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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훈 Nov 01. 2018

헬조선에서 행복 찾기

성장중독에서 행복전환으로!


글 머리에     


10월의 마지막 날, 용기를 내어 연재를 시작한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데, 10월의 마지막 날은 나와 인연이 깊다. 젊은 시절 인생의 진로를 바꾸었던 일을 저질렀던 때도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오해마시라, 뭐 대단한 일 벌이려는 것 아니다. 그동안 페이스북에 틈날때마다 메모형태로 적어놓았던 '행복노트'를, 기회가 되면 본격적으로 써서 출판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첫 단추를 끼운 것에 불과하다. 단지 며칠전 어떤 어긋난 만남이 계기가 되었을 뿐... 

그러고 보니 자기 계획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다. 내가 행복을 주제로 글을 쓰게 될 줄이야,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마국의 국립공원을 주제로 글을 쓸 때도 그랬다).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던가. 혁명을 고민하던 젊은 시기 행복을 얘기하면, '뭔 한가한 소리?', '행복을 추구하는 삶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긍정보다는 비판과 투쟁에 익숙해 있던 시기였기에 그 시기에는 당연한 일일수도 있겠다 생각한다. 아니, 젊은 시절만이 아니라 작년, 행복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기 전까지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던 듯하다.

그러나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그분을 만나 회심하듯, 작년 부탄과 코스타리카를 다녀오고 행복공부를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좀 더 멀리는 4년전 산티아고 순례길의 경험도 일정하게 작용했다. 행복이 순간적 쾌락과는 다른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목표이며, 이는 근본적으로 '관계'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사람 人자에서 보여주고 있듯, 인간은 서로 기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행복하려면 서로 사랑하고 자비심을 가져야한다고 예수님과 부처님은 가르치고 있다. 달라이 라마도 “행복이란 삶의 목표이며, 삶의 모든 몸짓은 행복을 향해 가는 것이다!”라고 얘기한다. 아리스토텔레스 등 많은 서양철학자들이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이상, 행복은 기본적으로 '함께 행복', '공공행복'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각설하고,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 이유'는 부탄과 코스타리카가 아니다. 그 방문이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적 이유는 바로 ‘세계최고의 자살률’과 ‘세계최저의 출생률’과 관련한 보도와 자료를 접하면서다.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이 자살률 세계최고 수준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실제 대한민국이 ‘헬조선’이 아닌 바에야 이런 조사결과가 나올 수 있나? 뭔가 심각한 문제를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더 늦기 전에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으면 정말 대한민국이 큰일 날 것 같은 위기감과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성장중독에서 행복전환’이 근본적 해법이다. GDP 1만달러 시대의 국민들이 행복한가? 3만달러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이 행복한가? 냉정하게 되돌아 볼 일이다.       

연재하려 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의 생생한 민낯(두 얼굴의 대한민국)을 먼저 살펴보고, 헬조선에서 탈출하기 위해 벌어지고 있는 여러 현상 또한 살펴보려 한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나라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서 대한민국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배우고 해결하며 실천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보려 한다. 그리고 행복정책과 관련한 국내외 동향과 함께 '모두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꿔 볼 것이다. 

필자는 심리학자도 아니며 행복경제학자도 아니다. 행복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전문가도 아니다. 단지 모두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꾸는 일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글을 쓴다.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는 것을 믿기에...


1. 두 얼굴의 대한민국     


1) 세계 속의 자랑스런 대한민국     


놀라운 경제성장     

1945년 해방 직후 분단과 전쟁의 폐허 속에서 원조 받던 최빈국 대한민국이었다. 이런 나라가 최단기간에 놀라운 성장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하여 국민소득 3만 달러, 교역규모 9위, 명목 GDP 11위의 나라가 되었다.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제공국’으로 바뀌었고, 국제사회는‘한강의 기적’이라 불렀다. 

금반지까지 내며 고통분담에 나선 국민들이 있었기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도 조기 졸업할 수 있었다. 2017년 ‘U.S. News & World Report’는 대한민국 국력 순위를 세계 11위로 매겼다. 국방비 10위(군병력 7위), UN인간개발지수(HDI) 18위에 랭크돼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2017 세계속의 대한민국> 국제무역연구원).

대한민국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7년 국가정보화에 관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 발전지수, 블룸버그 혁신지수, 인터넷 평균접속속도, 가구 인터넷 접속률에서 모두 세계 1위였다.      

청와대 사랑채 전시물


자랑스런 민주주의 역사     

대한민국은 또한 4.19~5.18~6월민주항쟁~촛불혁명으로 이어지는 자랑스런 민주주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더미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냉소했던 영국 <런던타임스>의 1952년 기사가 무색하게, 세계에 자랑할 만 한 민주주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정점이 바로 촛불혁명이었다. 2016년 10월부터 21017년 4월까지 총 23차례의 촛불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연인원 1,600만명이 넘게 참여한 이 집회에서 단 한 차례의 폭력사태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이 혁명은, 세계시민들로 하여금 경이로운 시선으로 대한민국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청와대 사랑채 전시물
청와대 사랑채 전시물


문화스포츠강국     

이 것 뿐인가? 최근에는 K-POP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이 미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 10월10일자 TIME지 글로벌판에는 "BTS는 어떻게 세계를 접수했나”는 기사와 함께, BTS가 표지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의 심장인 뉴욕은 물론, 유럽의 심장 파리도 열광적인 팬들로 들썩이게 했다. 佛 유력지 르피가로는 "비틀스 이어받은 BTS, 아무도 멈출수 없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영어가 아닌 한글로 세계를 접수한 BTS의 놀라운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우리 국민들은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은 스포츠강국이기도 하다. 월드컵유치와 4강 달성,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식민지배와 분단, 참혹한 내전과 암울한 독재시대를 거치면서도,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둘 다 쟁취한 자랑스런 나라다.     


2) 세계 속의 부끄러운 대한민국     


장면 하나 산티아고 순례길     

4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적 있다. 놀랐던 게 하나 있었는데, 이 길을 걷는 동양사람 중 대부분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였다. 이 추세는 4년이 지난 지금도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이 길을 찾고 있으면 지난해 말, 산티아고 대성당에 한국인 신부님이 상주하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들리는가.

왜 이렇게 많은 한국 사람들이 ‘산 넘고 물 건너’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면서 ‘사서 고생하러’ 스페인까지 가나? 자연스레 의문이 들었다. 영성이 유달리 뛰어난 국민이어서? 걷는 이들 대부분은 순례길 종점인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뭔가 행복하지 않은 일과 상처 때문에, 이를 치유하고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이 머나먼 길을 순례하러 왔다는 느낌이 컸다. 편의점 수보다 많은 교회와 사찰이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있는 데, 우리 국민들의 상처와 불행을 근본적으로 치유해 줄 곳은 정녕 없단 말인가?     

가톨릭신문에 실린 이찬우신부 관련 기사


장면 둘 대형서점     

그 즈음 필자 또한 상처와 번민을 해결하지 못하고 치유 해법을 찾고 있었다. 우선 쉽게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책이었다. 눈치 챘겠지만, ‘마음챙김’, ‘명상’. ‘치유’, ‘영성’, ‘행복론’같은 종류의 책들로, 대부분 명상과 치유, 자기개발과 심리학과 관련된 책들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런 종류의 책을 찾는 지, 대형서적의 주요 동선과 판매 포인트에는 이런 서적으로 가득 차 있다. 지금도 여전히 이런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스테디셀러가 되고 있는 한국사회다. 

이러한 책들의 결론은 일반적으로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 ‘행복은 마음속에 있다’는 이른바 ‘긍정심리학’을 기조로 한 책들이다. 종교적 용어로 얘기하면 ‘주님의 뜻’이나 ‘내 탓’으로 받아들이라는 가르침과 일맥상통하는 내용들이랄까? 책을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마음수련이 부족해서인지 쉽게 평정이 흐트러지고 화와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때가 많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 그렇다. 어쨌든, 행복은 정말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는, 주관적이며 추상적인 것일까?(미리 말하지만, 절반은 동의하지만 절반은 동의하지 않는다.)     


자살률 1위 대한민국     

우리나라에서, 매년 ‘똑같은 제목으로’ ‘똑같은 주제의 기사’가 언론지상에 오르는 경우가 있다. “올해도 1위를 했다!”는 기사다. 무슨 내용이냐고? 부끄럽게도 ‘자살률 1위!’...“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대한민국”이라는 치욕스런 타이틀을 받은 지 올해로 14년째다. 대한민국 사회가 말 그대로 ‘헬조선’ 임을 가르쳐 주는 단적인 지표다.

2016년 통계청 자료(2015년 데이터겠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년에 자살하는 이들은 1만4천여 명이나 된다. 하루 평균 36명, 40분마다 1명이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 셈이다. 이는 10만 명당 28.4명으로, 교통사고사망률의 2.5배에 이른단다. 이 글을 쓰는 며칠 전 새로운 통계가 발표됐다. 지난 10월 29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의 '2018 OECD 보건통계' 자료를 보면, 2016년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자살로 인한 사망률(자살률)은 한국은 25.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OECD 국가 평균 11.6명). 이제 14년째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주목할 것은 특히 10대와 20대, 30대 청소년, 청년층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자살 시도자는 자살 사망자의 10∼40배(청소년은 50∼150배)로 50만이 넘을 정도로 많다는 것.  

또한 선진국의 경우 노인자살률이 60대 이후가 되면 감소하는 추세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오히려 연령 비례 증가한다. 이는 고령화되며 행복도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다는, ‘U자형 곡선’을 그린다는 일반적 추세와 달리, 우리나라는 점차 하향 직선 형태를 보여준다는 조사결과와 관계있다. 노인 자살률이 전체 자살률의 2배 이상이며, 자살자 중 1위가 65세 이상의 독거노인이란다. 50대 고독사가 가장 많은 곳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대한민국의 유명한 자살률은 너무 자주 들어 이젠 그 심각성에 무감각해질 정도까지 됐다. 늑대와 양치기소년 우화처럼... 압축성장을 거치며 어쩔 수없이 직면하게되는 폐해 정도로 넘어간다. OECD 국가라면 대부분 선진국들인데, 그 중 행복도 꼴찌의 반영이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지 않느냐는 해석도 가능하겠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갤럽이 2014년 전 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3위로 최상위권이다. 반대로 행복도와 유사한 ‘긍정경험지수’는 118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까지도 여전하다. 2017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2017년 세계보건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조사 대상 183개국 중 4위를 기록했다. 순위도 기가 막히다. 스리랑카(1위), 리투아니아(2위), 가이아나(3위) 다음이다(난 가이아나가 가나의 풀 네임 인 줄 알았다. 아프리카에 이런 나라도 있었나?). 이를 발표한 WHO도 놀랐는지 “대한민국은 세계은행이 분류한 ‘고소득국가(High-income country)’ 중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어서 주목된다”고 토를 달았다. 

대부분 자살률이 높은 나라들은 우리나라보다 소득수준이 현저히 낮은 후진국들이거나 체제가 불안한 나라들인데 반해,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이 자살률 세계최고 수준이라니, 이건 한국사회가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정부도 그 심각성을 아는 지 올해 초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세우고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그 대책이라는 게 근본처방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자살률 상승의 주요 원인은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가족관계 등 공동체의 붕괴 즉, 사회적 유대감의 저하다. 그렇다면 그 해법도 그 주요 원인을 해결해야 근본처방이 된다는 말일 텐 데, 그 대책이란 게 '게이트키퍼' 양성 등이니 하는 말이다.      


출생률 최저대한민국     

이 외에도 ‘출생률 최저’라는 자랑스럽지 못한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출생률 문제도 그냥 허투루 들을 얘기 아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2017년) 우리나라 출생아수가 40만 명 선이 무너져 35만 명대로 추락하고, 합계출산율도 1.05명으로 떨어지더니, 2018년 올해는 드디어 1명 미만으로 떨어져(32만 명대로 추산) 역대 최저로 곤두박질치는 등 ‘인구절벽, 망국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추세라면 2022년 이전에 20만 명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단다. 

혼인건수도 2016년 이후부터 연간 30만 건이 깨진 후 매년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10여년 후에는 대한민국에서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3명 이상의 부부+자녀가구를 넘어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렇듯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급속한 저출생과 혼인 감소, 1인 가구 증가 추세는 가족관계의 붕괴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존립마저 위협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불평등 대한민국     

통계청의 가계조사에 따르면, 2018년 1분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소득이 줄면서 소득 불평등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분석됐다.

임금 격차도 OECD 최상위 수준으로, 임금근로자 상·하위 10%의 임금 격차가 4.3배에 달했다.(연합.2018.8.19.) 성별 임금 불평등도 여전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남녀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 격차는 30.7%로 나타났다.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임금격차가 가장 큰 수준이다.

이 외에도 건강불평등, 보육불평등, 교육불평등은 물론 일자리불평등(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가 대한민국의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부패공화국     

최근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 횡령 사건으로 한국사회가 들끓었다. 유치원만이 아니라, 민간 요양원 비리 사건까지 공개됐다. 요양원만이랴, 일부 사립학교  오너들의 전횡과 부정도 매년 터져 나오는 뉴스 중 하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가 아니라 ‘요람에서 무덤까지 부패와 비리’라는 냉소가 나올 정도로 사회서비스 전반에 비리가 확산돼 있는 것이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 마다 국민들은 더 우울하고 화가 난다. 

나중에 살펴 볼 것이지만 우리 국민들의 한국사회 부패 인식도는 매우 심각하여 행복도를 저하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거대한 정신병동?     

지난 9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환자가 68만명으로 2012년 59만명에 비해 16% 늘었다고 밝혔다. 주목할 것은  20·30대와 70대 이상에서 우울증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추세는 자살률하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여진다. 

20·30대에서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N포세대, 이생망, 무민세대, D급청춘이란 자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춘들이 이렇게 우울할진대 대한민국은 진정 희망이 있는가?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는 '헝그리(hungry)사회'에서 ‘앵그리(angry)사회' 로 급변했다. 분노조절장애는 어느 재벌기업 오너 집안들만의 고유한 증세가 아니다. 나는 실제 대한민국의 우울증 환자가 68만명이 아니라 그보다 몇 배 더 될 것이라 확신한다. 마음속에 화나 분노를 품고 살면서도, 정신과 등 병원에 가 치료를 받지 않고 스스로 참고 사는 이들이 부지기수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는 순간 미친 놈 취급 받거나, 취업 시 불이익 받을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정신병동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조섞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성장지상주의의 폐해     

머리에 크게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이 정도였나? ‘헬조선’ ‘각자도생’이란 말을 들으면서도, 대한민국이 이 정도로 심각한 줄 몰랐다. 도대체 원인이 뭔가? 

앞으로 하나씩 살펴 볼 것이지만, 1960년대 이후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담론인‘(경제)성장 지상주의’가 가장 큰 이유라 국민총행복전환포럼 박진도 상임대표는 주장한다. “경제는 무한히 성장한다 → 경제가 성장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살기 좋아진다 → 그러므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다른 것들은 희생해야 하거나 희생해도 좋다”는 박대표의 논거가 그것이다. 그래서 국민소득이 6,7천 달러일 때는 1만 달러가 되어야 복지할 수 있다 했고, 1만 달러 돌파한 2000년대에는 2만 달러나 돼야 복지할 수 있다 했다. 2만달러 돌파했을 때는 3만 달러나 돼야 북유럽처럼 할 수 있다 얘기했다(강충경). 지금은 복지 운운할 때가 아니라 성장에 매진할 때라는 담론이 지속돼 온 것이다. 이러한 담론은 가히 ‘성장중독’이라 할 만큼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한국사회에 영향을 끼쳐왔다. 그 결과는 앞서 살펴 본 대로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공동체 붕괴와 사회적 갈등 심화다. 

어제(2018.10.30) 열렸던 ‘2018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했단다. “소득·자산·교육 불평등은 단순한 물질적 격차를 넘어 우울감·열등감, 지배·복종, 열위와 우위 등 사회심리적 측면에서 사회적 상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불평등이 심화하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호 신뢰가 하락하고 사회적 응집력과 소속감을 떨어뜨리며, 이로 인한 좌절과 박탈감, 증오와 수치심 등 민감한 ‘느낌’이 사회 전체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한겨레> 2018.10.31). 

앞서 살펴 본 대한민국의 여러 장면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대한민국이 14년째 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부끄러운 타이틀을 왜 갖게 되었는지 말해주는 중요한 논거 중 하나라 생각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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