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뷔 Tony Bui 감독
세 개의 계절
사람을 계절에 비유한 것인가.
서너 가지의 흐름이 엮인 이 작품은 비단 키에슬로프스키 Kieślowski 감독의 세 가지색 블루, 화이트, 레드에서처럼 인물들이 서로 스치는 장면도 등장한다.
나는 단순히 베트남에 대한 관심에서 이 영화를 선택했다. 잘 만들어진 영화는 한 나라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이기도 하니까. 또 때마침 4월 30일이, 노동자의 날인 5월 1일에 하루 앞선 이 날이 베트남의 승전일이기도 해서 관련 기사를 읽다가 새삼 베트남에 대한 추억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씨클로운전사와 몸을 파는 여자의 이야기
라이터 등을 팔며 생활하는 꼬마 행상인
과거에 버린 딸을 다시 찾아나선 해군 출신의 미국 남자
연꽃을 모아 내다파는 여자과 사고로 인해 흉한 상처 가득한몰골을 감추고 시를 쓰는 남자와의 이야기
영화는 이들의 일상을 따라간다. 도시와 도시 밖의 삶이 배경인 이 영화는 한없이 외로운 이들의 생활 속에서 베트남의 일상을 아주 아름답게 보여준다. 햇볕에 그을린 씨클로운전자와 그가 씨클로에 앉아 보내는 한낮의 햇볕, 씨클로가 기대 선 코카콜라 간판에 반사되는 열기 섞인 빛의 채도. 기와 기붕 얹은 전통 가옥과 그것을 둘러싼 호수에 핀 연꽃 정원. 앙다운 연꽃과 연초록빛의 연잎.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쪽배와 그 위의 햇볕 가리는 농을 쓴 여인들의 모습. 그들의 땀과 고단함이 아니라면 그저 풍경화에나 어울릴 법한 풍경. 그리고 신세한탄이자 노동요인 그들의 노래. 이런 것들이 기울어진 볕과 어울어져 베트남의 더위와 그들의 생기있는 생활상을 영상에 담아냈다.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해서, 우연히 마주친 인연에 대해서, 그리고 다시 찾아야만 하는 인연에 대해서도 숨막히는 반전이나 사건의 전개보다는 느린 템포로 이들 주인공의 여러 날을 통해 그것을 이야기한다.
관광지로서의 베트남과 전쟁터였던 베트남 너머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으로서의 베트남을 이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출처
https://www.arthaus.de/three_seasons
https://www.filmlinc.org/films/three-seasons/
https://www.criterionchannel.com/videos/three-seas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