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에 첫발을 내딛다
전역 전부터 시작해서 한 번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오늘은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던 앞으로의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그런 날이라고 생각을 한다. 몇 시간 뒤 비행기에 몸을 싣고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내가 옳은 선택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떠날 수 없을 것 같아, 꼭 가야만 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발걸음을 내디뎠다.
오늘이 오기까지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족들의 만류, 가족의 건강악화, 주변의 걱정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일은 아버지의 건강 악화였다.
여행 준비를 하기 위하여 공사장 현장일을 그만두고 오랜만에 집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형과 아버지와 함께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분위기를 잡고 그래?" 이내 결심이 선 듯, 형은 나에게 말했다. "사실 아버지 건강이 안 좋아지셨어, 병원에서 검사해봤는데 위암 2기에서 3기 정도 된다고 하더라" 다음 아버지의 말은 내 가슴에 비수처럼 날아가 꽂혔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아버지가 아프기까지 해서 너희에게 정말 미안하다."
수술비를 위해서 나는 모든 여행 일정을 포기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더욱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이 목표 하나만을 보고 6개월 동안 밤낮없이 일을 했다. 주말에 현장일이 없어 쉬는 것 빼고 내가 쉬고 싶어 쉬는 것은 상상조차 못 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목표를 위해서 준비를 했다. 그런데 막상 이런 현실에 부딪히게 되니 역시 나는 뭘 해도 안되는구나,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새해가 밝아오던 2016년 1월 아버지는 위암 수술을 하셨다. 다행히 전이가 없는 위암 1기였고, 아버지는 이내 건강을 되찾으셨다. 2015년 겨울은 나에게 너무 추운 겨울이었다. 그렇게 나는 한걸음 나아갔다.
주변 친구들이 토익점수 올리고 학점 따고 자격증 준비하는 시간에 나는 전국 각지 평일 주말 가릴 거 없이 아침저녁으로 공사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을 시작한 그 순간부터가 여행의 시작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내가 여행을 떠나기 위하여 벌었던 여행경비보다 더욱 값진 현장일이라는 멋진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온 것 같다. 전반전, 일을 하며 여행 경비를 벌어 순조롭게 준비를 마쳤다. 지친 전반전에서의 체력을 회복하고 후반전을 뛰기 위한 여행 준비도 끝났다. 이제 친구 둘과 함께하는 세계여행, 후반전이 남았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게임의 점수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날까지 나만을 위한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이렇게 열정적이었던 순간이 있나 싶었다. 그렇기에 이 시간으로 인한 득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여행을 위하여 구슬땀을 흘리던 순간부터 여행이 끝나는 순간까지 1년 동안의 시간은 나를 위한, 나에 의한 주도적인 삶을 살게 된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었다. 비록 과정이 힘들긴 했고 힘겨운 일정이 예상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절대 잊지 못할 만큼 행복하다."
#세친구의_세계여행
* 해당 글은 작가가 4년 전 친구들과 여행 간 기록했던 이야기를 풀어낸 글입니다.
이에 따라 현 상황과는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