 브라더' 같은 말을 건넸다. 그 대응이 절도 있으면서도 친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져서 우린 그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우리가 하얀 소시지 바이스 부어스트를 메뉴로 고르니 감자 아저씨는 꼭 이것을 곁들여 먹으라며 사과잼 같은 소스를 가져다주었다. '스위트 머스터드인데 꼭 소시지에 곁들여 먹으라‘며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추천했다. 실제로 그 소스가 너무나 맛있어서 우리가 극찬하니 '내가 말했지?' 하고 다시 한번 남자친구의 등을 둥둥 쳤다.

그러고도 음료를 더 주문받고 빵과 함께 곁들여 먹을 것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그는 더없이 여유로운 바이브를 보여줬다. 우리가 무언가를 필요로 하면 절대 서두르지 않되 절대 늦지도 않게 척척척 걸어와서 가져다주고는 'Alles gut?(Are you OK? Everything OK? )'하고 가끔 '브로~'를 날리고 다시 떠났다.


식사가 다 끝나고 팁을 정할 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레스토랑에서 처음으로 팁을 많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심해서 15-20% 정도의 팁을 냈던 것 같다. 카드 결제는 직접 카드를 들고 포스기로 가야 했는데 나를 안내한 감자 아저씨 앞에서 수줍게 팁 퍼센티지를 누르면서도 '혹시 너무 적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걱정이 들었다. '환대에 감사하고 이 팁은 당신의 서비스에 비하면 약소해요' 하는 표정과 함께 팁을 입력했더니 감자 아저씨는 너무나 충분하다는 표정으로 땡큐 소머치를 외치더니 나를 데리고 다시 테이블로 돌아와서는 (결제한 건 나인데?) 남자친구의 등을 다시 둥둥 두드리며 '땡스 브로'를 외쳤다. 그 제스처마저 과하지 않게 친근했다. 과연 절도 있는 둥둥둥이었다.


다시 여행 가고 싶은 도시에 대해 남자친구와 얘기할 때 뮌헨은 자주 거론되는 곳은 아니다. 리스본, 베를린, 부다페스트를 얘기하다가 내가 '뮌헨은?' 물으면 남자친구는 '거긴 할 게 없었잖아?'라고 답한다. '그치만 우리의 감자 아저씨는?'이라고 하면 잠시 주저하다가 우리는 같이 웃음을 터뜨린다. '감자 아저씨는 좀 보고 싶네.' 우리는 끄덕끄덕 동의한다.


아마 내 팁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20%라고 한들 소시지에 와인과 맥주 한두 잔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팁을 보고 짓던 아저씨의 충분하다는, 적당하다는, 이 도시가 그대들을 환영한다는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나에겐 그의 제스처들이 모두 환대로 느껴졌다. 여성인 나에게는 선을 지켜 손을 대지 않고 대신 남자친구에게는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친근함을 보여준 감자 아저씨 덕분에 뮌헨은 다른 무엇보다 오직 그 레스토랑 하나가 가장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았다.


여행 중 그보다 더 친절하거나 유쾌한 레스토랑도 많았는데 왜 감자 아저씨가 이렇게 오래 기억에 남을까? 우리에게 따로 술을 건넨 레스토랑도 있었고 훨씬 더 많은 농담을 주고받은 곳도 있다. 감자 아저씨는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여유로운 능숙함, 진심 어린 친근함은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주 오랫동안 웨이터 일을 했고 매일 오고 가는 손님을 만났을 감자 아저씨가, 이골이 날 정도로 사람을 대응했을 숙련된 그가 우리를 그토록 친근하게 대해줬다는 것이 놀랍다. 자신이 마치 이 테이블의 호스트라는 듯이 우리가 불편하진 않은지, 뭔가를 잘못 먹고 있지는 않은지 (실제로 소시지에 곁들여 먹을 프레첼을 식전빵처럼 먼저 다 먹어버릴 뻔해서 그러지 말라고 말려주기도 했다) 살펴주는 그 눈빛이 따뜻했다. 뮌헨을 여행하러 온 우리가 이 레스토랑에서 좋은 경험을 하고 가기를 바라는 그의 의지가 능숙한 응대에 담겨 온전하게 전달된 느낌이었다.


여전히 그 레스토랑 어딘가에서 감자 아저씨가 또 다른 여행객의 등을 두드리고 있기를, 그 여행객도 언젠가 우리처럼 웃으며 그를 떠올리기를 바란다. 일상에서의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오래 기억되는 도시의 환대가 되기도 하니까. 여행은 결국 그런 조각조각의 선의를 얻기 위해 떠나는 것일 테니 말이다.




* Alles gut? : 독일어로 'ARE YOU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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