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직업만큼 시작과 끝이 이토록 갑작스러운 직업이 또 있을까.
9월이 시작되고 얼마 후, 11월 방송 예정인 파일럿 프로그램의 제안이 들어왔다.
막연하게, 언젠가 다시 일할 수 있겠지,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제안이 들어오자 하나부터 열까지 지금 당장 일할 수 없는 이유들만 떠올랐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아이가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에 갔다 오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2시간.
2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거라곤 텔레비전 전원을 켜고 넷플릭스나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는 게 전부일 텐데.
내가 올 때까지 잘 있을 수 있을까.
다행인 건 그동안 집에 캠도 설치하고 혼자서 하교하는 연습도 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이 여느 직장인들처럼 출,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 시간 안에는 회사 밖을 나갈 수 없는 딱딱한 직장인이 아니라는 사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는 내게 남편은,
우리는 언제나 답을 찾아왔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라고 말해주었다.
아무리 남편이 육아를 잘 도와준다고 해도 맞벌이 부부에게 아이에 대한 책임은 엄마에게 더 있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서로 동등하게, 바통 터치를 잘해 가며, 남의 손 빌리지 않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다.
이런 기회와 환경에 감사하며 더 열심히, 잘, 이 번 일을 마무리하자고 마음을 다독여 보는데.
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