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보호를 받고 있어요
어린이보호 표지판에 어린이와 어른은 손을 잡고 걷는다. 앞장서서 걷는 이가 어른이고 뒤따라 오는 이가 어린이겠지. 어른은 치마를 입고 있고 아이는 바지를 입고 있다. (조금 불편하지만.... 넘어간다.)
어린이보호.
어린이를 보호하고 건너라는 뜻이겠지만, 길을 건너다보면 어른이 어린이의 보호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10살이 넘어가는 그 아이와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아이는 항상 손을 든다. 한 손으로는 내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을 들다. 바람이 불고 추운 날,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기가 너무 시린 날에도 주머니에서 나머지 한 손을 꺼내어 자동차를 향해, 혹은 세상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
"지금 우리가 길을 건너고 있어요.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목숨이 오갈 수도 있죠. 꽤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내 옆에서 앞장서서 길을 건너는 이 어른은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 일인지 모르죠. 그래서 태연히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건너고 있어요. 어쩔 수 없죠. 내가 그를 보호해 줄 수밖에. 제가 손을 듭니다. 지금 우리가 길을 건너고 있는 것이 잘 보이시죠? 차에 타고 있는 그대들이여, 그대들의 길을 잠시 막고 길을 건너는 우리를 보호하소서!"
파랗고 시원한 배경 속에서 보호를 받고 보호를 하는 두 사람의 걸음이 경쾌하게 느껴진다. 보호하고 보호받는다는 일이 늘 이렇게 경쾌하고 분명하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