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과 신뢰사회
행복한 나라의 또다른 공통점은 반부패와 정부에 대한 깊은 신뢰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2017년도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 따르면, 1위를 차지한 뉴질랜드를 제외하고 북유럽국가들은 대부분 10위권 이내에 포진해 있고, 부탄은 26위(67점)에, 코스타리카는 59점으로 38위에 올라 있다. 부탄과 코스타리카는 아래 지도 상 주변국가의 짙은 황색 사이에서 밝은 노란색의 점과 선으로 빛나고 있다.
대한민국은 100점 만점에 54점으로, 180개국 중 51위에 랭크됐다. OECD 국가로만 한정하면 35개국 중 29위 수준이다(CPI는 종종 투명성지수로도 불리어진다).
놀랍게도 이는 2017년 OECD가 발표한 대한민국의 ‘더 나은 삶 지수(BLI, Better Life Index)’순위(29위)와 정확히 일치한다.
BLI는 주택, 소득, 일자리, 공동체(사회적 관계), 교육, 환경, 거버넌스(시민참여), 건강, 생활 만족도, 안전, 일과 삶의 균형 등 모두 11개 분야의 지표로만 측정된다, 부패인식지수는 포함이 안되는데 어찌된 일일까? 놀라운 우연인가?
UN 《세계행복보고서(WHP, World Happiness Report)》의 행복지수 랭킹은 또 어떤가? 한국은 2017년 156개국 중 56위였다. 놀랍게도 앞의 국제투명성기구(TI)가 2017년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 순위(51위)와 비슷하다.
WHP는 1인당 GDP, 사회적 지원, 건강 기대수명, 삶의 선택의 자유, 관대성, 부패인식도를 기준으로 국가별 행복지수를 조사·발표하는데, 이 중 부패인식도 조사만 한정해 보면 한국인들은 156개 국가 중 하위권인 126위를 기록했다. 가장 행복한 나라에 오른 핀란드의 부패인식도는 0.22였는데 대한민국은 그 4배이자, 평균치(0.74)에도 미치지 못하는 0.85였다(아래 두 번째 표 참조).
WHP의 부패인식 측정은, "당신 나라의 정부와 기업계에 부패가 만연해 있나?"는 질문에 대해 '예'라고 대답한 이들의 평균비율을 계산한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민국 사람들 거의 대부분은 '그렇다'고 대답한 것.
이로 미루어보면 대한민국은 사실상 ‘부패’가 행복 여부를 결정한다 해도 다름 아니다. 그 만큼 중요하다는 반증.
한편 위 CPI 순위에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북유럽국가들은 모두 최상위권에 올랐다. 뉴질랜드(1위) 다음으로 덴마크가 2위, 핀란드와 노르웨이 공동 3위, 스웨덴이 6위에 오른 것. 아이슬란드도 13위를 차지했다. 사회적 신뢰 및 정부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은 북유럽사회의 반영이다.
잘 알려져 있듯 북유럽국가 국민들은 소득의 50% 이상을 세금으로 낸다. 군말 없이(아마 우리나라에서 이랬다간 난리가 날 것). 그들이 이런 엄청난 세금을 순순히 납부하는 이유는 정부가 부패가 없으며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낸 만큼 언젠가 자신이 필요하거나 어려울 때 돌려받을 것을 알고 믿기 때문이다. 북유럽국가 모두 매년 부패인식지수(투명성지수) 조사 결과 최상위권에 랭크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
앞서 밝혔듯이 또 다른 행복국가로 알려진 부탄과 코스타리카는 어떨까? 부탄은 CPI 순위 26위, 코스타리카는 38위다. 별로 높은 수준이 아니라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순위 자체만으로도 투명성지수가 매우 높은, 상위권이다. 조사대상국이 180개국에 달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대한민국(51위)과 비교해 보아도 훨씬 앞선 순위다.
두 나라가 속해있는 주변국가와 비교해 보면 그 의미는 더욱 명확해진다.
부탄은 ‘남아시아’국가다. 남아시아에 소속된 나라들은 부탄을 포함,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몰디브, 아프가니스탄 등 여덟 나라다(가끔 이란도 포함시켜 9개국으로 불려 지기도 한다).
이들 나라의 부패인식 지수 순위는 어떨까? 인도(81위)와 스리랑카(91위) 정도가 중위권에 위치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나라가 100위권 아래로 자리 잡고 있다. 몰디브 112위, 파키스탄 117위, 네팔 122위, 이란 130위, 방글라데시는 143위, 아프가니스탄은 최하위권인 177위다. 부탄 CPI 랭킹 26위가 얼마나 높은 순위인지 알 수 있다.
코스타리카는 ‘중앙아메리카’ 국가다. 중미국가는 코스타리카 외에 니카라과, 파나마,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벨리즈 등 7개 국가다(종종 중미국가로 여겨지는 멕시코는 북아메리카에 속한다).
코스타리카 CPI 순위는 38위인데, 이웃나라들은 몇위일까? 코스타리카 제외하고 그나마 가장 높은 순위를 받은 나라는 파나마 뿐이다. 그것도 코스타리카보다 한 참 뒤 순위인 96위. 파나마를 제외하곤 모두 100위권 밖이다. 엘살바도르 112위, 온두라스가 멕시코와 공동 135위에, 과테말라 143위, 니카라과는 151위에 랭크되었다(벨리즈는 데이터 없음). 이를 통해 코스타리카가 중미국가 중 얼마나 투명성지수가 높은지 알 수 있다.
물론 코스타리카가 부패가 없는 나라는 아니다. 마약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강력범죄가 증가하는 등 치안이 불안하기도 하다. 그러나 쿠데타와 내전, 독재 등 정치 불안이 계속되고 마약과 치안 불안 등으로 악명 높은 중앙아메리카 지역에서 이 정도의 반부패지수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GDP가 우리나라보다 1/3 수준인 개발도상국 코스타리카가 대한민국보다 13단계나 높은 순위에 올랐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 심지어 GDP 1/10 수준인 부탄과 비교하면?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부패는 매우 심각하다. 수년전 유치원과 요양원 비리사건에서 드러나듯,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 대신 ‘요람에서 무덤까지 부정과 비리’가 판을 치고 있다는 냉소가 난무한다. 이 것 뿐인가?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국정농단 등 권력형 부패, 방산 비리 등 대형 부패사건들이 잊을 만 하면 터져 나온다. 뇌물과 직권남용이 정치와 공직사회에, 횡령과 세금탈루가 일반화된 전근대적 기업문화가 여전히 깊게 뿌리내려 있다. 그 폐해가 너무 커 소위 김영란법까지 만들었지만 여전히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의의 최후 보루라는 사법부조차 해괴한 농단으로 믿지 못하며 여전히 유전무죄가 통용된다. 글로벌기업이라는 삼성이 분식회계로 회계조작까지 저지르는 나라다.
사회서비스 등 민간영역에서부터 공공분야에 이르기까지 부패가 만연하여, 도대체 어느 곳(집단)이 떳떳하며 깨끗한 곳인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하소연할 지경이다. UN 행복보고서 조사 중 "당신 나라의 정부와 기업계에 부패가 만연해 있나?"는 질문에 한국인들 대부분이 '예'라고 대답한 이유를 알만하다.
한편 국민권익위가 2018년 1월 발표한 ‘부패와 경제성장의 상관관계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가 10점 상승 시 1인당 GDP 성장률은 0.52~0.53%P 증가하고, 일인당 소득의 4만 달러 달성 시기를 3년, 5만 달러 달성 시기를 5년 앞당길 수 있으며, 2030년까지 매년 2만 7천~5만 개 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부패 청산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보고다.
또한 비슷한 시기(2017.12)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문재인 정부 최우선 국정과제로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을 뽑은 의견이 20.4%로 가장 높았다.
이러한 국민여론에 부응한 것인지, 문재인 정부는 2018년 4월 반부패 5개년 계획을 세웠고, 급기야 지난2018년 11월에는 '3차 반부패회의'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생활 적폐 청산'을 강도높게 주문하기에 이른다. △학사비리 △공공기관 채용비리 △공공분야 불공정 갑질 △보조금 부정수급 △지역토착 비리 △편법·변칙 탈세 △요양병원 비리 △재개발·재건축 비리 △안전분야 부패 등 9가지 생활적폐 과제를 설정한 것.
이날 회의 마치며 문대통령은 "반부패 정책은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추진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2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국민들의 부패 체감 정도는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부패없는 깨끗한 나라. 대한민국을! 부패는 사회 정의와 법치주의를 해치고, 민주주의를 위협할뿐 아니라 건전한 경제 발전도 가로 막는다. 즉 국민의 행복을 저해한다. ‘부패’는 행복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정부에 대한 신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GDP가 아무리 높아도 사회적 지원이 없거나, 부패가 심한 나라라면 행복하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행복하려면 부패가 근절돼야 한다! 부패없는 나라가 행복한 나라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