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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혁 Jan 16. 2023

온라인 의사소통과 zero stroke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

 (부서, 그리고 온라인으로 일을 같이 하는 공동체에 보낸 글)   

일의 성격상 우리의 의사 소통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전화와 대면 보다는, 메일과 웹 상의 공간을 이용한 사이버 상의 온라인 의사 소통이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의사소통 방식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방식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1.       늘장난 씨는 오늘 웹서핑을 하다가 발견한 재미난 사진을 직원들에게 보냈습니다. 재밌다는 반응의 답장 메일이 이어져서 한시간도 채 되기 전에 20통이나 오갔습니다.

2.       소심해 씨는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회사 문화 행사의 일환으로 화장실 벽에 붙일 좋은 내용의 글을 모은다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사흘이 지나도록 아무도 답장이 없습니다. 소심해 씨는 그만 마음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내가 뭘 잘 못 썼나? 괜한 말을 한건가?”라고 생각하고 없던 일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제안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       진지해 씨는 회사의 중요한 기로에 대한 의견을 메일로 보냈습니다. 나름대로 고민하여 거의 메일 쓰는데만 30분의 공을 들였습니다. 2주가 지나도록 아무도 메일에 답장이 없었습니다.

4.       칼쓰마 부장은 새로운 영업 방침에 대해 지시를 내리고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영업 실적 미달로 바쁜 영업 사원들은 3일이 지났지만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칼쓰마 부장은 화가 났습니다. 보냈던 메일을 다시 보내고, 이번엔 “읽음 확인” 메일로 보냈습니다. 그 날로 즉시 전원의 답장 메일이 왔습니다.

5.       따라해 신참은 칼쓰마 부장의 지시로 내년도 예산 반영에 필요한 각 영업 사원들의 예산안을 요구 했습니다. 칼쓰마 부장의 흉내를 내서 “읽음 확인” 메일로 보냈습니다. 계급이 낮아서 인지 아무도 답장을 안했습니다. 꾀를 낸 따라해 신참은 참조에 칼쓰마 부장을 넣어서 다시 보냈던 메일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저녁까지 두명을 제외한 영업 사원들이 내년 예산안을 보내왔습니다.

6.       나바빠 대리는 칼쓰마 부장에게 사보에 실을 인터뷰 기사를 요청했습니다. 사흘을 기다렸지만, 답장이 없습니다. 메일을 다시 보낼까 하다가 바빠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바쁜 일정으로 정신 없이 지내다가 원고 마감 사흘 전 다시 확인 메일을 보냈습니다. 칼쓰마 부장은 “메일? 무슨 메일?”이라고 응답을 합니다. 낭패였습니다. 부랴 부랴 보냈던 메일 다시 찾아봤습니다만 이미 지웠는지 나타나질 않습니다. 다시 새로 작성해서 보냈습니다.

7.       불도저 과장은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묻는 메일을 잘 모르는 타 부서 직원들에게 보냈습니다. 역시나 대답이 없습니다. 타부서 직원들은 “이 넘은 왠 짜장이지?” 라고 무시하고 메일을 지우기도 했습니다. 불도저 과장은 재차 메일을 보냈습니다. 이번엔 자기 소개를 하고, 이 의견을 묻는 취지를 좀더 명확하고 큰 글씨로 적어 보냈습니다. 타 부서 직원들 중 절반 정도가 이번엔 대답을 했습니다. 불도저 과정은 다시 대답 하지 않은 개인 개인에게 메일을 다시 보냅니다. 이렇게 개인 개인에게 50여 통의 메일을 보내느라고 오후 시간은 훌쩍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40여통의 답을 추가로 더 얻을 수 있었습니다.

8.       힘드러 이사는 하루에 100여 통 이상의 메일에 시달려 삽니다. 어떤 메일은 읽지도 않고 지우기도 하고, 어떤 메일은 어쩌다 형편될 때, 비로소 메일을 봅니다. 때로는 3개월이 지나서 답을 하기도 합니다.

9.       딴짓해 주임은 회사 온라인 사이트에 자주 글을 올립니다. 그리고 아무도 답글을 안 달아주는 썰렁함에 혼자 속으로 눈물 흘립니다. 딴짓해 주임은 분풀이로 자신의 싸이에 답글 안달면 죽는다는 공포 분위기의 사진을 대문사진으로 등록합니다.


위의 예에서 누가 이 온라인 의사 소통의 방식을 제대로 쓰고 있는 걸까요? 판단은 각자에게 맡깁니다. 분명한 것은 메일에 혹은 웹의 글에 대해 답변이 없을 때 이에 대해 “난 괜찮아”라고 태연하게 넘어갈 수 없는 사람이 종종 있다는 것입니다.

에릭 번(Eric Bern)이라는 심리학자의 유명한 “트랜잭션 분석(Transactional Analysis)”을 좀 인용하려고 합니다.


스트로크는,  "에릭 번"의 '교류분석 이론'을 구성하는 중요한 내용중에 하나 입니다. 

모든 인간은 탄생에서 죽음까지 누군가를 만지기를 바라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함 무언가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는 욕구가 있습니다.

접촉과 인정에대한 욕구는 "스트로크"에 의하여 충족이 되는데, 이는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는 모든 행위'를 뜻합니다.

 스트로크는 "자극"을 의미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자극, 부정적인 자극 모두를 의미합니다. 

스트로크의 예를 하나 들자면, "인정자극"이라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존재를 인정하는 것을 이야기 하는것입니다.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는것도 "인정자극"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또다른 예를 들자면, 꽃에 물주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꽃에 물을 주는것은, 그 꽃에게 계속 존재하고 생명을 유지하라는 스트로크 일 수 있습니다.

반면에 꽃에 물주기를 하지 않거나, 꽃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그 꽃의 존재를 잊거나, 부정하는 스트로크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쓰다듬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긍적적인 쓰다듬기를,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이해하는 부드러운 애무라고 본다면, 부정적인 쓰다듬기는, 상대방을 부정하고, 에누리하는 폭행 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스트로크가 없는 상태에서, 심리적인 부분들이, 위축되거나 파괴된다고 합니다.

긍정적인 스트로크가 가장 좋지만, 스트로크가 없는 것 보다는 부정적인 스트로크를 주고 받는것이 좋을 정도로 스트로크는 사람에게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심리학에서 스트로크' - 네이버 지식iN)


전체가 모일 수 있는 빠른 시간에 간이 스트로크 분석을 해보고 같이 나누려고 합니다. (이후 정원혁 사이비 심리학자의 분석). 플러스(긍정적) 스트로크는 이자가 쌓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이너스(부정적) 스트로크는 이자가 원금보다 크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때 메일을 잘 답변해도, 칭찬을 해줘도 원금만 쌓이는 경향이 있고, 그렇게 다섯번 잘 해주다가도 한번 메일을 답 않거나, 반대 의견을 제시하거나, 야단을 치면 그간 잘 해준 것을 싸악~~ 잊을 정도로 효과가 크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 마이너스 스트로크 보다 더 한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제로 스트로크”인데 이 것은 남에게 스트로크를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 것을 의미 합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탁구(테니스)를 즐기고 있습니다. 랠리를 오래 하기로 암묵적 눈빛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상대편의 왼쪽 코트로만(즉 치기 좋은 쪽으로만) 서로 공을 주고 받습니다. (플러스 스트로크). 그렇게 여러 차례 오가다가 한사람이 삐닥한 맘을 먹고, 상대의 오른쪽 코트에 탁구공을 냅다 쏘아 보냅니다. 상대는 황급히 놀래서 백 스트로크를 하여 막아냅니다. 실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면(수련을 많이 한 성인군자가 아니면), 역시 상대의 백스크로트 지역으로 공은 가게 마련입니다. 단 한번의 백스트로크(마이너스 스트로크)로 인해 그간의 오랜 랠리는 무너지고 곧 공은 네트에 걸리거나 코트 밖으로 나갑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나쁜 선수가 있는데 상대가 서브를 넣어도 받아주지도 않고, 서브도 넣어주지 않는 선수입니다. 결국 상대는 몹시 화를 내고 퇴장할 수 밖에 없겠지요? 물론 당사자도 다른 선수로부터 왕따를 당하게 되고 결국은 혼자 벽보고, 혹은 서브 넣어주는 기계와 둘이 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리곤 이렇게 자신에게 말하겠지요. “난 역시 주는 대로 반응하는 이 기계가 좋아!”라고.


최근 제가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몇 모임에서 이 분석을 하고 같이 의견을 나누는 기회를 가졌는데 재미있는 것이 제로 스트로크가 높은 사람들은 “아집”이라는 자신만의 성 속에 빠지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부정적 스트로크라도 주고 받는 것이 차라리 제로 스트로크 보다 낫다고 하는건가보다 싶었습니다.


앞의 상황들 중 제로 스크로크 상황을 다시 한번 요약해 봅시다.

l        메일을 보낸다.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l        보낸 사람은 내가 뭐 잘 못했나 보다 생각하며 신경쓴다

l        읽는 사람은 나 이사람 잘 모르는데 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지낸다



그렇게 되면 훗날 회사를 크게 뒤 바꾸었을지도 모를 중요한 제안은 사장될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사소한 잡담에 대해서만 메일이 오갈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잡담메일이라도 오가면 되는데, 그나마도 안하면 이제 완전한 제로 스트로크의 세계에 돌입합니다. 이것이 제가 보는 제로 스트로크의 중요성입니다. 문제아동과 비행 청소년들에게 “너 왜그랬니?”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관심 끌어보려고" 라는 대답이 나온다고 합니다. 아이를 키운다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 중 하나입니다. 회사에서 문제 동료, 문제 사원, 문제 상사가 나온다면 역시 주위에서 제로 스트로크를 했기 때문이 아닌가도 생각해 볼 부분 중 하나일 듯 합니다. 거꾸로 내가 제로 스트로크의 대상이라면 주위 사람들이 답을 안할만한 방법으로 의사 소통을 하는 것은 아닌지도 점검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을 외부와 단절시키고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 – 예술가, 도인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협업으로 일을 하는, 고객을 대하는 우리에게는 필요한 자세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마지막으로 스트로크 중 가장 영향력 있는 플러스 스트로크에 대해 이야기 하고 마치지요.

미국 시라큐스 대학 도서관에서의 재미있는 플러스 스트로크에 대한 실험이 있습니다. ㄱ군의 학생들에게는 책을 빌려주며 직원들이 위의 네 가지(1. 상대방의 눈을 쳐다 본다/ 2. 미소를 짓는다/ 3. 긍정적 표현의 가벼운 말을 건낸다/ 4. 가볍게 신체 접촉을 한다) 플러스 스트로크의 행동을 했으며, B군의 학생들에게는 마이너스 스트로크의 행동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도서관의 조명 상태·온도 상태·책 정돈 상태 등에 대하여 평가를 하도록 하였습니다. 그 결과 A군의 학생들은 모든 항목들에 대하여 거의 좋게 평가하였으며, B군의 학생들은 거의 부정적으로 평가하였다고 합니다. 똑같은 상태를 두 그룹의 학생들이 정반대의 평가를 한 것입니다.


결국 우리의 의사소통, 컨설팅, 대 고객 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플러스 스트로크를 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낡은 도서관 조차도 좋은 도서관이라는 평가를 받아내게 됩니다. 강의 평가를 받아 볼 때도 제가 자주 플러스 스트로크를 주면 잦은 빔 프로젝터 고장이나 다른 장애 요소들조차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제가 힘들고 피곤해서 플러스 스트로크를 주지 않으면 그런 것들이 평가에 크게 자리 잡는 것을 경험하곤 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원칙으로 메일과 의사 소통을 하였으면 하고 제안 합니다.

1.       주어야 할 스트로크가 있으면 준다

2.       받고 싶은 스트로크가 있으면 요구한다

3.       바라던 스트로크가 있으면 받아 들인다

4.       자기 자신에게 (플러스) 스트로크를 준다.


이것 마저도 복잡하다면, 더 줄여서......

“에이 사람도 많은 데 내가 답 하나 쓰는 것, 내가 덧글 하나 다는 것, 후기 하나 올리는 것 –이런게 뭐 중요할까?” 라고 생각지 마시고 스트로크, 그것도 플러스 스트로크를 전달해 주면, 우리가 같은 푯대를 향해 동역하고 있음을 느끼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로 스트로크는 자신을 세상과 격리시키고 “아집”의 세계로 빠뜨리게 됩니다!



(2006.9.7. 블로그에 올렸던 글, 다시 퍼 나름)

그림 출처: https://pixahive.com/wp-content/uploads/2020/12/Feedback-with-tick-box-221427-pixahive.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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