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첫날,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 재즈 외

by 김지수

11월 1일 금요일


11월이 찾아오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세월이 얼마나 빨리 흘러가는지 몰라. 이제 2달이 남았다. 한 해가 떠나기 전 무얼 할 수 있을까. 11월의 첫날 <뉴요커의 소소한 행복> 브런치북을 발간했다. 지난 한 달 올린 소소한 일상을 담은 글 모음집이다. 삶은 끝없이 복잡하고 뜻대로 되지도 않지만 나의 최선을 다해서 행복을 찾아야겠지. 평생 위기 위기 속을 달려왔는데 언젠가는 묘지 속으로 들어갈 텐데 고통만 받고 살 수는 없잖아.


늦은 오후 맨해튼에 갔다. 지하철이 달리는 동안 황금 햇살도 바라봤다. 지난 시월 흐린 날이 많아서 눈부신 가을 햇살이 몹시도 그리웠지. 마음은 센트럴파크로 달려가는데 난 지하철을 타고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를 보려고 맨해튼 음대에 갔다.


Kathleen Winkler, violin Master Class

Friday, November 1, 2019

3:00 PM - 6:00 PM

Greenfield Hall


사랑하는 그린필드 홀에서 열린 바이올린 수업은 오후 3시에 시작. 가을에 듣는 바이올린 선율도 참 아름답다.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협주곡, 바흐 파르티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감상했다. 강사는 미국 Rice 대학에서 강의를 하시는 Kathleen Winkler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며칠 전 아들이 갑자기 물었다. 엄마는 바이올린 전공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두 자녀 어릴 적 바이올린 레슨 준비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었냐고. 그렇지. 바이올린 전공하지도 않았는데 음악을 알지도 못할 텐데 두 자녀 어릴 적 피아노와 바이올린 레슨을 위해 도움을 줬다. 수년 전 맨해튼 음대에 마스터 클래스를 보러 가서 두 자녀 어린 시절이 생각나 깜짝 놀랐다. 내가 아들에게 지도하던 방법과 너무나 비슷했다. 난 음악을 전공하지 않아서 연주를 하지 못하고 말로만 이러쿵저러쿵하라고 하면 아들은 "엄마가 바이올린 연주를 해봐요"라고 말했다. 바이올린을 전공도 하지 않아서 예쁜 소리를 켜지는 못하는데 음악이 귀에 들렸다.


아들이 비밀이 뭐냐고 물어서 웃으며 나의 음악 사랑이야기를 했다. 고등학교 시절은 영화 음악과 경음악을 자주 듣다 대학 시절에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아르바이트해서 받은 6만 원을 통째로 성음사에서 발매된 음악 테이프를 구입해 자주 반복해서 들었다. 듣고 듣고 또 듣곤 했다. 자주 음악을 들어야 귀가 조금씩 열리나 보다.


물론 통째로 음악 테이프를 구입했으니 친정 엄마에게 혼이 났다. 음악을 사랑하는 내게는 성음 테이프가 아주 특별한 건데 엄마와 나의 취향은 달랐으니까 트러블이 생겼다. 어린 마음에 내가 돈을 벌었으니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 안 되나,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 교직 발령이 나서 첫 급여를 받아 연습용 바이올린을 구입해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그때도 엄마를 비롯 주위 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직장 생활하면서 레슨을 받기 때문에 늘 바빴다. 왜 늦게 바이올린을 배우는 거야,라고 말했지. 난 음악이 좋아서 배운 건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할 수 없어서 내가 돈을 벌면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 했는데.


나의 음악 사랑은 특별하다. 수 십 년 세월이 흘러 뉴욕에서 자주자주 공연을 감상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날 위로하는 음악. 그래서 자주자주 공연을 본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노라면 세상의 소음은 다 잊게 되고 내 영혼은 감미로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장학금으로 공부하는 Rice 대학도 인기가 많아 꽤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고자 하는 곳이다. 수년 전 맨해튼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했던 한인 학생 어머님이 내게 졸업 연주 사진을 부탁하셔 아드님 사진을 찍어 이메일로 보내드렸다. 그 첼리스트가 맨해튼 음대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가정 형편상 비싼 유학 비용을 계속 지원하기 어려워 전액 장학금을 주는 예일대 대학원과 Rice 대학에 지원하려고 1년 쉬면서 준비한다고 했는데 그 후로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날 졸업 연주회는 꽤 좋았다. 장학금을 받으려고 지원한 학생들이 많아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고 주위에서 실패했다는 소식도 듣곤 했다.


저녁 6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재즈 공연이 열려서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를 끝까지 볼 수 없었다. 미리 홀을 나와 116가 지하철역 부근 마트에 가서 크루아상 1개와 커피를 구입해 지하철역으로 가서 1호선에 탑승했는데 피자를 먹는 젊은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괜히 어색한 순간 얼른 시선을 피했다.


66가 링컨 센터 역에서 내려 얼른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나무 계단에 앉아 빵과 커피를 먹고 폴 홀에 재즈 공연을 감상하러 갔다. 대학원생 연주였는데 재즈 피아니스트 Micah Thomas, Jazz Piano가 재능 많아 보였다. 연주도 하고 작곡도 하는 음악가. 피아노와 색소폰 연주를 하니 재즈 팬들이 많이 왔고 음악을 사랑하는 쉐릴 할머니도 만나 함께 공연을 감상했다. 내가 아는 재즈 곡은 없는데 마음이 편하고 즐거운 시간.


11월의 첫 번째 금요일이라서 누 갤러리에 특별전을 보러 가려다 재즈 공연을 보러 갔다. 주말이라 메트 뮤지엄과 모마도 방문자들로 복잡했겠지.


저녁 7시 반 링컨 센터 앨리스 툴리 홀에서 Stravinsky, Takemitsu, and Birtwistle | AXIOM 공연이 열렸다. 무료 공연이나 티켓을 요구한 공연. 가끔 시간이 되면 공연을 보러 간다. 차츰차츰 스트라빈스키 음악도 이해가 오는 듯. 낯선 일본 작곡가 곡 연주도 아주 좋았다.


황금 햇살이 춤추는 11월 리처드 클라이더만의 <가을의 속삭임>도 떠올랐다. 카네기 홀에서도 그의 피아노 공연이 열려서 보고 싶었는데 티켓값이 너무 비싸 포기를 했다. 고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랑 자주 그의 음악을 들었는데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갔는지 몰라. 마음은 아직도 고등학생 시절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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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첫날 종일 바이올린, 재즈 피아노, 색소폰, 비올라, 하프, 클라리넷 연주를 들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쉐릴 할머니랑 함께 공연 보면서 할머니 친구 앤 이야기도 들었다. 스웨덴에 사는 앤 할머니는 1년에 봄과 가을에 뉴욕에 방문해서 뮤지엄과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보고 줄리아드 학교 등에서 공연을 본다. 앤 할머니에게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하니 놀랐다. 70대 앤 할머니는 이미 두 번 결혼했다. 첫 번째 남편은 나쁜 사람이라 이혼했고 재혼한 남편은 아주 좋은 분이었는데 심장 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최근 새로운 분을 만났지만 두 번의 결혼이면 충분하니 더 이상 결혼은 안 하고 친구 관계로 지낸다고. 세상도 변하고 사람들 삶도 변하고 있다. 70대도 사랑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