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환자, 의사 그리고 누리호

만두네 한의원

by 김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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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술은 묵을수록 좋다지만, 병은 묵을수록 고치기가 힘들다. 급성병은 증상을 없애는데 초점을 두지만, 만성병은 그렇지 않다. 불편한 증상만큼이나 환자의 몸과 감정과 생각의 변화가 함께 일어나야 병도 고치고 재발도 막을 수 있다. 병도 병이지만 오랜 기간 동안 지치고 균형을 잃은 환자의 상태를 회복시켜야 하고, 환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린다.


만성병 치료의 첫 단계는 의사가 주도한다. 병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불편한 증상을 치료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의사가 치료과정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지만, 이때부터 환자는 슬슬 생활의 변화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만나는 순간부터 의사와 헤어질 준비를 하는 것이다.


불편한 증상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이제는 환자가 적극적으로 생활관리를 해나가는 것이 보다 중요해진다. 전 단계가 워밍업이었다면 이제는 좀 더 변화에 박차를 가하는 단계다. 하지만 이때도 의사와 치료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 만성병은 좋아지면서도 불편한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변수를 통제하고 치료과정이 후퇴하지 않는 선에서 의사의 치료는 이루어지고, 환자가 좋아질수록 그 역할은 줄어든다.


이 두 단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이제 환자는 자신의 힘으로 건강한 삶의 궤도를 유지해야 한다. 인공위성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추진 로켓과 분리되어야 하는 것처럼, 환자와 의사도 적정한 타이밍에 헤어져야만 한다. 환자가 의사를 만나는 것은 언제나 헤어짐을 전제로 한다. 이 시기는 병이 열에 7~8 정도 남았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인공위성이 자신의 궤도에 오르는데 어느 한부분의 역할도 가볍게 여길수 없는 것처럼, 만성병이나 중병을 치료하는 과정도 의사와 환자 그리고 주변의 상황 모두가 다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 잘 어우러져 환자가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면,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 환자와 의사 또한 잘 만나고 잘 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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