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 진로에 서서
인생을 살다 보니 다가서는 모퉁이마다 갈래길이 나온다. 때로는 두 갈래길, 때로는 세 갈래길, 때로는 몇 갈래인지 알 수조차 없는 막막한 숲길.
지금 맞닥뜨린 길이 선택지를 알 수 없는 울창한 숲길이 아니라 단 두 갈래길이라고 해서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보다 뭔가를 재고 따져서 하나를 골라야 하는 선택이, 점심에 먹을 스시 (어처구니 없게도, 호주에서는 캘리포니아 롤이나 김밥 같은 걸 반으로 댕강 자른 것을 스시라고 부른다.) 하나를 고를 때도 남들보다 오래 걸리는 나 같은 유형에게는 더 어려울지 모른다.
작년에 시작한 ES(Education support) 공부와 일은 나와 잘 맞는 편이다. 나라는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에 맞는다기 보다는 나의 상황에 더 맞는다고 보는 게 정확하겠다. 일하는 시간이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라서,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과 일치한다.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고려하더라도 아이가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은 단 10분에서 20분 정도밖에 안 되니, 6학년인 아이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또한 학교 방학 때 같이 쉴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도 있다. 이 두 가지는 다른 어떤 직업에서도 찾기 어려운, 내 상황에 너무나 잘 맞는 조건이다. 게다가 일이 끝나면 집에 와서 더 생각하거나 추가로 일에 대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오후 3시 반이면 그날은 그걸로 끝!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일하는 것이 나처럼 내향적 사람이 적응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일단 아이들을 수업에 참여시키고 집중하게끔 해야 하는 일은 끊임없는 개입과 잔소리를 의미한다. 남의 일에 간섭하기 싫어하고 누가 나에게 잔소리하는 것도 싫어하는 내 성격과는 정반대의 일이다. 게다가 목소리도 작고 목이 쉽게 상하는 내가 온종일 크게 떠들어야 한다. (가끔 아이들은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ㅜㅜ ) 그러다 보니 퇴근하고 집에 올 때면 영락없이 목이 쉬어있다. 보온병을 끼고 다니면서 중간중간 따듯한 물을 마셔 주지만, 주변의 모든 것이 잠재적 병균인 Prep (1학년보다 아래 학년) 교실에서 운이 좋게도 내 손이 물건에 하나도 닿지 않을 확률은 미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잠깐만 방심해도 곧장 감기로 이어진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아, 무시무시한 책임감으로 결근 없이 제대로 출근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잘하는 일이다. 조금만 버티자 하며 몇 주가 지나면 어느새 방학이 다가온다. (호주의 초중고는 1년에 방학이 네 번 있다. 학기가 아니라 Term 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보통 10주 정도 수업을 하고 2주 정도의 방학이 있으며, 여름방학인 12월 말-1월 사이에만 6주의 긴 방학이 있다.)
학교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생긴다. 어떤 선생님은 소리를 크게 지르지 않아도 아이들이 잘 따르고, 보통의 선생님들도 떠드는 아이들을 한 순간 정적으로 만들어버리는 마법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이들을 다루는 것은 기술이 들어가는 일인 듯도 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들을 성장하도록 돕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사명감일 것이다.
매일 똑같아 보이는 아이들이 몇 주후 조금씩 나아지는 걸 목격했을 때, 내가 관찰했던 것을 토대로 다르게 적용했는데 그 아이가 전보다 나아졌을 때.. 이럴 때면 가르친다는 일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하지만 내 건강과, 내 개인적 삶의 한 부분을 어느 정도 내어줄 정도로 나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가?
곧바로 대답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Teacher 가 될 자격이 있는지, 제대로 공부할 준비가 되었는지 아직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렇게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언제부턴가 내가 하는 것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신, 시도라도 조금 해보는 것이다. 그다음은 운에 맡기면 된다. 되면 되는 거고, 안 되면 더 좋은 다른 일이 있는 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