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단테의 시간 ;걸어가듯이, 적당히 느리게

지금 여기, 라이브 단상

by 연꽃 바람

오랜만에 카페 창가에 앉아 바깥 구경을 합니다.

오가는 사람들 , 자동차, 커피만큼 진하고 찐득하게 느껴지는 새로 깔린 아스팔트.

내 마음이 안단테라 그런지 세상의 속도도 딱 그만큼입니다.


카페 안으로 누군가 들어올 때마다 "어서 오세요, ㅅㅌㅂㅅ입니다"라고 말하는 직원들의 합창소리,

커피가 갈리는, 식기가 씻기는, 얼음을 뜨는, 냉장고 문을 여닫는, 주문을 하러 오가는 사람들의 소리가 적당히 리드미컬 하게 어우러집니다. 소음이 아닌 소리가 되어 음악 소리와 말소리까지 더해져 이 공간을 채웁니다.


창가 바로 앞으로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검은색 슬리퍼를 신은 얼굴에 아직 여드름 자국이 가득한 청년이 지나갑니다. 이어폰을 낀 것도 아니고 전화기를 든 것도 아닌데 혼자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웃습니다. 혹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세계를 엿보는 걸까요? 다행히도 그의 중얼거림은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그와 비슷한 키에 비슷한 검정 슬리퍼에 안경을 낀 청년을 향한 것 같습니다. 청년의 미소는 실없음이 아니라 반가움이었습니다. 여드름 자국이 가득한 청년은 반가운 청년과 함께 오던 길을 되돌아 함께 걸어갑니다.


이런 몸짓을 우리는 '마중'이라고 부릅니다. 정말 오랜만에 마음이 느껴지는 마중의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 둘은 몰랐겠지만 햇살 아래, 빠르게 지나치는 자동차들을 배경으로 그 둘의 미소는 얼마나 찰나이며 찬란했는지요.


마음먹고 여유를 즐기는 오늘, 지금 이 순간 저에게 '마중'이라는 따스한 낱말을 떠올리게 한 그 둘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부디 그 둘에게도 이런 따스한 순간이 있기를,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깊이 음미할 수 있는 안단테의 시간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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