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은 놀랍도록 작은 것에 의해 채워졌다 - 엄마의 일기장
살면서 한 번도 내가 엄마 인생의 우선순위 5위 안에 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29살 어느 날 이 생각이 깨졌다.
카톡으로 동생에게서 사진이 여러 장 와있었다.
사진은 집을 정리하다가 나온 엄마의 예전 일기장 내용들이었다. 일기장에는 나를 만나고 처음 엄마가 된 20대 중반의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처음 하는 출산을 두려워했고,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던 작은 아기의 건강을 걱정했고, 그 아기를 걱정하며 눈물을 흘리는 자신의 모습에 낯설어했고, 그 아이를 키우며 아주 작은 것에도 (기저귀를 갈 때 엉덩이를 들어주는 아기의 움직임에도) 크게 행복해했다.
나는 그 기록들을 보며 아주 오랫동안 목놓아 울었다.
그렇다. 나도 엄마에게 전부인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엄마 인생에서 최고 우선순위였던 시간이 있었다.
이 사실이 나에게 풍성한 채워짐을 주었다. 마음속 텅 빈 부분이 매워지는 느낌이었다.
비록 내 기억 속에 없었던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은 기록으로 뚜렷하게 존재했다.
그 기록들을 보고 난 후의 나는 그 전의 나와 다른 사람이었다.
나는 이제 엄마의 전부인 적이 있었던 사람이 되었다.
9.23 (생후 5일째)
우리 아기가 황달이 심해 유리관 속에 있어야만 했다.
유리창으로 들여다봤다.
너무나 울고 있었다. 그렇다고 들어가 달래거나 안을수도 없고 마음이 아팠다. 괜히 눈물이 났다.
[아가야 울지마] 마음 속으로 얘기하며 사람이 없는 복도로 발을 옮기며 마구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나 자신도 놀랬다. 아기의 울음소리에 내가 이리 눈물이 나오다니.
기지개를 하는 모습도하품도 쉬했을 때 기저귀를 갈아줄려고 하면 다리와 히프를 덜렁드는 모습까지 이쁘고 피곤한 나를 기쁘게 한다. 남편이 기타를 치고 또 피아노를 쳐주면 새근 새근 잠두는 모습 또한 천사같다. 요즘엔 손을 빨며 혼자 잠이 들 때가 많고 혼자 노는 시간도 길어졌다.
기어다닐 때가 힘들다고들 말한다.
하루의 시간을 처음보다 훨씬 여유있게 보내면서...
얼러주면 옹알이를 하며 웃는 모습이 나의 마음을 너무나 벅차게 만든다. 앞으로 더 예쁜 모습들을 엄마아빠에게 보일 우리 예쁜 oo이가 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