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작 Sep 24. 2021

다시, 방송작가

이 직업만큼 시작과 끝이 이토록 갑작스러운 직업이 또 있을까.

9월이 시작되고 얼마 후, 11월 방송 예정인 파일럿 프로그램의 제안이 들어왔다.

막연하게, 언젠가 다시 일할 수 있겠지,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제안이 들어오자 하나부터 열까지 지금 당장 일할 수 없는 이유들만 떠올랐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아이가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에 갔다 오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2시간.

2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거라곤 텔레비전 전원을 켜고 넷플릭스나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는 게 전부일 텐데.

내가 올 때까지 잘 있을 수 있을까.


다행인 건 그동안 집에 캠도 설치하고 혼자서 하교하는 연습도 했다는 .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이 여느 직장인들처럼 출,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 시간 안에는 회사 밖을 나갈 수 없는 딱딱한 직장인이 아니라는 사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는 내게 남편은,

우리는 언제나 답을 찾아왔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라고 말해주었다.


아무리 남편이 육아를 도와준다고 해도 맞벌이 부부에게 아이에 대한 책임은 엄마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서로 동등하게, 바통 터치를 잘해 가며, 남의 손 빌리지 않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다.

이런 기회와 환경에 감사하며 더 열심히, 잘, 이 번 일을 마무리하자고 마음을 다독여 보는데.


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님, 대기업이잖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