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5 09:09:37
미국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일(현지시간) 전 세계의 3분의 1에 가까운 115만명을 기록한 가운데 코로나 사태로 드러난 극심한 부의 불균형 문제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복수의 미 의원들은 최근 보건복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의 코로나 사태를 통제하려면 아프리카계 미국인 등 저소득층을 우선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곤층, 바이러스 노출 위험 더 커
뉴욕주는 미국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3일(현지시간) 기준 확진자가 32만명을 넘어섰다. 미국 재난의 중심이 된 뉴욕주의 코로나19 감염 분포도와 이 지역의 빈곤 상황 분포도를 대조해 보면 거의 일치한다. 이는 빈곤층이 집중된 지역 일수록 감염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석가들은 빈곤층은 거주 조건, 직장 환경과 건강 상태가 나쁘고 방역 물품 부족으로 조기 검사를 받지 못한 탓에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되고 지역 사회에서 더 빠르게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현의 공공보건국장은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저소득 지역 거주자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부유한 지역 거주자의 세 배”라고 밝혔다.
미국 비영리 보도기구인 ‘ProPublica’에 따르면 위스콘신주 밀워키현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전체 인구의 26%에 불과하지만 이들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는 전체 감염자의 절반에 육박했고 사망자수는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가난 할수록 실업률도 높아
지난 한 달여간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미국의 실업률은 1940년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3월 15일부터 4월 18일까지 5주 동안 실업자가 누적 2600만명을 넘어서면서 최근 10년의 신규 취직자수를 추월했다. 정부 고용보험 사이트가 접속자 폭주로 마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실업 급여를 신고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실업자는 이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 앤드 컴퍼니(McKinsey & Company)가 3월 30~4월 5일 조사한 데 따르면 저소득층의 직장 근무 시간은 고소득층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또 미국 NORC 공공사무연구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빈곤층과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들의 실업률이 더욱 높았다.
미국 노동부의 전 수석 경제학자 하이디 쉬어 홀츠 (Heidi Shierholz)는 “골치 아픈 것은 2300만명의 일용직 노동자와 800만명의 불법 이민자 중 일부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금을 수령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질병·실업에도 빈곤층은 버티는 수 밖에
질병과 실업은 미국 빈곤층의 생계를 위협하는 최대 위험 요소다. 둘 중 하나라도 부닥치면 그들의 생활은 궁지에 내몰린다.
미국 직업자문사이트 ‘Zety’가 최근 충격적인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재직 중인 1000명의 미국인들에게 현재 재산으로 얼마 동안 버틸 수 있냐고 물었더니, 피조사자 중 60%는 석 달 이상 못 버틴다고 답했고 12%의 사람들은 한 주도 살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Zety’는 이어 “이들은 어느 날 직장을 잃게 돼도 해결 방법이 없어 보인다”며 “가산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겠다고 대답한 외 36%의 남성들은 피를 뽑아 팔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누구를 위한 의료보험인가?
CNN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서 17세 고교생이 최근 호흡 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갔지만 의료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당했고 결국 국립병원에 이송되는 도중 숨졌다. 한 주일 뒤 이 고교생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소년의 부모들도 이미 감염된 상태였다. 이 소년은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첫 미성년자로 기록됐다.
미국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2018년 의료보험 미가입자는 2750만명으로 나타났다.
부유층은 가장 선진적인 의료 혜택을 받지만 빈곤층은 고액의 비용을 부담할 수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여론 조사기관 갤럽(Gallup)의 2019년 12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봉이 4000달러 이하인 가정 중 비용 문제로 조기 치료를 놓치는 경우가 36%에 달했다.
“아마도 이것이 인생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미국의 빈곤층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면서 코로나의 빠른 확산과 비싼 치료비에 따른 사회복지 서비스 불균형 문제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세계자산·소득데이터베이스(World Wealth and Income Database· WID.월드)’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세기 90년대 이후로 미국 부유층의 재산이 국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6년에 이르러 상위 1%의 부자가 벌어들인 재산은 전체 소득의 20%를 차지했지만 저소득층 50%의 수입은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부유층은 날이 갈수록 더 부자가 되고 빈곤층은 더 가난해지고 있다.
이처럼 극심한 빈부의 격차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받는 교육 환경과 수준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며 그 영향으로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저소득 분야에 취업하게 된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빈곤 위험에 빠질 확률은 다른 사람에 비해 2.5배 높았고 실업률도 2배에 달했다.
최근 미국 매체들은 코로나19는 서방 국가에서 부자들만 걸리는 일종 ‘사치병’으로 전락했다고 풍자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조기에 검사 받을 능력이 없어 대부분 ‘독감’으로 진단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의료체제 불평등 지적과 관련해 “부자와 명인들은 가끔 특별 대우를 받을 때도 있다. 아마도 이것이 인생이다”고 응답했던 말을 연상시킨다.
미국 정부는 3월 중순부터 코로나 확산 차단을 위해 사람들에게 외출 자제를 요구했다. 그러자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최신 전자제품을 이용한 재택 근무자와 온라인 쇼핑이 급증했다. 이들은 전 사회적인 방역 와중에도 최신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많은 저소득층에게는 고가의 전자제품이 ‘그림의 떡’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던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최근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The Guardian)’에 낸 기고문에서 “코로나의 대유행은 미국 사회에서 새로운 계급분화와 불평등을 초래했다”며 “‘원격 근무가 가능한 노동자’, ‘필수적 일을 해내는 노동자‘,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와 ‘잊힌 노동자’ 4개 계급을 새롭게 탄생시켰다”고 지적했다.
미국 종합 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Atlantic Monthly)’도 사설에서 미국 사회 계층의 분화는 정치적 분극을 초래하고 사회 불평등을 더욱 심화함으로써 국가 통제 시스템을 곤경에 빠뜨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미국의 국가적 위기가 더 심각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비록 트럼프 행정부가 저소득층의 기초생활 보장 조치 등을 취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는 ‘한강에 돌 던지기’일 뿐, 코로나로 인해 갈라터진 미국의 거대한 가난의 ‘상처’를 치유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번역/편집: 김민국
korean@cri.com.cn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