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홀, 메트 뮤지엄과 북카페에 가고
눈부신 겨울 햇살이 창가로 비춘 토요일 아침. 겨울답게 약간 춥고 영하 1도.
어제는 하얀 눈이 내렸다. 메트 뮤지엄에서 나올 적 진눈깨비가 휘날리더니 콜럼버스 서클 서브웨이 샌드위치점에서 샌드위치 먹고 카네기 홀로 아들과 함께 걸어가는 중 함박눈이 내려 영화처럼 아름다운 맨해튼. 샌드위치점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어. 여직원이 아들과 내게로 와서 음식도 사 먹지 않고 테이블에 앉아도 되냐고 볼륨 높은 목소리로 말해. 몰래카메라로 보니 우리가 그렇다고. 너무 어이가 없었지. 분명 샌드위치 하나를 구입한 것도 아니고 두 개 샌드위치를 구입해 먹었는데. 난 반 틈만 먹고 남겨 가방에 담아 두었는데 꺼내서 보여주니 겸연쩍은 표정으로 떠났다. 아들은 영수증을 꺼내 보여 주려다 참고. 날씨가 아주 추운 날이라 우리가 눈을 피해 들어왔다고 생각하나 봐. 매일 맨해튼에 가서 노는 난 휴식하기 좋은 공간을 얼마나 많이 아는데 샌드위치 파는 곳에서 쉬겠어.
저녁 8시 New York Pops 공연을 보러 갔다. 홀리데이 시즌 크리스마스 캐럴곡을 연주하고 부르고 무대가 막이 내릴 무렵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나타나고 지금껏 본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가운데 가장 리얼해 좋았다. 내게는 낯선 가수 Megan Hilty가 부른 노래가 정말 좋았지. 합창도 정말 좋았던 어제 공연. 맨해튼에서 명성 높은 호텔과 레스토랑 연말 분위기에 대해 조금 상상이 되어갔다. 얼마나 특별할까 하면서. 뉴욕 팝스 공연도 볼만해. 내 앞줄에는 붉은색 재킷을 입은 젊은 아빠가 공주처럼 예쁜 두 명의 따님을 데리고 와서 홀리데이 시즌 공연을 보고 어린 딸 두 명이 천사처럼 예쁘고 엄마는 누굴까 궁금했어. 아빠 혼자 자녀 데리고 다니는 문화가 참 놀랍고.
어제 상당히 추워 따뜻한 공간이 그리웠고 어퍼 이스트사이드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갔다. 스타벅스 커피와 함께 책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고 나이 든 노인은 뉴욕 타임지와 책과 잡지를 읽고 젊은 아빠가 왕자님 같은 아들을 데리고 북 카페에서 책을 읽고. 내게는 머나먼 나라 그림 풍경이라 정말 아름답게 보여. 두 자녀 어릴 적 특별 교육을 받았고 아빠는 매일 새벽 종소리를 울리고 집에 돌아오고 혼자 키우는 게 얼마든지. 특히 두 자녀 어릴 적 문화 공간이 그립지만 생각도 할 수 있고 두 자녀 데리고 서점에 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테이블에 앉아 혼자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할아버지도 봤는데 1시간 후 젊은 뉴요커 아가씨가 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할아버지가 "돈이 없어요."라고 하는데 크게 들려와. 뉴욕도 어렵게 지낸 사람들도 많은 눈치.
북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뮤지엄 마일에 있는 메트 뮤지엄으로 가고 추운 날이라 거리에서 과일 파는 아저씨는 전부 휴가를 갔는지 그림자도 안 보여 노란 바나나는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지. 뮤지엄은 정말 좋은 놀이터인가. 어제도 아주 많은 방문객으로 가득한 메트. 크리스마스트리도 다시 보고 2층에서 울리던 합창이 울리지 않아 분위기가 정말 달라. 크리스마스트리에 불빛도 안 비추니 더 싸늘하고 그럼에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트리를 보고 난 2층에 올라가 유럽 전시회도 보고 로댕 전도 다시 보고 누군가는 '생각하는 사람'조각 뒷모습을 담고 있어. 엉덩이가 아주 리얼하게 보이는데. 하얀 수염을 예쁘게 기른 로댕 초상화도 보고. 내게는 낯선 화가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새해가 오니 내년 운이 뭔지 궁금도 하고 '점성술사'에 대한 그림도 다시 봤지. 중대한 일은 올해도 뜻대로 되지 않고 지나고 내년은 과연 어떻게 될지.
메트 숍에서는 언젠가 첼시 192 서점에 가서 만난 작가가 파리에 가서 리서치 해 집필한 로댕과 릴케에 대한 책이 보였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미켈란젤로 특별전을 여나 방문객이 너무 많아 그림보다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마실 거 같아 방문을 안 했지. 대신 동양 미술 전시관에 가서 수천 명의 부처님을 만나 물었지.
-부처님, 삶이 뭐예요? 왜 이리 고통스러워요?
-인생이 그러지.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그날까지 고통 속에서 수영하는 게 인생이야. 해탈하는 게 방법이야. 해탈하는 방법을 찾아와.
부처님도 나랑 같은 생각이야. 정말 쉼 없이 폭풍우가 부는 슬픈 내 인생. 끝도 없는 폭풍이 휘몰아쳐. 매일 음악을 감상하며 슬픈 내 영혼을 위로를 하지. 책과 음악이 없었다면 난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었는지 몰라.
오랜만에 동양관에 가서 중국과 일본 대나무 특별전도 잠깐 보고 메트 뮤지엄에서 나왔다. 함박눈이 아니라 무섭게 진눈깨비가 날렸다. 버스를 타고 5번가를 달리다 플라자 호텔 부근에 내려 홀리데이 시즌 5번가를 장식한 상징 커다란 보석도 보고 마차의 행렬을 지나고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콜럼버스 서클을 지나고 링컨 센터로 가서 몸을 녹였다.
그런데 화장실에 먼저 들어간 손님이 15분 이상 밖에 나오지 앉아. 내 앞에 선 할아버지가 조심스럽게 문을 노크해도 반응이 없고 잠시 후 직원이 다시 노크를 했지. 얼마 후 화장실에서 나온 사람이 "누가 노크했어요?"라고 내게 물어. 미안한 기색도 전혀 없이 프라이빗 공간을 침해받은 눈치. 링컨 센터 직원이 혼자서 화장실을 오래 사용하면 어떡해요?라고 하고. 자신이 잘못한 거를 모른 거라 가장 문제지.
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고 지하철이 정상 운해 안 하니 좀 떨어진 지하철역에서 기다리고 정말 오래오래 기다렸어. 그런 경우 승객은 많고 밤에도 지옥철이야. 결국 지옥철을 타고 플러싱에 도착 다시 버스를 기다려 타고 집에 오니 자정 무렵.
삶은 말할 수 없이 복잡하고 매일 기도만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밖의 일이 정말 많아. 하늘의 뜻은 어디에 있을까.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90% 이상이지만 매일매일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을 하지. 하늘의 특별한 사랑을 받은 난 보통 사람이 경험하지 않은 슬픈 일이 정말 많이 찾아왔지. 고통과 상처 속에 내 영혼은 조금씩 쑥쑥 자라고 있는지 몰라.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신의 뜻을 기다리는 수밖에. 하루하루 칼날 위를 걷는 기분이야. 난 모든 게 다 평범했지. 단 하나 다른 사람과 다른 게 있다면 보통 사람과 '생각'이 달라. '다른 생각'이 나의 삶을 다르게 만들어 가고 있지.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 명문대에서 공부한 것도 아니고 무에서 시작한 결혼이 남이 부러워한 위치에 도달하자 정든 집을 떠나왔지. 어릴 적 꿈꾸던 집을 만든데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세상을 보는 창이 다른 남자랑 삶이 극으로 다르니 작별할 수밖에. 한국에서 지낼 적 남들이 부러워하는 넓은 집에 가장 큰방 사방 벽은 책으로 가득하고, 수족관, 홈시어터, 수입 가구, 수입차, 골프장 회원권 등이 있었지만 뉴욕에서는 그런 게 다 그림이고 내가 사는 공간에는 아주 오래된 냉장고와 책과 작은 테이블과 랩탑이 있는 정도. 그래도 내 삶의 행복은 내가 찾아야지. 매일 아름다운 영혼을 찾으러 맨해튼에 가고. 과거는 과거고 지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행복을 찾아 나서지. 내 행복의 기준을 결코 다른 사람과 세상 기준에 맞추고 살지 않아. 내가 그 정든 집을 떠날 때 주위 친구들은 모두 깜짝 놀랐지. 세상에 하면서. 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산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추구하고. 세상의 기준에 맞추면 영원히 행복하기 어려울 수 있지. 삶은 뜻대로 되지 않을 적이 자주 일어나. 내가 사랑하는 삶을 추구하는 게 바로 행복이다.
토요일 맨해튼에서 정말 많은 문화 행사가 열리고 난 얼마나 볼 수 있을지.
12월 18일 겨울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