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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닝리 Jan 26. 2023

신춘문예는 왜 우편접수만 받는 거지?

신춘문예 응모후기

지난 연말에 브런치에 썼던 단편소설을 조금 손봐서 신문사 신춘문예에 응모했다. 그리고 아마도 높은 경쟁률을 뚫지 못하고 낙선했다. 그런 걸로 하자.


그런데 낙선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던 건 이 시대에 신문사들은 여전히 우편으로만 원고를 접수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온라인 접수는 일절 받지 않고 말이다.


그래서 누런 대봉투를 구한 뒤 원고에 글자모양 문단모양을 조절하여 페이지 번호까지 달아서 출력해 놓고, 또 앞뒤에 응모정보를 출력해서 붙인 뒤 스테이플러를 어디에 찍어야 하는지 잠깐 고민하고, 원고를 넣은 봉투를 밀봉해 주소지를 쓴 다음 또 붉은 글씨로 봉투 겉면에 응모부문을 쓰고 우체국에 방문해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온라인으로 접수하면 응모자도 폰트나 페이지 번호, 스테이플러 등 소설 외적인 양식과 누락, 분실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고, 심사자도 분량이나 중복투고, 표절 체크가 쉬울 것인데 대체 왜 2020년대에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응모하는 내내 의아했다.


2000년대 중반 무렵이었다. 아직 세상에 스마트폰도 없고 나도 솜털 뽀송하던 그 시절에도 사실 한 번 신춘문예에 응모했던 적이 있다. 돌이켜보니 그때도 누런 봉투에 출력해서 등기우편으로 보냈던 기억이 난다.


20여 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우편접수를 고집하는 이유를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신춘문예라면 젊은 신인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제도 아닌가. 이 시대에 원고지로 쓰거나 온라인 접근성이 떨어지는 작가를 찾기가 더 어려울 것 같은데, 신문사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접수방법을 선호하는 이상한 레트로 감성이라도 있는 것일까.


공모전의 형식적 고루함은 새로운 시대적 감성을 담기에 부족한 그릇이다. 이번엔 부득이 출력물로 응모했지만 혹시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신문사 신춘문예 담당자에게 전해주길 바란다.


이제 그만 온라인 접수를 허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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