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일상으로

by 김지수


뉴욕에 와서 놀라는 것 가운데 하나가 한국과 다른 문화 차이. 스스로 노력하면 아주 많은 전시와 공연을 볼 수 있고 다양한 이벤트에 참석해 세계적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수년 전 일기를 올려봐. 아무것도 모르고 뉴욕에 와서 지내면서 새로운 세상에 조금씩 노출되어 간다.


2014년 4월 28일 월요일 밤 일기



오후 2시 맨해튼 Cuny Graduate Center The Martin E. Segal Theatre Center에서 열리는 Play Festival <Tsunami (Tunisia)>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하지만 해프닝은 지속되었다. 플러싱 메인 스트리트 역에 도착했을 때 두 대의 지하철이 보였고 하나는 초록색의 불이 들어왔고 다른 하나는 붉은색이 보여 난 붉은색을 선택했다. 붉은색이 더 좋아서가 이유는 아니다. 늦을까 봐 노심초사했고 무엇보다 시간이 중요해 익스프레스를 타려고 붉은색 신호가 켜져 있는 지하철에 탑승했는데 초록색 불이 켜진 로컬 지하철이 먼저 출발했고 잠시 기다렸는데 그만 붉은색 신호가 초록색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 순간이었다. 일초가 급해 익스프레스를 타려고 기다렸는데 그만 로컬에 탑승했다.


붉은색 신호가 초록색으로 변할 줄 알았다면 기다릴 리 만무했다. 황금 같은 몇 분을 기다렸더니 초록색으로 변했다. 익스프레스가 아니라 로컬이었다. 시간이 흘러야 본색을 드러내는 것도 있다. 처음엔 잠자코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본색을 드러낸다. 정말 무섭게. 그렇게 생은 자꾸만 비켜간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게 방법이다. 이미 지난 일. 집착을 가지면 절대 안 된다. 지나간 것은 잊어버려야 한다. 어떤 작가의 소설에 나왔던가. 잊으려 한 것은 생생하게 떠오르고 반대로 기억하고 싶은 것은 잊힌다고. 무슨 아이러니인지.


만약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면 즉시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삶이 어렵고 힘들다고 하는 것은 일리 있는 말이다. 리허설이 없다.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오페라나 연극이라 콘서트나 뮤지컬처럼 오랜 시간 연습을 하고 그 후 리허설을 한 뒤 무대에서 공연을 해도 그 공연을 훌륭하게 표현하는 게 어렵다. 그런데 삶은 리허설이 없다. 순간에서 벌어진 일이 너무 많다. 무대는 독무. 정답을 바로 찾기 어렵다. 그 무대도 상황이 다 달라 뭐가 최선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흔히 하는 실수는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는 길. 친구 따라 강남 가면 절대 안 된다. 자신의 길을 찾아서 가야 한다.

5th Ave. 42가 브라이언트 파크 역에 내려 34가를 향해 걸어갔고 공원 바로 옆에 있는 뉴욕 공립 도서관을 스쳐 지나갔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만큼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장소이며 뉴요커에게도 사랑받는 도서관에는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도서관 정문 계단 앞에 앉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 도서관 앞 화단에는 주황색 튤립이 예쁘게 피어있었다.

하지만 서둘렀다. 처음으로 찾는 인터내셔널 행사라 늦게 도착하는 것이 낫을 게 없어 보였다. 거의 정각에 도착했고 비어있는 좌석에 앉았다. 잠시 후 그 극장의 디렉터가 간단히 행사에 대해 소개를 했고 그 작품을 번역한 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프랑스어로 쓰인 작품을 영어로 번역했고 아랍 정치에 대한 극이었다. 미국 정치도 복잡한데 아랍 정치라니. 미국에 오니 세계 각국의 기사가 눈에 띈다. 뉴욕 타임지 인터내셔널 기사를 보면 전 세계가 보인다. 지구는 하나다. 지리학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지구는 점점 더 깊게 연결되고 있다.

11명의 인물들이 무대에 나와 그 작품을 읽은 후 잠깐 토론이 진행되었다. 정치적 이슈와 사회적 이슈를 시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라고 한다. 행사는 4시가 되기 얼마 전 막이 내려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가 N을 타고 타임스퀘어 역에 내려 1호선으로 갈아타 링컨센터 66가에 내렸다.

두 번째 방문지는 줄리아드 음악학교였다. 원래는 센트럴파크에 들려 봄 축제를 보려고 했으나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아 계획을 변경했다. 포르 홀에서 트롬본 연주를 석사학위 학생의 연주로 감상 후 지하 모세 홀로 내려가 더블베이스 연주를 감상했다. 트롬본 연주는 내가 알고 있는 음악가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더블베이스 연주곡에는 차이콥스키의 녹턴과 바흐의 모음곡 G Major가 보였으나 약간 늦게 도착해 난 두 곡을 감상하지 못했고 내가 잘 모르는 음악가 Serge Koussevitzky 콘체르토를 감상했다.

다음은 바로 옆에 있는 필름센터에 가서 찰리 채플린 전시회를 보았다. 28일 링컨센터 Avery Fisher Hall 41 Chaplin Award Gala가 있다. 갈라 표를 일반인도 구입 가능하고 마르틴 스콜세지, 빌리 크리스털, 마이클 더글러스 등을 만날 수 있다. 갈라 행사는 기금 모으기를 위해 벌이는 행사고 뉴욕에 와서 수많은 갈라 행사에 대해 보곤 한다. 이 갈라 행사에 특별 기부금을 내는 자도 있는 것으로 안다. 지갑을 열었다면 유명한 영화 관계자를 직접 만날 수 있었을 텐데 망설이다 지갑을 열지 않았다.

그다음은 퍼포밍 아트 도서관이었다. 뮤지컬이 오후 6시 예정이었다. 5시 20분 도착했을 때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30분이 지나 극장 안으로 입장했고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은 뒤 다시 1층 카페로 가서 작은 사이즈 커피 한 잔을 1불을 주고 마신 뒤 다시 뮤지컬을 보러 갔다.

이곳에서 영화, 오페라, 피아노 연주, 뮤지컬 등 수많은 행사를 하곤 하는데 그 가운데 뮤지컬 팬은 연령층이 다양하고 인기가 높고 나 역시 뮤지컬을 즐기는 편이다. 보고 있노라면 릴랙스가 된다. 어디론가 다른 세계에 들어선 기분. 무료로 이 멋진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대개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1달에 1회 연다. 매니저의 말에 의하면 5월에 한번 더 뮤지컬을 볼 기회가 있고 여름방학 동안 행사는 없고 9월이 되어야 뮤지컬을 볼 수 있다고. 아무튼 정말 사랑스러운 도서관이다. 폴란드 바르샤바 쇼팽 공원에 피어있는 예쁜 붉은색 장미를 링컨센터에 주고 싶다. 그 공원에서 나의 마음을 알면 고소할 텐데 걱정이다. 농담이다. 다른 자의 것을 훔치다니. 그럴 리 있나. 릴케가 그토록 사랑했던 장미를.

뮤지컬이 막을 내린 시각은 7시 반경. 다음 스케줄은 원래 펜 월드 보이스 페스티벌에 찾아가려고 했다.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하지만 그 행사는 7시에 시작되고 내가 그곳에 도착하면 거의 끝날 시각이라 계획을 수정했다. 다운타운에 있는 뉴욕대학에 가서 컨템퍼러리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는데 역시 공연에 늦을 것 같아 나의 연인 줄리아드 학교에 다시 찾아가 모세 홀에서 석사학위 연주자의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를 감상했다. 평소 자주 듣던 곡이었고 연주자는 한인 학생이었고 여러 명의 한인 학생들이 보였다. 공연 전부를 볼까 하다가 휴식시간을 이용해 홀을 벗어났다. 비교적 빨리 집에 도착했다. 거의 매일 자정 무렵에 도착해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다시 1주일 전으로 필름을 돌려보면 지난주 월요일과 토요일 론드리 행사를 마쳤고 화요일 플러싱 메인스트리트에 있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헤어살롱에 가서 아들은 헤어 커트를 했다. 가격은 8불 + 팁이다. 10불을 주고 나왔다. 단 머리 감기 서비스는 셀프다. 그 서비스가 추가되면 요금이 배로 된다. 몇 달에 한 번씩 찾는 미장원 요금도 저렴하지 않아 중국인 미용실을 이용하곤 하지만 마음은 가볍지 않다. 요금은 저렴하게 주고 헤어스타일은 정말 멋지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 길고 긴 머리카락을 잘라야만 하지만 멋진 스타일이 아니다.

소호에 가면 멋지게 스타일을 한다고 한다. 미리 오래전 예약을 하고 가격은 물론 저렴하지 않다고 들었다. 한국보다 서비스료가 엄청 비싼 뉴욕에서 미장원에 가는 것은 정말 부담스럽다. 난 3년 동안 가보지 못했다. 거의 원시인 수준이다. 네안데르탈인이 날 봤으면 친구 하자고 그랬을 것이다. 한국에서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 뉴욕에서는 가능하다. 그것도 아이러니. 뉴요커의 패션은 세상에 잘 알려져 있는데 난 거꾸로 산다. 원하는 모든 욕망을 뉴욕에서 채우려면 적어도 로또가 당첨되어야 가능할 것 같다. 그 로또의 확률이 1억 7천만 분의 1이라는데 내게 올 리 없다. 그러니 현실은 현실이다.

지난 월요일 저녁에는 소호 하우징 워크스 서점에서 열렸던 북이 벤츠에 참석했다. New Wave Music에 대한 책 이벤트였다. 가끔 서점 이벤트를 찾곤 했지만 그날처럼 많은 뉴요커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분위기가 특별하게 보였다. 내가 알고 있는 자가 없어서 난 뭐라 간단히 적을 수 없는 입장이지만 굉장한 사람들이 이벤트에 참석한 듯. 행사장에서 무료로 와인도 나눠주고. 음악도 들으면서 레드 와인도 한 잔 마셨다. 뉴웨이브 뮤직에 대해서 잘 알리 없다. 1980년대 음악부터 지금에 이른 음악을 정리한 책이라나. 내가 알고 있는 뮤지션은 아하 그룹 하나였다. Last Christmas로 한때 인기를 떨쳤던 그룹. 나도 한때 자주 듣곤 했다. 나머지 음악가는 모든 내게는 생소.

화요일 미장원에 다녀온 후 이웃집 화단에 핀 자목련을 아이폰으로 담았다. 수요일 오후 1시 무렵 링컨센터 앨리스 튤립홀에서 열리는 줄리아드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했다. 기억에 3명의 지휘자가 무대에 나타났고 그 가운데 한 명이 여자였다. 과거 여자 지휘자가 없었다고 하던데. 세상은 자꾸 변해간다. 이제 여자 지휘자도 무대에서 연주를 할 수 있다. 백 년 후 카라얀 같은 훌륭한 여자 지휘자도 나타나겠지.

지난주 수. 목. 금요일 스케줄을 뒤져봐야 자세히 기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머물고 있는 공간은 쑥대밭. 어디서 가져온 인쇄물을 펼쳐볼 시간이 없다. 대강 요약하자면 수요일 저녁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렸던 강좌에 참석. 프랑스에서 건너온 명성 높은 학자. Didier Eribon. 클래스와 아이덴티티에 대한 내용이었다. 다음날 목요일은 같은 장소에서 프랑스 영화 <Games of Love and Chance>를 역시 무료로 보았다. 내일 29일도 프랑스어로 강좌가 열릴 예정이고 30일 프랑스 영화 상영 예정이다.

지난 토요일은 바나드 대학에서 열렸던 연극을 감상. 타이틀은 <Far Away> 주제는 정치적 공포였다. 처음으로 찾아간 바나드 대학교, 콜롬비아 대학교 바로 이웃에 위치한다. 브로드웨이 116가 역에 내리면 바로 컬럼비아대학이고 조금 더 걸으면 바나드 대학교(여자 대학교), 그리고 122가에 맨해튼 음대가 있다.

맨해튼 음대에서 프랑스 오페라가 2회 상영되었고 토요일과 일요일 두 번 찾아가 공연을 보았고 그 외 재즈 공연, 일렉트릭 뮤직 페스티벌,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도 감상했고 추가로 몇몇 연주를 감상했다. 보컬과 피아노 연주였다. 토요일 오후 2시경 줄리아드 학교에서 예비학교 오페라가 시작되었으나 난 센트럴파크를 경유해 약간 늦게 도착해 감상 후 맨해튼 음대로 옮겨 오페라를 감상했다.

오페라 감상 후 특별 에피소드가 발생. 그날 오전 론드리 행사를 마치고 서둘러 외출했고 아들은 소호 고양이 카페를 찾아가고 난 줄리아드 학교로 향하는 중간 센트럴파크 경유하면서 아이폰으로 몇 장을 담고 오페라 본 후 서둘러 맨해튼으로 가서 다시 주니어가 하는 프랑스 오페라를 감상했으니 피곤이 찾아와 소동이 벌어진 것 같다. 피곤한 육체에 휴식을 주기 위해 지하 식당에 내려가 헤슬러 커피를 빈 컵에 셀프서비스로 담고 우유를 넣은 후 뚜껑을 덮으려고 하다 사고가 발생. 그 뜨거운 커피가 손목에 주르르 흘렀다. 정말 찰나였다. 반평생 살면서 단 한번 발생했던 커피 사건. 얼마나 뜨겁던지. 지하 식당에는 학생들이 아주 많았다. 소리가 저절로 나올뻔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에 나오는 송화처럼 창을 잘 부를 수 있으면 정말 멋지게 한 곡 불렀을 텐데. 그럴 리 없어 꾹 참았다. 가슴속에서는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눈물>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다시 커피를 새로운 컵에 담아 계산대에서 1.73불을 주고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커피를 마시려고 하는데 주위에서 파티를 벌인 눈치. 분명 난 눈치를 채고 바로 옆 테이블에 앉지 않았는데 글쎄 눈치를 보니 내가 앉은자리를 원하는 것 같아 이사. 이사한 테이블 주위도 파티를 열고. 참 무슨 파티가 이리 많아. 다시 이사를 하고. 커피 한 잔 마시려다 대소동을 피웠다.

이사하면 몸서리쳐진다. 얼마나 자주 이사를 했던가. 과거 포장이사가 어디 있었을까.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포장을 해서 박스에 담고. 혼자 짐을 싸려면 얼마나 힘들던지. 만삭인 경우에도 혼자 짐을 밤새도록 쌌다. 친정아버지는 전화를 하셔서 임신부는 조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시나 삶은 항상 셀프서비스라 내게 가르쳐준다. 뭐든 혼자 다 처리함을 스스로 터득했다. 뉴욕으로 오기 전 15년 동안 15회 이사를 했다. 적어도.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 아마 50%는 포장이사 나머지는 셀프서비스.

커피 사고가 없었다면 그날도 맨해튼 음대에서 오페라 감상 후 컬럼비아대학 재즈 연주를 본 후 다시 버나드 칼리지에서 연극을 봤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 후 계획을 변경. 안단테, 안단테, 안단테가 정답이다. 그래서 오페라 감상 후 재즈 공연과 체임버 공연을 그대로 맨해튼 음대에서 감상했고 그날 지하철이 정상대로 움직이지 않아 고생을 했다. 116가만 정상으로 움직이지 않을 줄 알고 125가로 밤에 걸었다. 할렘 거리를 밤에 걷다니. 약간 두렵다. 밤에는 조심하라고. 그런데 125 가도 역시 다운타운으로 지하철이 가지 않아 할 수 없이 165가?로 가서 환승해 다운타운으로 가는 지하철. 타임스퀘어에 도착해 7호선을 타려는데 7호 선도 작동하지 않고.

미리미리 정보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날 정보는 14세기처럼 내 머릿속에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아무튼 무슨 변고. 할 수 없이 R을 타고 74가 잭슨 하이츠 역에 내려 7호선을 기다렸고 집에 도착하니 자정이 되어갔다. 평상시 운이 좋으면 맨해튼에서 집까지 편도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리나 주말 최소 2시간 반 아니 3시간 가까이 걸렸다. 문제는 플러싱에 도착해 버스를 놓치면 약 30분을 기다려야 한 것이 더 늦은 이유다. 밤에는 자주 버스가 운행되지 않아 연결이 좋지 않으면 도로변에 시간을 쏟아붓는다. 마치 시간은 무한 리필인 것처럼 사용한다. 그러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거꾸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정말 소중하다.

일요일 오페라 감상 후 125가 지하철역으로 가지 않고 96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고 컬럼비아대학 부근에 있는 한 교회 문 앞에 있는 홈리스를 보았다. 분명 교회에는 <Welcome>라 적힌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그러나 교회 문 연 굳게 닫혀있었고 그 앞에 홈리스는 앉아 있었다. 교회에서는 누구를 환영할까? 가난하고 없는 자를 환영하면 좋을 텐데 홈리스가 갈 곳은 어디도 없다. 교회 부근에서만 보인 것은 아니다. 지하철역에도 자주 보인다. 요즘 점점 더 많은 홈리스를 보곤 한다.

금요일 오전 칼리지 포인트에 있는 Target에 가서 먹거리 쇼핑을 했다. 쿠키믹스, 바나나, 우유, 스파게티 소스, 소시지, 생수 두 박스 등. 다음날 토요일 론드리에서 세탁물을 넣은 후 한 아름에 걸어가 회덮밥 회 1팩과 상추 1포기를 구입 해 돌아왔다. 겨울 왕국으로 주차장이 깊게 패어있었는데 그날 보니 도로가 보수공사를 마쳐 바느질로 기워놓은 것처럼 보였다. 누더기를 입은 거지처럼 도로가 보였다. 하지만 더 놀란 소식이 있었다. 한아름마트 부근에 있는 맥도널드 가게가 문을 닫았다. 미국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맥도널드가 문을 닫다니. 990억 인구를 서빙했다고 적혀있는 것을 보았는데. 전 세계 인구를 말할 것이라 짐작을 한다. 아무튼 경제가 좋지 않음을 피부로 느낀다. 정말 큰일이다. 취직의 문을 두드리는 젊은이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비자 문제가 가슴이 철렁철렁하는 이민 가정에서 경험하는 슬픔. 얼마나 색채가 깊을까.

카네기홀 부근에 있는 리졸리 서점도 지난 4월 초 문을 닫았다. 아들과 함께 지난 3월 초엔가 한 번 방문한 것이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명성 높은 서점이나 개인적으로 난 스트랜드 서점과 뉴욕대 서점을 더 자주 이용하는 편이고 아주 가끔 반즈 앤 노블 서점을 이용하는 편이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에서는 보들레르 시집을 비롯 몇 권의 책만 구입했고.

4월 28일 펜 보이스 인터내셔널 행사가 개막을 했고 지난 주말 브루클린 보태니컬 가든에서 벚꽃 축제가 열렸다. 25불을 주고 작년 방문했고 이 번 해 다른 스케줄에 밀려 방문하지 못했다. 인터내셔널 행사는 세계 여러 나라의 작가가 참여하고 정치적으로 문제가 발생해 올 예정이었지만 뉴욕을 방문하지 못한 작가도 있어 행사가 취소된 경우도 있고 일부 행사는 무료로 일부 행사는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

뉴욕 시립발레단과 American Ballet Theater에서 공연 안내 팸플릿을 보내오고 카네기홀에서도 행사에 대해 알려오고 뮤지컬 신데렐라에 대해 팸플릿을 보내온다. 그 외 메이시스 백화점에서도 어머니날 행사에 대해 안내문을 보내온다. 언젠가 발생했던 지갑 사건으로 메이시스 백화점 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는데 아직 새로운 카드를 만들지 못했다.

쿤데라의 소설 제목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처럼 존재가 너무 가볍고 카뮈의 소설 <이방인>처럼 난 7살 뉴요커로서 뉴욕에서 탄생한 뉴요커에겐 이방인처럼 보일 텐데 매일 수많은 행사를 찾아다니며 라이브 공연을 여러 개 보고 있다. 줄리아드 음악학교나 맨해튼 음대 등에서 열리는 무료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에는 주로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보인다. 즉 난 이방인이다. 서로서로 얼굴이 낯익은 그들에게는 난 이상한 동물로 보일 것이다. 물론 특별한 예외도 있다. 소수이지만. 줄리아드 음대나 맨해튼 음대 공연을 찾는 소수 극성팬이 있다. 나도 그 가운데 포함된다. 음악을 좋아하는 자가 아는 무대가 세상에 있다. 무료. 무료. 무료다. 최고의 수준이다.

일주일에 한 번 아니 한 달에 한 번 라이브 공연 보는 것도 꿈같은 적도 있었는데 지금 맨해튼에서는 내가 원하면 매일 수많은 라이브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 부연하자면 스스로 원하면 세계적인 영화감독, 영화배우, 작가, 스크린 라이터, 학자, 화가, 음악가 등 유명인사를 모두 만날 수 있다. 뉴욕 정말 특별한 도시다. 말하자면 평범한 내게는 작은 기적이다. 기적을 보고 있다. 축제가 일상으로 변하다니. 누가 믿을까.

한편 아파트 뜰에 있는 고목나무가 영원히 잠든 줄 알았는데 엊그제 연한 연둣빛의 싹이 나기 시작했고 링컨센터에 있는 서른 그루의 자작나무에서도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일주일 정도의 시간의 필름을 즉석에서 돌아보는 것이 상당한 도전이고 지금 잠들 시간이다. 사진 작업은 아득하게 밀려있다. 센트럴파크를 슬쩍 지나치다 몇 장 아이폰으로 담은 일부만 올렸지만 아직 올 리지 못한 사진이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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