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대부분 기업이 신규 채용의 문을 닫았다. 막 고교나 대학을 졸업한 청년층은 일자리를 잡지 못했다. 어렵사리 직장에 들어가더라도 이전보다 낮은 임금을 받았다. 이후 경기가 살아났지만,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인 이들이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았다. 깎인 임금도 제대로 올려 받지 못했다. 이른바 ‘금융위기 세대의 비극’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청년층 실업난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위기 세대와 같은 ‘코로나 세대’를 양산할 수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고가 6일 나왔다. 한요셉 연구위원이 펴낸 ‘청년 고용의 현황 및 정책 제언’ 보고서를 통해서다. 그는 “같은 나이의 근로자에 비해 첫 입직이 1년 늦어졌다면 이후 10년 동안 받은 임금이 연평균 4~8% 적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코로나 취업난의 여파가 10년을 간다는 의미다.
비극의 씨앗은 이미 지난해 후반기부터 자랐다. 지난해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상반기 43.1%에서 하반기 44.0%로 올랐다. 그러나 늘어난 청년 일자리 대부분이 예술ㆍ스포츠ㆍ여가ㆍ숙박ㆍ음식점 등 서비스 업종이었던 게 문제였다. 제조업보다 임금도 적고 고용 안정성도 낮은 직종이다. 한 연구위원은 “(청년 일자리 수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을 기준을 봤을 때 서비스업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제조업이 계속 마이너스(-)를 보였다”며 “일자리의 질적인 측면, 임금적인 측면에서는 질적인 개선세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국내ㆍ외 관광객, 서비스 수요가 급감하면서 청년층 일자리가 몰려있던 이들 직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청년층 실업률은 1월 7.7%, 2월 9.0%, 3월 9.9%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실업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그냥 쉬었음’, 진학, 휴학 인구까지 합치면 실제 청년층 실업난은 더 심각할 수 있다. 이마저도 ‘아직 시작도 안 한 상황’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한 연구위원은 “유럽과 미국 등에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3월 중순 이후 상황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며 “2분기 이후 고용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단기간에 회복될 충격도 아니란 점이다. 한 연구위원은 “현재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 있는 청년들의 경우 이번 위기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단기적인 임금 손실 외에도 경력 상실로 인한 임금 손실이 지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이 또래보다 1년 늦으면 이후 10년 동안 받은 임금이 연평균 4~8% 적었다. 또 첫 직장에서 임금을 10% 낮게 받은 고졸 근로자는 경력 10년을 쌓은 후에도 같은 연령 근로자보다 임금을 10% 이상 적게 받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세대, 금융위기 세대의 비극이 코로나 세대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한다며 55만 개 공공ㆍ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최저임금을 간신히 웃도는 6개월짜리 단기 직장이란 한계가 있다.
한 연구위원은 “일단 불이 났기 때문에 불을 끄는 것이 우선이고, 위기 상황에서는 일단 뭐든 일자리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청년들이 자신의 경력을 쌓아나가는 디딤돌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층 지원 기준 한시적 완화 ▶보건ㆍ정보기술(IT) 등 유망 업종 채용장려금 지원 확대 ▶보건ㆍIT 확대에 대비한 산업ㆍ인력 양성 정책 변화 ▶온라인 교육 내실화 ▶대학 전공 선택의 유연성 제고 ▶직업교육과 노동시장 연계성 강화 등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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