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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 노튼 Oct 11. 2021

오징어 게임의 성공요인

콘텐츠와 플랫폼의 궁합이 중요하다



오징어 게임이 처음 릴리즈 되었을 때 많은 한국 유저들은 실망을 표했다

일본 만화를 즐겨 보는 사람들에게 오징어 게임의 설정과 내용은 식상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라이어 게임>은 의문의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이 게임을 해 탈락자가 생길 때마다 돈을 얻는다

<신이 말하는 대로>에 수수께끼의 공이 나타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의 탈락자를 모두 죽인다

<도박묵시록 카이지>에선 큰돈을 벌기 위해 참가자들이 목숨을 걸고 외줄 타기를 한다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협력과 배신을 반복하는 여러 군상들의 모습도 익숙하다.

스토리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1위를 차지한다.




이달 초 김태호 PD는 MBC를 떠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떠나며 '세상에 나쁜 콘텐츠 아이디어는 없다. 단지 콘텐츠와 플랫폼의 궁합이 안 맞았을 뿐이다'라는 말을 남긴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궁합. 오징어 게임의 성공요인은 여기에 있다.




진격의 거인 실사판(좌) 강철의 연금술사 실사판(우)


일본 만화계가 창조한 드래곤볼, 원피스, 나루토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만화라는 포맷을 영화로 바꾸는 과정은 대부분 실패했다.

오글거리는 대사, 어색한 CG가 원작을 훼손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때문에 좋은 설정과 스토리를 가지고도 실사 영화는 세계 시장에 어필할 수 없었다.


오징어 게임은 이 부분을 잘 파고들었다.

다른 창작물의 아이디어를 상당 부분 레퍼런스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을 새끈하게 뽑았다."

파스텔 톤의 강렬한 색채로 이루어진 미장센은 새로움을 주기 충분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역할도 컸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가 외국에서도 인기를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문화적 할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화적 할인이란 각 나라의 문화적 차이 때문에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재미가 깎이는 것을 말한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수준급의 더빙과 자막은 문화적 할인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는 동양 문화에 대한 판타지 프리미엄을 더해주는 역할을 했다.


넷플릭스는 실시간 랭킹 시스템을 통해 콘텐츠를 추천한다.

덕분에 오징어 게임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다.

접근성이 낮다는 것은 콘텐츠 흥행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방송 기획자들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유재석, 김구라를 선택하는 이유이다.

기획이 아무리 참신해도 사람들이 보지를 않으면 말짱 꽝이 되는 것 아닌가.

낮아진 접근성 덕분에 외국인은 한국 콘텐츠를 쉽게 즐길 수 있었다.

한국에서 다소 클리셰처럼 여겨졌던 개그 씬도 외국인에겐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방송법의 검열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컸다.

오징어 게임의 수위는 절대 지상파 방송에서 나올 수 없다.

대사가 혐오를 조장하니 폭력성을 키우니 하는 의미 없는 논란에 휩싸였을 것이다.

대형 방송사들이 자국인의 콘텐츠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외국 자본에 빼앗기는 상황이다.

더구나 넷플릭스는 해외 법인을 설립해 한국 정부에 적은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보았을 때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구시대적인 낡은 법안은 사람들의 생각을 계도하거나 통제할 수 없고 돈을 벌어다 줄 수도 없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가장 잘 교육받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방송 구조가 그들의 능력을 억누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 방송사의 수익 구조는 점점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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