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 Nov 19. 2023

린 캐년 원정대

2023.08.07.월요일

오늘은 월요일이다. 하지만 즐거운 공휴일이다. 학원의 브라질 친구인 L을 비롯한 여러 학원 친구들과 함께 린 캐년이라는 곳에 가기로 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연휴라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일찍 서둘러 만나기로 했다. 나는 친구들과 함께 먹을 주먹밥을 쌌다. 채식주의자인 L을 위해서 당근, 양파, 토마토만 넣고 고추장, 참기름으로 맛을 냈다. 그런대로 먹을만하다. 신나게 학원으로 향했다. 학원 앞에는 낯선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느낌에 린 캐년에 같이 가는 그룹인 것 같아서 인사했더니 맞다. 서로 자기 소개를 하는데 어떤 학생이 와서 기웃거린다. 우리가 린 캐년에 가냐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자기는 여기 학원 학생인데 아직 학원 문을 안 열어서 물어보려고 온 거란다. 오늘이 공휴일이라고 했더니 몹시 당황한다. 오늘이 학원 첫날이란다. 오늘 휴일이라 학원이 문을 닫았다고 설명해주었다. 약간(?) 즐거워하면서 돌아간다. 후후. 긴장하고 왔을텐데 휴일이라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 같다. 


잠시 후 10명의 학생이 모였다. 브라질, 멕시코, 중국, 대만, 일본, 한국 국적도 다양하다. 나 외에도 한국 학생이 한 명 더 있다. 너무 반갑다. 빅 그룹을 이룬 우리는 신나게 버스를 타고 린 캐년으로 향했다. 일행 중 한 명은 브라질 학생인데 유튜버란다. 아직 신생 유튜버다. 그녀의 채널을 구독하고 좋아요를 눌러 주었다. 자기 나라 말로 해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하길래 번역 기능으로 영어 자막을 이용해서 보았다. 물론 영어도 잘 모르긴 하지만 포르투칼어(브라질언어)보다는 낫겠지. 그랬더니 되게 수줍어하면서 좋아한다. 

린 캐년까지는 약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야 했는데 앞장서는 대만 친구가 있어서 나는 그냥 뒤를 따라 갔다. 보통은 내가 길잡이를 하는데 여기서는 편하게 따라 다녔다. 버스에서 내려서 5분 정도 걸어가니까 협곡 입구가 나온다. 

여기에는 협곡을 가로질러 놓인 출렁 다리가 있다. 여기 말고 카필라노 현수교라는 곳이 더 크지만 거기는 입장료가 거의 6만원 정도 된다. 그리고 너무 비싼 것에 비해서 볼게 없다고 들었다. 여기가 훨씬 낫다. 우리는 신나게 출렁다리를 건넜다. 다리 중간에 서서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었다. 



출렁 다리를 한바탕 흔들어 놓고 계곡을 따라 걸었다. 계곡의 중간에 시원한 물 웅덩이가 있고 거기에서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다. 브라질 친구 한 명이 자기는 수영할거라고 옷을 벗는다. 수용복을 입고 왔다. 오예! 다른 친구들과 나는 양말을 벗고 발만 담갔다. 다들 물이 차갑다고 난리다. 응? 내가 느끼기에는 호들갑을 떨 정도로 차가운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 나라의 계곡 물이 뼈가 시리도록 차갑다. 여기는 그냥 시원한 정도다. 

수영하는 친구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우리끼리도 사진을 찍었다. 다들 맨발로 걸으면서 자갈 때문에 발바닥이 아프다고 난리다. 윽! 너희는 아직 젊은데 벌써 그러면 어쩌냐. 발을 말리고 다시 신발을 신고 길을 나섰다. 아까 수영한 친구는 가져온 숄로 간단하게 치마를 만들어 입는다. 참 간편해 보인다. 




조금 더 올라가니까 나무로 둘러싸인 넓은 공간이 나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보다는 브런치에 가깝다. 한 친구가 가져온 돗자리와 내가 가져간 비치타올을 펼치니 근사한 피크닉 공간이 되었다. 다들 각자 가져온 것을 꺼내서 같이 나누어 먹었다. 나의 주먹밥은 단연 인기! 야채로만 만들었다고 하니까 브라질 친구 L이 매우 좋아한다. 전에 보드게임 모임에 내가 싸간 떡볶이와 만두튀김을 맛나게 먹었던 친구들이 이번에도 너무 맛있다고 호들갑이다. 어떻게 만드냐고 자세히 묻는다. 자기들도 만들어 보겠단다. 그래서 고추장과 참기름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한국 마트에서 사서 시도해 보겠단다. 그래. 도전은 좋은 것이다. 유튜버라는 친구가 내 주먹밥을 들고 영상으로 찍다가 나에게 이 음식의 이름을 말하는 장면을 찍어도 되냐고 묻는다. 그래. 그래서 천천히 영어로 설명해주었다. 아주 심플한 영어로 표현했다. 아마도 그녀의 유투브 영상에 내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하.하.

대만 친구가 우리 나라의 꽃빵 같은 것을 주어서 먹었는데 담백하다. 어떤 친구는 식빵과 땅콩버터를 통째로 가져 왔다. 통도 크다. 다들 좋아한다. 어떤 친구가 달달한 도너츠에 땅콩버터를 발라 먹는다. 다들 호기심으로 쳐다보다가 너도나도 만들어 먹어 본다. 다양한 디저트와 빵, 샐러드를 함께 나누어 먹었다. 너무 신나고 재밌는 시간이다.



배를 채우고 나서 위쪽에 있다는 호수를 향해 출발. 예상했던 길이 아닌 길로 갔지만 결국 호수에 도착했다.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여기저기 길이 잘 되어 있다. 호수가 나오자 다들 감탄을 한다. 그래. 예쁘다. 하늘도 예쁘고 나무도 엄청 커서 숲이 비치는 모습도 예쁘다.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고 난리다. 다들 멋진 포즈도 취하고 웃긴 포즈도 취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호수를 한바퀴 돌아서 다시 원위치로 왔다. 호수가 그리 크지는 않아서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가고자 한다면 크게 돌아서 멀리 걸을 수도 있지만 산행 초보들이 있어서 그냥 가볍게 산책만 했다. 아까 수영했던 친구가 호수에서도 수영하기를 원했는데 수영 금지란다. 보니까 여기저기서 낚시를 하고 있다. 수영하고 낚시가 공존하기는 어렵지. 



다시 서스펜션 브릿지를 건너기 위해 원점으로 돌아왔는데 허걱! 양쪽으로 다리를 건너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우리는 나가는 쪽이라 그나마 줄이 길지는 않았는데 이쪽으로 들어오려는 줄이 한도 끝도 없다. 보니까 이제서야 사람들이 마구마구 밀려 들어오고 있다. 주차장도 꽉 차서 차들이 줄 지어 있다. 우리는 일찍 오기를 너무 잘했다고 서로서로 칭찬을 했다

협곡 입구에 어린아이들을 위한 박물관(체험관)이 있는데 몇 명의 친구들이 거기 가보자고 한다. 그래. 가보자. 아기자기한 공간에 숲에 대한 해설, 질문을 맞추면 불이 들어오는 시설, 색칠하는 공간 등이 있다. 다들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일부 친구들은 어린이들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색칠 놀이를 하고 있다. 자기네 홈스테이의 아이들을 위해서란다. 다들 참 귀엽다. 역시 젊은이들과 함께 노니까 나도 어려지는 것 같아서 좋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인스타그램의 그룹을 묶었다. 오늘 서로 찍어준 사진과 영상들을 그룹방에서 공유하자고 했다. 일본 친구 한 명만 인스타가 없고 다들 있다. 역시 인스타 계정을 만들어 두기를 정말 한 것 같다. 버스 안에서 신나게 사진을 주고 받았다. 집에 와서 씻고 노트북을 켜니까 인스타그램의 메시지가 난리가 났다. 친구들 중에는 사진을 그냥 올리지 않고 재밌게 편집해서 올리는 친구도 있다. 다들 재주들이 많다.


이번 연휴도 즐겁게 지나갔다. 생각해보니까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하루도 그냥 지나간 날이 없다. 토요일은 시민회관 모임과 밋업 보드게임 모임, 일요일은 그랜빌 아일랜드와 인도 음식점, 월요일은 린 캐년에 다냐왔다. 학원친구들, 기숙사친구들과 함께 한바탕 즐겁게 놀았다. 정말 신나게 놀았구나. 나는 지금 참 행복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운타운에서 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