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중간 점검

by 이작


방송작가로서 내 역사는 매번 비슷하다.


잘하고 싶다는 열정이 넘쳐 주변 사람을 부담스럽게 하고, 나의 열정을 제대로 알아봐 주지 않는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문제는 혼자만 생각하지 않고 반드시 상대방에게 어떤 식으로든 알린다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나의 말에 오해를 하고 관계는 진짜 심각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결국, 서로 다시는 이 사람과 일하지 말아야지, 가 된다.


작년부터 나보다 나이도 연차도 어린 피디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나보다 나이 많은 피디들은 이제 더는 제작을 하지 않는 연차가 되었다.

어린 피디들의 장점은 사소한 부분에 눈치 볼 일 없이 내 마음대로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년, all 재택근무를 했지만 프로그램은 폭망 했다.


이번엔 작년에 함께 일했던 피디보다 나이도 연차도 더 어린 피디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프로그램적으로 너무 경험이 적어 가끔 깜짝 놀랄 때도 있지만 장점들을 생각하며 불안한 마음을 애써 누르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방송작가로서 내 역사는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

나는 또 오버를 했고,

그것을 상대방이 어떻게든 알아차리게 했고

서로의 감정은 예민하게 날이 섰다.

아마 다시는 같이 일 못 하겠네,를 어디선가 말하고 다니겠지.


한 가지 다행인 건, 이럴 때일수록 나는 더 이기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말과 반응에 철저히 귀를 닫고

전혀 상처 받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한다.

한 마디로 자기 방어기제가 작동되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오늘도 이렇게 자기 암시를 걸며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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