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Diplomatique - 시계 밖으로 탈출하는 삶을 위하여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의 흐름에 동참하는 것은 사회 구조나 조직의 목표에 우리의 시간을 맡기는 것이다. 타의에 내맡긴 시간은 시곗바늘과 달력의 칸이 만들어내는 공간으로 치환되어 수치화, 계량화된다. 하지만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그렇게 측정한 기계적 시간은 진정한 시간이 아니라고 했다. 삶을 경험하고 생명이 변화하는 것, 그렇게 지속되는 것이 순수하고 진정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시계의 눈금 같은 표면적인 현상만을 탐구하면 삶의 창조성과 자발성이 본래의 빛을 찾지 못한다고 한다.
이렇게 무언가 기다리며 웅크리고 내부로 침잠하는 시간 속에서 감춰져 있던 것이 보인다. 혼자 있는 시간, 텅 빈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서 그 사람의 세계가 드러난다. 한 사람의 세계가 돋보이며 존재의 결이 선명해진다. 그렇게 보낸 시간은 또렷하게 삶에 새겨진다.
제각각 흐르는 시계의 움직임 앞에서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시간은 전부 흩어지고, 온전히 손에 잡을 수 있는 것이라곤 지금 이 수많은 시간 앞에 서 있는 나 자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나'라는 1인분의 우주에 담긴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시간뿐이다. 모든 사람의 시간은 상대적이며 일회적인 각자의 우주다. 우주마다 다른 질서를 지니고 저마다의 속도로 새로운 별을 창조한다. 베르그송이 말한 '삶의 약동'은 그런 것이다. 스스로 나의 시간을 인지하고 모든 순간을 경험하면서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때 각자가 가진 창조성이 빛난다. 약동하는 삶은 바로 그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