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던 대학 시절 추억을 떠올리고

by 김지수



하얀 눈으로 덮인 뉴욕이 아름다운 겨울 아침 난 어제 기억을 더듬어봐.

수요일 오후 1시 링컨 센터 앨리스 툴리 홀에서 줄리아드 학교 Vocal Arts 공연이 열려 지하철을 타고 달렸는데 어찌나 느리게 운행되던지 속이 탔지만 마음은 느긋하게 먹고 플라자 호텔에서 내렸다. 추운 겨울날 말도 붉은색, 파란색, 검은색 천을 덮고 있어. 슬픈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말과 눈도 마주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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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바빠 난 신나게 달리듯 걸었지만 사랑하는 링컨 센터에 지각을 하고 말았지. 로비 홀에서 작은 티브이로 소프라노가 부른 영상을 보여주고 잠시 후 오케스트라 석으로 들어가 앉아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대학 시절 사랑하던 샤를 보들레르 시 "여행에의 초대"를 소프라노가 부르고 잠시 대학 시절도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갔지. 푸른 잔디밭에 앉아 교정에 음악이 울려 퍼질 때 바람이 불면 내 마음은 더 흔들리고 행복이 밀려오는 시간들. 클래식 기타반 동아리 선후배도 그립고 클래식 기타 연습을 하면서 행복했는데 다 지난 추억이 되고 말았지. 바리톤,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가 부른 곡을 듣고 나와 맞은편에 있는 아메리칸 포크 아트 뮤지엄에 갔다.




IMG_E2158.jpg 아메리칸 포크 아트 뮤지엄 재즈 공연


수요일 오후 2시 재즈 공연을 하고 공연과 전시를 무료로 볼 수 있는 뮤지엄. 놀랍게 대학 시절 클래식 기타 반에서 자주 들은 가끔은 악보를 보고 연습하던 알베니스의 '전설' 곡을 들려주니 마음이 붕붕 날아가 버려. 악보 처음 부분만 열심히 반복했는데. 라이브 기타 음악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죽어가지. 대학 시절 사랑하던 곡을 먼 훗날 낯선 도시 뉴욕에 와서 듣게 될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런데 잠시 후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져. 두 명의 재즈 음악가가 연주를 하고 한 명은 기타를 다른 한 명은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는데 여자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크리스마스 캐럴 곡도 들려주고. 객석에 앉은 연세 지긋한 노인이 그 여자 가수 보고 "정말 예뻐요" 하더니 얼굴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미끄러져버려. 모두 한바탕 웃음이 나왔지. 노인은 여자 가수의 노래와 미모에 반해버렸나 봐. 얼마나 행복했을까. 대학 시절 사랑했던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도 오랜만에 들어보고. 언제 알람브라 궁전에 가 볼까.





어제도 오늘도 너무 추운 겨울날. 재즈 공연을 보고 노란 바나나를 사러 가려다 추우니 한 걸음도 걷기 싫어져 지하철역으로 가서 다운타운에 가는 1호선에 탑승하고 타임스퀘어 역에 내려 유니언 스퀘어 역에 지하철에 환승했다. 지하철역에는 홈리스가 쓰레기통을 뒤지고 언제 봐도 슬픈 일이야. 얼마 후 그린 마켓이 열리는 유니언 스퀘어에 도착 난 반스 앤 노블 북 카페로 갔다. 홀리데이 시즌 북 카페 코너에서 선물 포장을 하고 미국 대형 서점에 속하나 단순히 책만 파는 게 아니라 어린이용 장난감도 팔고 다양한 상품을 팔고 홀리데이 시즌 영업시간도 더 길고 미국 크리스마스가 특별함을 느껴봐. 아주 큰 레고 상자를 포장하는 직원. 쉴 새 없이 포장을 하고. 당연 북 카페 공간은 더 좁고 추운 겨울이라 손님이 더 많고 어렵게 빈자리를 구해 앉았다. 읽고 싶은 책을 골라 테이블에 두니 낯선 흑인 남자가 내가 골라둔 책을 보더니 "작가세요?" 해 웃었다. 아름다운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길 희망하는데 나의 꿈을 알아버린 흑인 남자는 무얼 하세요? 물으니 파이낸셜 코치라고 하고. 그가 기다리는 손님이 오자 자리를 떠나고 그 후 이태리어 강의를 하는 남자가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중얼중얼하고. 젊은 남자가 나이 든 분에게 이태리어를 강습하고 북 카페에 가면 별별 손님이 모여든다. 오랜만에 찾아간 북 카페에서 날 행복하게 한 '모나리자' 바리스타도 만나고. 스타벅스 북 카페에서 여러 명의 직원이 일하고 레귤러커피를 주문하는 내게 언제나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모나리자처럼 예쁜 미소를 지어서 내가 '모나리자 바리스타'라 이름 지었다.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 얼마나 예뻐. 나도 한국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등장하는 현빈의 대사처럼 부자라면 은행에 돈이 얼마나 든 지 모를 테고 그런다면 누가 레귤러커피 마시겠어? 뉴욕은 상류층은 얼마나 화려한 생활을 할까. 두 가지 색채를 갖는 뉴욕. 빈부 차이가 극과 극보다 더 큰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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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 카네기 홀에서 아들과 함께 스티브 원더 싱어롱 공연을 볼 예정. 서점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미드타운에 내려 황금빛으로 빛나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면서 걸었다. 홀리데이 시즌 관광객이 정말 많아 경찰이 횡단보도를 지키고. UBS 앞에 있는 커다란 장난감 병정 인형도 보고 빌딩 내에 설치된 수많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힐튼 호텔 부근에 가서 할랄을 구입해 가방에 담고 다시 길을 걸었다. 세상에 있는 것은 전부 반짝반짝하는 홀리데이 시즌. 사람들 마음도 반짝반짝하면 좋겠어. 얼마 후 카네기 홀 타워 빌딩 내 퍼블릭 웨이를 걸었지. 크리스마스 장식뿐 아니라 백합 향기가 얼마나 고혹적이던지. 겨울이라 백합 향기가 더 좋아. 그 빌딩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했지. 잠시 후 카네기 홀 근처 마트 2층에 올라가 아들을 기다렸다. 추운 겨울 목도리도 하고 온 아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남겨 혹시 홈리스가 먹을지 몰라 카네기 홀 근처 쓰레기통에 남은 음식을 담아두었다. 홈리스에게 식사를 사줄 형편은 안되고 혹시 추운 겨울 먹거리를 찾는다면 허기는 채울 수 있을 거 같아서.


아들과 난 카네기 홀에 들어가 스티브 원더 싱어롱 공연을 보았다. 평소 카네기 홀을 찾는 사람들과 조금 다른 분위기. 흑인이 상당히 많이 찾아와 놀라고 젊은 층도 꽤 많이 왔지. 대학 시절 들은 스티브 원더 곡을 카네기 홀에서 듣다니 꿈만 같고. 어제 공연은 스티브 원더가 부르지는 않았다. 꽤 많은 청중들은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면서 춤을 추고 정말 행복한 거라 짐작을 하고. 장님인 스티브 원더는 어릴 적 부모가 이혼해 싱글맘과 지내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남보다 훨씬 더 안 좋은 환경에서 자라도 세계 최고의 가수로 역사에 남는 스티브 원더. 어제 카네기 홀에도 하얀 눈이 내렸다. 청중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핸드폰 빛을 비추니 하얀 눈이 오는 것처럼 보였다. 링컨 센터 앨리스 툴리 홀에서도 아메리칸 포크 아트 뮤지엄에서도 카네기 홀에서도 대학 시절 좋아한 곡을 듣게 되니 난 타임머신을 타고 대학시절도 돌아갔어. 꿈 많아 행복했던 대학시절. 인터넷도 없고 지방 대학에 다녀 많이 답답해하고 고독하게 지냈던 시절. 책과 음악을 무척 사랑했던 꿈 많던 시절. 수 십 년의 세월이 지나 대학 시절 사랑하던 곡을 듣게 되다니 믿어지지 않아. 가끔은 삶은 축복 같고 꿈같아.



카네기 홀 스티브원더 싱어롱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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