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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un 16. 2020

“코로나19 백신 개발, 급할수록 돌아가라”


한의학한림원-한국과총-과학기술한림원 온라인 공동포럼


2020.04.20 08:52 김청한 객원기자                     


“백신·치료제 개발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긴 안목으로 바라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이다. 검증 안 된 백신은 더 큰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작년 말 발병한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이면서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염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듯 미국,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본격적으로 연구에 나서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17일 ‘범정부 실무추진단’을 발족하고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을 국가 차원에서 집중 지원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그러나 인력과 자본을 투자한다고 단시간 내에 백신·치료제가 나오기는 힘들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7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COVID-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온라인 포럼에서는 백신·치료제 개발의 현황과 향후 전망에 대한 현실적인 분석이 제시됐다.



17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COVID-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온라인 포럼에서는 백신·치료제 개발의 현황과 향후 전망에 대한 현실적인 분석이 제시됐다. ⓒ 유튜브 한국과총 채널 캡처



“전임상 실험 진입 못해… 많은 연구 필요”


황응수 대한백신학회 회장은 “면역학,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공학 등 백신을 개발하는 방법이 다양해졌다”고 전했다. 각 방법마다 장단점이 존재하기에 최적의 방법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백신의 개발 요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황 회장은 ‘부작용 최소화’, ‘대량 생산의 수월성’ 등을 제시하며 ‘효능평가 지표’라는 개념을 추가했다. 이는 ‘백신으로 생성된 면역 반응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결론적으로 자연 감염과 유사한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한편, 이를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안정성 등이 백신에 요구되는 점”이라며 “백신 관련 기초연구부터 규제, 생산, 공급, 추적관리 등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후보물질을 선정하는 것부터 전임상, 임상 1,2,3차를 모두 통과하기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것이 사실. 황 회장은 “국내의 경우, 4월 13일 기준 총 10개 기관 및 기업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전임상 실험으로의 진입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가 많은 RNA 바이러스라는 것도 악재. 또한 자연변이 등으로 다른 유사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현 가능하기에, 백신 개발이 성공하더라도 그 유용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더해 ‘감염에 의해 생성된 면역반응이 제대로 유지되는지’ 등 많은 부분의 연구가 아직 부족한 상태다. 황 회장은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관련 자료가 불충분한 것이 사실”이라며 “백신 개발과 더불어 이런 관련 연구를 같이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백신 효능을 평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4월 13일 기준, 국내 총 10개 기관 및 기업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전임상 실험으로의 진입은 못한 상황이다. ⓒ 유튜브 한국과총 채널 캡처



“철저한 준비가 중요… 시간 걸리는 것 이해시켜야”


박혜숙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예방 및 치료제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 3가지 핵심 지표가 있다고 설명하며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다.


그 첫 번째는 ‘연구결과의 타당성’이다. 박 교수는 “‘환자를 치료군과 비교군으로 나누는 과정이 의사의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무작위로 이뤄졌는지’, ‘실험 약물 이외의 처치가 비교군과 치료군 둘 다에게 동일하게 이뤄졌는지’ 등을 엄밀하게 검토해야 약물의 효능과 부작용을 정확하게 판단 가능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지표는 ‘효능 및 안정성’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임상 연구에서 신뢰할만한 결과를 얻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대상의 표본 수에 따라 신뢰구간 분포 자체가 달라지는 등 연구계획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바뀔 수 있다”라며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꼼꼼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는 ‘실제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지 여부‘다. 환자의 인종, 성별, 중증도, 이전 치료 기록 등을 바탕으로 치료의 이득이 부작용의 위험보다 커야 한다는 것. 박 교수는 이에 대해 “다른 결과 지표에서 유해한 효과는 없었는지, 치료를 받지 않았을 때와 치료를 받았을 때의 리스크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물실험에서 안정성이 입증된 약물을 바로 활용하자’는 일부의 의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동물과 사람의 대사 체계가 다르고, 실험 환경 역시 똑같이 맞출 수 없기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


박 교수는 “예를 들어 발진이 나타나는 부작용의 경우, 동물에게도 발생했지만 털 때문에 관찰을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동물실험 당시에는 부작용이 없었지만 이를 사람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라며 신중을 기할 것을 권고했다.


종합적으로 “과학적 설계와 평가 없이 백신 개발이 이뤄지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백신 개발에 있어 중요 단계가 빠지거나 설계의 미미함이 없도록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해 실용화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약의 개발에는 많은 단계가 따른다. 박혜숙 교수는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해 실용화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 유튜브 한국과총 채널 캡처



“검증 안 된 백신은 부작용 초래… 안정성 확보가 관건”


김성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감염 내과 교수 역시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그는 1950년대를 강타했던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사건을 예로 들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수면제로 널리 쓰이던 탈리도마이드는 당시 임산부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 지긋지긋한 입덧을 쉽게 억제할 수 있었기 때문.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가 팔다리가 짧거나 장기에 장애를 가진 아이를 출산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이때 기형아로 태어난 아이의 수만 1만여 명에 이른다.


김 교수는 “이 밖에도 백신 접종에 있어 부작용이 있었던 사례는 많다”며 “치료제나 백신을 급하게 개발할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하게 말했다.


“올해 백신 개발, 내년 접종은 불가능”


한국화학연구원의 CEVI(신종바이러스) 융합연구단 바이러스예방팀을 맡고 있는 김성준 팀장은 “임상적으로 아직 많은 자료가 없어 단정은 못하지만,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만성 감염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기존 메르스 바이러스 등의 경우 실험실에서 세포를 감염시키면 2~3일 내에 세포가 사망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1주일 이상 세포가 생존하면서 바이러스가 계속 증식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현재의 B형 감염처럼 만성 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런 바이러스의 몰랐던 특성을 알게 되면서, 그에 맞는 백신·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졌다. 김 팀장은 “기존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세포가 죽는 것’을 막는 물질에 집중했다면, 이제 ‘세포를 죽이지 않는 조건에서 바이러스 증식 자체를 억제하는’ 물질을 찾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으로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발. 검증되지 않은 백신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잘 나타내 준다. ⓒ 위키미디어



문제는 후보물질은 있지만, 이를 제대로 평가할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 김 팀장은 “이러한 어려움은 전 세계가 마찬가지”라며 “미국 등의 선진국도 상황이 안 좋아 문을 닫은 연구소가 많다. 우리나라나 중국 등이 관련 연구를 더 빨리 진행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백신 개발 속도가 절대 느린 편이 아니라는 견해다.


김 팀장은 이어 “후보물질을 가능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마다 기저질환이나 증상들이 다 틀리기 때문에 한 가지 약물만 가지고 모든 치료를 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분석. 특히 바이러스 감염은 유전적 영향에 따라 그 반응에 차이가 나는 등 다양한 특징을 보인다.


때문에 “여러 면역 지표의 유전적 영향을 연구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좀 더 많은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는 것이 김 팀장의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그 역시 “올해 안으로 백신을 개발해 내년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비치며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이 밖에도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일단락되더라도 관련 연구에 대한 지원이 끊어지면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1만 명 이상의 확진자와 200명 이상의 사망자 사례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등 여러 의견을 제시하며 입을 모아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강조했다.




김청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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