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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aumazein Jun 15. 2021

나를 뒤흔든 세상의 문장들 5

결: 거침에 대하여

빠리의 택시 운전사 아저씨로 유명한

홍세화 작가를 만났다.

코로나로 언택트 한 시대,

온라인 유튜브 방송이었지만

밀도 있게 강연해주신 덕분에,

그리고 미리 그의 책을 읽고

노트북 앞에 앉은 시간 덕분에

흡수하듯 끄덕이며 폭풍 공감하였다.


우리를 향한, 세상을 향한 칼날처럼 차가운 지적 같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나와 세상에 대한 간절한 따뜻함을 느낀, 꽤 오랜만에 신선한 강연이었다.


모두가 변해야 한다 알고 외치는데
왜 이 사회는 변하지 않는 것일까!

핵심은 이것이다.

우리는 모두 타인을 설득하려고만 하지
설득당하려고는 하지 않는가.
타자에 대한 혐오를 쏟아내는 사람은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면
자기 정체성부터 확립해야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그 과정에서 나조차 몰랐던 나를 발견할 수 있다. 한 곳에 머물려 해서는 안 된다.
- 홍세화, <결: 거침에 대하여>


도대체 왜 이 사회는 안 변하는 거야!라는 외침 뒤에

나를 되돌아봐 아하는 이유이다.

인이 틀려야 내가 옳을 수 있다는 상대평가에

슬프게도 찌든 우리들.


우리는 모두 옳고 그르지 않아.
정당하게 존재할 뿐이야.


거의 모든 사회 구성원이
회의하는 자아로 살고 있지 않다.
회의하는 자아가 아니므로
부부 사이든 어떤 사이든
참된 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삶의 세계관이 서로 달랐다가
가까워지는 데서 오는
인간관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인간은 본디 외로운 존재인데,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이 외로움을 위무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돈독함과
풍요로움을 누리기 어렵다.
외로운 존재로 남은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소유에 집착하면서
물신주의에 귀의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는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일말의 회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고집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언제까지 저 먼 곳에서 슬픈 날개짓을 하고 있는

자유의 날개를 기다리고만 있을 것인가.


독수리는 자기가 독수리라 말하지 않고
그저 온몸으로 독수리임을 보여준다.
행동 없는 말들은 힘없이 지치는 날들이다.
나 역시 내가 한 무수한 말들을 뒤로하고,
독수리처럼 삶으로 나를 보여주고,
삶으로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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