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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로운보라 Apr 02. 2020

상대의 마음을 얻는 why

10번 읽을 책을 만나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나는 2019년을 why노트로 ‘마음’을 찾은 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치부책이라고 부르던 why노트에게 ‘마음 노트’라고 예쁜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름을 붙여준다는 것은 내가 이름을 붙여준 것에 사랑과 정성을 다해서 관계를 맺겠다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10권을 뽑아서 평생 읽을 책만 남기고 버리라고 한다면? 1권만 남기라고 한다면? 이 책을 뽑고 싶다. <카네기 인간관계론>이다. 


인간의 마음은 낙하산과 같아서 펼쳐지지 않으면 쓸 수 없다. -<카네기 인간관계론>/p.5 옮긴이 최염순


2016년 독서모임의 지정도서로 이 책을 만났다. 낙하산은 펼쳐지지 않으면 쓸 수 없다. 추락하는 자에게서 펼쳐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낙하산을 펼치는 사람은 추락하는 자, 자신이다. 내가 내 마음을 얻고자 해야만 마음에 다가갈 수 있다. 그런데 마음을 펼친다는 것이 마음을 펼쳐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어렵다. 2015년부터 why를 기록했으니 5년이나 걸려 why노트에 이름을 붙였으니 내 마음과 관계를 맺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마음 열기의 시작은 존재에 특별한 이름을 붙여 주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우리 아이를 떠올려 보자. 뱃속에 있을 때는 태명을 불러 주고, 태어나기 전부터 이름을 잘 짓는 사람을 찾아가거나 부부가 고심해서 가장 좋은 의미를 담아 이름을 붙여준다. 이렇게 지어진 이름을 누군가 사랑을 담아 불러주면, 불러주는 사람과 친해진다.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는 인간관계를 잘 맺는 6가지 방법이 소개된다. 그중에 3번째가 ‘상대방의 이름을 잘 기억하라’다. 


20160204 #why 388

왜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중요할까?

왜 인간은 중요한 사람이고 싶어 할까?

왜 인정받으려는 욕구는 칭찬으로 채울 수 있을까?

왜 칭찬에 굶주려 있는 사람에게 칭찬을 베풀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할까?

왜 상대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질문을 하면 기억에 남을 수 있을까?

왜 상대를 움직이려면 내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이야기해야 할까?

왜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실천할 것이 많을까?


어떻게 하면 상대의 관심사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상대가 많은 사람들 중에 나를 존재로 인식했음을 의미한다. 내 이름을 특별히 기억해서 불러주는 사람에게 호감이 간다. 상대가 내 이름을 기억해 주는데 내가 기억하고 있지 못하면 미안해지는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친구가 내 아이의 이름까지 알고 있을 때는 더 고마워지곤 한다.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은 관계 맺기의 시작이다. 상대를 내가 어떻게 부르는지가 관계를 규정하는 시작점이 된다. 


아이들의 이름 짓기 능력을 경험해 보았나? 아이들은 이름 짓기 선수다. 집에 새로운 물건이나 반려동물, 화분이 오면 머리를 맞대고 작명을 한다. 햄스터를 가만히 살펴보고 털의 색과 모양을 보더니 ‘쿠키’라고 지었다. 등에 있는 반점이 오레오 쿠키의 동그란 무늬와 닮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쿠키야~”하고 애정을 담아 부른다. 우리 집에 온 두 마리 앵무새도 아이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오이’와 ‘살구’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오이와 살구, 쿠키가 마치 대답할 것처럼 말을 걸고 쓰다듬고 뽀뽀한다. 식물에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살피고 상의를 한 뒤, 민트와 연두, 쑥쑥이, 방울이, 푸름이라고 붙여 준다. 심지어 색종이로 접은 미니카들에게도 이름을 붙여주고 역할 놀이를 해가면서 살아있는 듯이 대한다. 신기한 점은 아이들이 이름을 붙이고 애정을 가지고 계속 불러주는 것들에게서는 반들반들 빛이 난다는 것이다. 


큰 아이가 처음 키우던 햄스터가 죽던 날 아이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울었다. “내가 덜 사랑해줘서 죽었나 봐. 내가 더 예뻐해 줄 걸.” 그 뒤로 헤어짐이 슬퍼서 다시 키우지 않을 것 같았던 아이는 또다시 햄스터를 키우겠노라 했다. 어떻게 키울지, 무슨 돈으로 살지, 무엇이 필요한 지 아이 스스로 알아보라고 했다. 내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이가 책임을 가지고 생명을 대하는 방법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하루는 아이가 설거지하는 내게 다가와 말을 건다. 

“엄마 나는 가끔씩 너무 무서워.” 

“왜?” 

“내가 키우는 생명이 3마리가 되잖아. 내가 잘 못해줘서 죽을까 봐 무서워.”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가 이름을 붙여주고 사랑을 담은 것에 책임을 느끼는 과정이 내가 아이를 키울 때 느꼈던 마음과 같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책임지고 돌본다는 것은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아이를 보고 다시 깨달았다.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우리는 이름이 가진 그 마술적인 힘을 깨달아, 다른 사람이 아닌 그 사람만이 전적으로 그리고 완전무결하게 이름을 소유하고 있음도 인식해야 한다. 이름은 개개인을 차별화시켜 주며, 많은 사람들 중에서 독특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 -<카네기 인간관계론>/p.141

결혼을 하고서도 우리 부부의 호칭은 ‘보라야’, ‘오빠’다. 나는 신랑이 내 이름을 불러 줄 때가 좋았다. 누구의 엄마보다 나는 내 이름으로 살고 싶었다. 아이를 낳는 순간 누군가의 엄마로 평생 불리는데 신랑이 나를 누구 엄마로 부르면 슬플 것 같았다. 그냥 연애하듯 살 거니까 내 이름을 불러 달라고 했다. 그리고 신랑이 처음 연애하면서 ‘선배’ 말고, ‘오빠’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했으니 그대로 ‘오빠~’하고 부른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 ‘보라야’ 하고 이름을 불러 줄 때가 좋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딸, 며느리가 아닌 나로 존재하는 느낌이 든다. 


왜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중요할까?라는 why는 마음에 남아 이름을 불러주는 것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도록 해준다. 내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게 되니 나도 상대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려고 노력한다. 내가 내 존재를 불러주면 마음이 가는 것처럼, 상대도 자신의 존재를 불러주는 나에게 반응한다. 상대의 마음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마음을 담아 부르는 상대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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