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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스 Jul 17. 2022

한밤중 경찰이 문을 두드렸다


   

   예전에 있었던 일이다. 새벽 2시 정도였나! 곤히 자고 있는데 현관 벨소리가 울렸다. 나는 잠에서 깬 딸을 달랬고 아내가 밖으로 나갔다. 좁은 문틈 사이로 건장한 체격을 가진 두 명의 남자가 보였다.

 “누구.. 세요?” 잠을 설친 아내는 갈라진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한밤중에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영등포 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혹시 최윤석 씨 계신가요?”

 “네? 무슨 일이시죠?”  

  하지만 그쪽에서는 좀처럼 답을 하지 않았다. 아내는 문을 닫고 나한테 다가와서 무슨 일 있냐고 속삭였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나는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죄를 저지른 건가? 반추해 보았다.


  새벽에 차 없을 때 몇 번 길 건넌 죄?

  패션 테러리스트로 여의도 수질을 더럽힌 죄?

 와이프랑 같이 걸을 때 지나가는 여자 힐끗 본 죄?


  살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죄를 지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형사가 새벽에 날 찾아올만한 큰 죄는 없었다.

  ‘진짜 형사들 맞아?’

  싸늘한 의심과 다르게 가슴은 두근두근 떨렸다. 금세라도 무장경찰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오면 나는 불빛 아래 두 팔로 얼굴 가리며 ‘다 말할게요! 다~’ 울부짖을 것 같았다. 경찰이 미란다 원칙을 말하며 수갑을 채우면, 나는 슬픈 눈빛으로 아내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자기야! 서울 남부 교도소에 영치금 좀 넉넉히 넣어주세요.’     



   실상은 이랬다. 알고 보니 최근에 발생했던 폭행 용의자가 나랑 동명이인이었다. 하필 그분(?)이랑 나랑 같은 동네 살아서 확인 차 경찰이 우리 집을 들른 거였다. 이 와중에 경찰이 “최윤석 씨! 지금 어디 있냐?” 물었을 때 아내는 “그런 사람 모르는데요.”라고 답했단다.

  “아니 뻔히 알고 왔을 텐데 모른다 하면 의심 더 할 거 아냐?”

  내가 핀잔을 주자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모르잖아. 어찌 됐든 우리 남편 데려가면 안 되니까.”


  아내의 그 한 마디가 내 마음에 쿵!! 떨어졌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내 안의 동심원은 멀리 퍼졌다. 아내는 그저 날 지켜주고 싶었단다. 내가 범죄를 저질러도 혹은 나쁜 놈이어도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남편이기에... 지켜주고 싶었단다. (평소에는 어디 갖다 버리고 싶은 남편이지만)

  ‘이런 게 부부의 정인가?’

  결혼 12년 만에 새삼 느끼게 되었다.

 


  삶이란 누군가를 내 편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서 슬플 때 같이 슬퍼하고 즐거울 때 같이 즐거운 사람을 찾는 과정이 바로 인생인 것 같다. 온 마음을 다해 희로애락을 나눌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진정한 축복이다.      


  가끔 인생에 오류가 생긴 것 같은 순간이 온다. 온몸이 비명을 지를 때, 의식이 까맣게 물들어갈 때 우리는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가 된다. 아무리 성숙했다고 한들 아무리 산전수전 많이 겪었다한들 우리는 한낱 인간일 뿐이다. 작은 돌 하나 신발에 들어가면 아파하고, 남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하루 종일 끙끙 앓는....


  혼자로는 안 된다. 아니 혼자서는 너무너무 힘들다. 인간은 관계로부터 정의되기에...  돌아갈 곳이 있어야 한다. 영혼이 쉴 수 있는 곳. 지친 몸을 편히 뉘일 수 있는... 


  내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오류 투성이 내 삶 그래도 그렇게 볼품없는 건 아니라고,

 한없이 부유하던 먼지도 햇살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날 수 있다고.       




  그날 밤 나는 흥분과 긴장을 피부 깊숙이 간직한 채  아내와 딸, 두 여자를 품에 안고 새벽부터 아침까지 적도보다 더 따뜻한 곳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FIN)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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