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에 오르다 1편
제주도에는 오름이라는 것이 있다. 한라산의 측화산(기생화산)이라고도 하고 화산이 한 번만 분출해서 단성화산이라고도 한다. 제주도에는 300개가 넘는 오름이 있다고 하는데 높이와 모양이 제각각이라서 풍경도 다양하다고 한다.
2021년 10월에 올랐던 오름 여섯 곳을 소개할까 한다.
제주도 여행은 여름이나 겨울에 주로 가게 되는데 워크숍이 10월에 제주에서 있어서 핑계김에 가을 제주에 갈 수 있었다. 덕분에 억새도 실컷 보고 가을 제주 바다도 즐길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첫 번째 소개할 오름은 새별오름이다. 10여 년 전에 1박 2일 시즌1에서 소개되었던 오름인데 새별오름은 이름도 참 예쁜 오름이다. 지금은 억새와 일몰 명소로 유명한 대표적 오름이 되었다. 샛별처럼 빛나서 새별오름이라고 부른다는데 가을 억새가 빛나는 모습을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새별오름 근처에는 어린이 승마체험장도 있고 큰 카페도 있는데, 내비게이션에 새별오름주차장을 찍으면 승마체험장이나 카페가 있는 새별오름관광주차장으로 안내가 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새별오름주차장은 굉장히 넓고 화장실도 있다. 탐방로도 잘 정비되어 있다. 제주의 오름 중에는 주차장이 없거나 있어도 협소한 곳도 있다. 특히 화장실이 없는 오름이 많으니까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새별오름주차장에는 푸드트럭들이 몇 개 있다. 힘들지 않은 코스지만 평소 운동 안 했던 사람들은 올라갔다 온 후 좀 쉬다 가도 좋을 것 같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사람이 많이 몰려가는 안내문 있는 쪽으로 가면 된다.
등반시간은 한 바퀴 돌아보는 시간이 30분 정도 소요된단다. 그런데 좀 천천히 경치를 즐기면서, 오르막에서는 많이 쉬면서 가니까 40분 정도 걸렸다.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길을 쭈욱 올라가야 된다. 오른쪽 길은 평지를 한참 가다가 완만하게 오르는 길이 나온다. 나는 개인적으로 오르막은 가파르게 올라가고 내리막은 완만하게 내려가는 것을 좋아한다. 왜냐면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갈 때는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소 완만하게 오르다가 뜨악하고 오르막이 펼쳐진다. 사진으로 잘 표현이 안되지만 엄청 가파르다. 하지만 쉬엄쉬엄 오르면 된다. 아가들도 씩씩하게 잘 올라간다. 특히 계단이 아니어서 더 좋다.
오르다가 뒤돌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저 멀리 제주의 들판과 바다, 그리고 주차장이 보인다.
가을 억새도 좋았지만 제주의 가을 하늘, 구름이 예술이었다. 정말 날씨 운이 기가 막혔다. 너무나 아름다운 하늘과 구름을 실컷 볼 수 있었다. 절대로 한 번에 오르겠다고 무리할 필요가 없다. 오르다가 쉬면서 사진 찍고 또 오르다가 쉬면서 사진 찍는다. 올라갈 때마다 풍광이 달라진다.
그렇게 오르다 보면 정상 표지석이 나온다. 새별오름 정상은 519.3미터이다. 생각보다 낮다. 아, 낮다는 것은 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내가 보통 다니던 산들에 비해 낮다는 것이다. 히말라야 트래킹에 갔다 온 나의 느낌으로는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파른 길로 올라오면 체감은 더 높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파노라마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사람이 너무 많았다. 정상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정상에서 바라본 제주의 풍경은 기가 막히다. 크고 작은 오름들과 들판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너무나 아름답다. 좀 더 경치를 즐기고 싶었으나 앉아있을 곳이 없고 사람도 너무 많아서 바로 하산을 시작한다. 가을 제주도에 놀러 온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사실 올라오면서도 억새를 간간히 찍었지만 그렇게까지 감탄할 정도는 아니라서 좀 실망했었다. 그런데 진면목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즉, 주차장을 기준으로 오른쪽 구역에 억새밭이 기가 막히게 펼쳐진다는 것이다. 만약 정상까지는 못 가겠고 억새만 보고 싶다면 안내문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
주차장까지 슬슬 걸어오면서 정말 많은 사진을 찍었다. 올라갈 때 사진의 세배 정도 많이 찍은 것 같다. 한 바퀴 도는데 총 소요시간은 40분 정도 걸렸다. 하지만 작정하고 걷기만 하면 20분이면 될 것 같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충분히 즐기면서 쉬엄쉬엄 올라갔다 오자.
이 글을 쓰기 위해 내용을 정리하다가 알았다. 새별오름의 분화구는 정상표지석의 뒤쪽이었다는 것을. 갈대가 많이 펼쳐진 주차장 쪽은 새별오름의 뒷면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정작 새별오름의 분화구 쪽은 그 반대편이었다.
그렇다면 정상표지석의 방향이 반대가 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아닌가? 표지석의 뒤를 배경으로 한다면 지금 방향이 맞나?
어차피 항공 촬영이 아니라면 전체 모습을 담기는 어려웠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다음에 또 갈 기회가 있다면 분화구 방향 사진도 찍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