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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인A Dec 15. 2022

육아15. 데이케어(미국 어린이집)에 보낼 결심

이 아이는 내 아이다. 걱정말거라.

나와 남편은 여전히 교대근무를 하며 일과 육아를 해오고 있었다. 아이가 커가면서 낮잠이 줄어가고 일할 시간이 줄어갔다. 그래서 몇 주 전부터 주2일 하루 3시간 아이를 돌봐주는 시터 이모님을 구했다. 확실히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숨통이 트이는 수준 그 이상은 아니었다. 이대로 계속 갈 순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획기적 전환이 필요했다. 


임신 초기부터 웨이팅 리스트에 등록해둔 학교 소속 데이케어(미국의 어린이집)은 대기한지 17개월이 다 되어가건만 소식이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 지 모른다. 아무래도 다른 데이케어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주변 데이케어 리스트를 뽑아 전화로 문의했다. 대부분 인지도가 있고 괜찮은 곳은 1년 이상의 대기가 있었다. 대기 기간 6개월 이하인 곳을 세 곳 골라 남편과 투어를 갔다. 


한 곳은 자리가 많았지만 절대 보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청결상태와 케어상태가 안 좋았다. 아이가 울어도 한참동안 신경도 안쓰고 infant 나이 아기들은 계속해서 스윙에 방치된 상태로 있었으며 무엇보다 위생상태가 너무 불량했다. 센터에서 시설에 돈을 최대한 안쓰려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비용은 세 곳 중 가장 비쌌는데도 말이다. 나머지 두 곳은 보낼 수도 있겠다 싶은 곳이었다. 한 곳은 다음 주부터 보낼 수 있다고 했고, 다른 한 곳은 아마 2-3개월 정도 더 기다려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시터 이모님으로 3개월을 더 버티다가 돌 지나서 데이케어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던 중 이모님께서 건강이 악화되어 그만두셔야 한다고 했다. 


다음 주 부터 보낼 수 있다는 데이케어에 당장 보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다음 주면 아이는 9개월이 될 터였다. 



한편으론 일 양이 많은 맞벌이 부부가 9개월 버텼으면 오래 버텼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내가 일을 덜하고 체력을 덜 아끼면 되는데 애를 희생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일을 덜하고 체력을 더 쓰는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도 남편도 약 8개월 정도 남은 시간동안 실적을 쌓아야하는 때였고, 임신으로 내 체력은 더 바닥나고 있었으며 아기는 점점 더 많은 활동을 요구하고 있었다.


마음 한 켠에서는 데이케어를 보내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으면서도 그렇게 하자는 말이 섣불리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엄마랑 떨어지기 싫다고 우는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엄마랑 떨어져서 놀다가도 또 엄마가 온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렇게 한층 더 성장할 아이의 모습을 상상해봐도 마음이 달래지지 않았다. 아이가 날 버렸다고 느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다.


남편은 12개월이 되면 아이가 더 떨어지기 어려워할 수도 있다고 지금 보내는 게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한 아이를 9개월에 보내보고 12개월에도 보내보지 않는 한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결심이 서질 않았다. 나를 위해서는 보내는 편이 나았고 그게 결국 아이를 위하는 것일 거라고 마음을 다 잡아도 엄마를 찾는 아이 울음소리를 생각하면 마음이 약해졌다. 




며칠 전 교회에 갔다. 겸손히 모든 염려를 맡기라는 설교 메세지가 마음에 남아 그 말씀을 생각하며 기도했다. 아이가 데이케어에 가는데 너무 걱정이 된다고. 이 염려하는 마음을 내려 놓고 믿음을 가지면 좋겠다고. 그러자 갑자기 이런 마음이 들게 하셨다. (사람들은 이런걸 음성을 들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아이는 내 아이다. 걱정 말거라."


이 마음이 신의 음성인지, 내 무의식이 만들어낸 메세지인지 나는 100% 알 수 없으나 이 메세지를 받고 나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안도감이 들었고 두려움이 들었다. 데이케어 가서도 아이는 잘 지낼 거라는 안도감, 하지만 이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구나 내 식대로 키우려고 해서는 안되는구나 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었다.   

아이를 갖기로 결심하고 임신하고 출산하기까지, 돌아보면 이런게 하나님의 역사하심인가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마음과 생각과 상황들이었다. 그래서 이 아이는 어떤 미션을 갖고 나오게 된 아이일까 궁금했다. "내 마음, 그리스도의 집"이라는 뜻의 이름을 주었지만 그 이름 조차도 내가 만들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처음부터 내 아이가 아니었고 임신/출산/양육 과정 역시 내 생각대로 된 것이 아님에도 이 아이를 내 아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이 아이를 가장 걱정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오만을 회개한다. 이 아이는 하나님의 아이다. 나는 하나님의 능력과 계획 앞에 겸손하고 순종해야한다. 내가 이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도록 건강, 지혜, 사랑이 충만하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에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벧전 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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