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일요일
하던 일을 덮고 지하철을 타고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Jazz Age Lawn Party(JALP)를 보러 갔다. 로어 맨해튼에서 페리를 타면 10분 이내에 도착하는 섬. 페리 탑승객 가운데 여름이 끝나갈 무렵 열리는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멋진 복장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집에서 편도 약 2시간이 걸려서 꽤 멀지만 사랑하는 섬이라 특별 이벤트가 열리면 방문하곤 한다. 하얀 갈매기 나는 바다 전망을 보며 섬에 도착해 축제가 열린 곳을 향해 걸었다. 초록 나무와 들판이 날 환영했다. 매미 울음소리도 그치지 않았다. 여름에만 열리는 이 특별한 파티는 6월과 8월에 열린다. 내가 알지 못한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장면이었다. 작년에도 봤던 카메라맨도 보았지만 지난 6월에 만난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재즈 파티를 보며 100년 전 미국이 어떠했는지 생각에 잠겼다. 재즈 시대로 불리는 1920년대. 번영과 환락이 극에 이른 시기였다고. 그 시대 하면 스콧 피츠 제럴드가 집필한 '위대한 개츠비' 영화도 생각난다. 거센 바람도 부는 섬에서 재즈 파티를 보면서 자유의 여신상도 바라보면서 산책을 하다 페리를 타고 맨해튼으로 돌아왔다.
매년 8월이 되면 열리는 또 하나의 축제가 바로 찰리 파커 재즈 축제. 21일부터 25일 사이 할렘과 이스트 빌리지에서 열리는데 난 일요일 오후 축제만 잠시 봤다.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맨해튼으로 돌아와 지하철을 타고 뉴욕대 근처에 내려 이스트 빌리지를 걷다 축제가 열리는 Tompkins Square Park에 갔다. 그 공원은 교통편이 불편해 상당히 걸어야 하는데 오랜만에 이스트 빌리지 동네를 구경하면서 걸으니 신이 났다. 일주일 내내 작업에 몰두하느라 집에서 보낸 시간이 많아 오랜만에 기분 전환을 하고 싶었다. 공원에 도착하니 이미 재즈 축제는 시작되었다. 인기 많은 여름 축제가 공원은 사람들로 가득 메워졌다. 멋진 몸매를 가진 사람들은 상의를 입지 않고 있어서 눈에 띄었다. 뉴욕에 와서 재즈 음악을 듣기 시작하지만 축제를 보러 가면 아는 재즈 음악가는 없다. 하지만 재즈 음악 선율이 귀에 감미롭게 들려왔다. 축제를 여는 공원에 상인들도 많고 늘 만난 화가 아저씨도 보았다. 장미꽃이 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소설책을 읽는 아가씨도 있고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도 보았다.
황홀한 재즈 음악을 듣다 다시 지하철역으로 향하다 스트랜드 서점 근처에서 열리는 거리 축제도 보고 맨해튼 5번가 성 패트릭 성당을 가기 위해 시내버스에 탑승했는데 하필 내 목적지 근처에서도 거리 축제가 열려서 목적지와 상당히 떨어진 장소에 도착했다. 거버너스 아일랜드 재즈 축제와 찰리 파커 재즈 축제를 보고 5번가를 찾아가니 상당히 피곤했는데 거리 음악가가 들려주는 음악을 들으니 금세 피로가 풀렸다. 난 역시 음악이 좋아. 대학시절 유행했던 노래가 들려왔다.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그 시절에는 그냥 노래만 들었는데 딸이 서부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니 서부도 점점 더 가까이 느껴진다.
맨해튼 미드타운 축제에서 거리 음악가의 노래를 들으며 성당에 갔다. 일요일 오후 미사가 열린 줄도 모르고 들어갔는데 오르간 소리가 울려 퍼지며 가슴을 울리는 성가가 들려와 마음이 편해졌다. 촛불을 보며 잠시 기도를 했다. 얼마 전 지인 남편이 하늘로 떠났다는 슬픈 소식을 받아서 그분을 위해서도 기도를 드렸다. 지인 남편이 호텔에서 심근 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얼마나 슬픈 일인가. 정말이지 인생은 알 수가 없다. 젊을 적 몰랐던 건강의 소중함을 나 역시 늦게 깨닫는다. 성당 숍에 들려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5번가 반스 앤 노블 북 카페에 잠시 들어가 보았다. 오랫동안 북 카페에 가지 않아서 그리웠다. 오래 머물 시간도 없었는데 그리운 마음에 잠시 들렸다. 지난달부터 시작하던 일을 얼른 끝내고 다시 북카페도 가야 하는데 계획과 달리 자꾸만 미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