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고민 끝에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워낙 먹는 것과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주변에서 종종 요리 유튜브를 하면 어떻겠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리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전직이 촬영기자인 데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잠시 소셜미디어팀을 운영해 본 적이 있어 제대로 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드는 일인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냉큼 요리해서 맛있는 걸 먹고 싶은데, 촬영을 하게 되면 삼각대 옮기고 오디오 레벨 매번 체크하는 등 중간중간 신경 쓸게 많아 요리 시간이 배로 걸릴게 분명했다.
오랫동안 확고하게 안 하겠다던 요리 유튜브를 며칠 전 시작했다. 그것도 채널을 제대로 키워 볼 당찬 포부를 가지고 말이다. 이런 결정을 하기 까진 참 많은 이유가 있지만 결단을 내리게 된 큰 계기는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몰입(Flow) 이야기를 하면서였다. 시간 감각을 잃을 정도로 몰입하게 하는 그 무언가는 내게 있어 영상 편집이었다. 사회생활의 7년 정도를 다양한 방송국에서 촬영, 편집을 주로 했었는데 난 편집을 하기 시작하면 하루가 순식간에 흘러가곤 했다. 내가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고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 난 영상 편집이 너무 즐거웠고, 회사 내 고위임원이 내 직속상사에게 일부러 연락해 영상 편집 누가했는지 정말 잘했다는 칭찬을 전할 정도였으니 실력도 꽤 괜찮았다. 그러다 관리급으로 포지션이 올라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영상제작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됐고, 영상 편집은 '옛날에 내가 좋아하던 일' 정도로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마치 어렸을 때 숨바꼭질이나 미술 수업을 좋아하던 나를 회상하듯이 말이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시작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됐으면서 별의별 감정과 생각이 다 든다. 왜 내 조회수는 이것밖에 안 나올까란 자괴감도 들고 이 재밌는 일을 왜 진작 시작하지 않았을까란 후회감도 들고. 유튜브 채널의 결과가 어떻게 되던, 일단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일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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