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à Giang, Việt Nam
높이 오르면 멀리까지 보이는 줄 알았다.
높이 오르면 선명하게, 머얼리 볼 수 있다는 믿음은 어디에서 빚진 것일까.
시내에서 혼자 걸어, 빗길을 거슬러 올라
높이 간다기보다는, 멀리 간다는 기분으로 오른 하장의 산행.
밤새 비가 내려 흙길이며 나뭇가지며 물기를 머금고
흥건해진 신발 속이
장마 통 명주이불처럼 묵직해지는 베트남 북부의 우기.
이 장대비 빗길 위에 오고 가는 이가 없을 것이므로,
그걸 알고 걷는,
혼자 걷는 길은 다락방처럼 차분해지고
그냥 좀 멀리 간다는 기분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질퍽이며 걷는 길.
굽이굽이 걸어 오른 산행 끝에 마주친 하장의 풍경.
구름 지나가는 하늘길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그곳에서도
아직 걷히지 못한 안개 덕분에 멀리 볼 수 없다는 것이
세상일이라는 게 언제고 내 마음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듯이
까마득히 오른다 한들 기막히게 멀리까지 볼 수 없다는 것이
저 하늘 구름처럼, 굽이지는 시내처럼 결을 따라 흘러가라는 듯이.
목화솜 같은 구름이 너울대는 캔버스 빛 하늘을 머리에 지고
다시 시내로 돌아 나오는
똑같이 혼자였으나 걸음이 가벼워지던 하산길.
높이 올라 발아래 한 번 본 것뿐인 아침 산행이
세상의 절반쯤은 내 편인 것처럼 상쾌해지고
다시금 날이 밝아온다는 안도와 비가 걷히고 있다는 미약한 믿음조차
내 등을 토닥이는,
축축해진 어깨와 묵묵하게 빗물 머금은 신발짝조차 빗속의 나를 웃게 해 주는,
비 내리는 산속에서 초록 잎처럼 물들었던 우기의 산행.
하장의 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