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집값 코로나 충격 20% 급락,빈집 1년새 85

by 김지수

맨해튼 집값 코로나 충격에 20% 급락…빈집 1년새 85%↑


재택증가로 도심수요 줄어
고급주택일수록 하락폭 커

실리콘밸리 핵심 주거지
샌프란시스코 임대료도 `뚝`
원룸기준 1년새 11.8%↓


박용범, 김인오 기자


입력 : 2020.07.10







월스트리트가 있는 미국 뉴욕 맨해튼 다운타운에 있는 고급 신축 콘도.

이 건물에서 층수가 좋고 방이 3개인 1800제곱피트(약 167㎡) 규모 콘도는 코로나19 사태 전에 534만달러에 거래됐다. 매도자가 제시한 가격에서 조금도 할인되지 않을 정도로 수요가 탄탄했던 지역이다. 하지만 이 콘도도 `코로나19 태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콘도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비해 시세가 약 15% 내려갔다. 하지만 아직 바닥을 알 수 없다. 이 건물에서 방이 2개인 콘도는 코로나19 전에 261만달러에 팔렸지만 이젠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뉴욕 일대 최대 부동산 중개·감정 업체인 더글러스 엘리먼의 토니 여 중개사는 "맨해튼 고급 신축 아파트 중 700만~1000만달러 가격대 아파트는 매매가가 20~30% 하락했다"며 "비싼 매물일수록 하락 폭이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하던 미국 `직주근접` 인기 지역 집값이 지난달 사상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에서 부동산이 가장 비싼 맨해튼과 샌프란시스코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 두 도시에서는 10여 년 만에 공실률이 치솟고 임대료가 급락했다. 재택근무(WFH)가 정착되고, 대량 실업이 속출하면서 직주근접 지역 주택 임대 수요가 급감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9일(현지시간) 더글러스 엘리먼의 `6월 주택 임대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맨해튼 임대 아파트 공실률이 3.67%로 치솟았다. 이는 이 보고서가 발간된 지 14년 만에 가장 높은 공실률 기록이다. 해당 기간에 임대 매물로 나온 아파트도 1만가구로 지난해 6월 대비 85% 폭증했다. 6월 말 기준 맨해튼 소재 원룸 월 임대료는 중간값이 3378달러(약 408만원)로 미국 내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 높다. 가족 단위 아파트는 1인 가구가 선호하는 원룸 단위보다 임대료 위축세가 더 두드러졌다. 맨해튼만 빈집이 쌓이는 것은 아니다. 6월 뉴욕 시내 브루클린과 퀸스 일대 임대 매물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57%, 41% 늘어났다.

반면 맨해튼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뉴저지 일대 단독 주택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늘었다. 테너플라이 등 학군이 좋은 뉴저지주 일대 타운에서는 임대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사라지고 있다. 뉴저지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맨해튼 아파트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뉴저지 주택으로 빠져나오면서 이 지역은 어느 때보다 수요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뉴욕과 더불어 미국 부동산 시장의 양대산맥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임대료 하락이 두드러진다. 온라인 주택 임대 플랫폼인 줌퍼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원룸 임대료가 지난 6월 11.8% 하락해 통계를 내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앞서 5월에 9% 하락한 것보다 낙폭이 더 커진 것이다. 안데모스 게오르기아데스 줌퍼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스타트업이 줄줄이 들어선 샌프란시스코 주요 지역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는 임대료가 오르기만 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줌퍼 데이터에 따르면 6월 미국 전국 원룸 임대료는 1% 정도 올랐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는 11.8% 떨어져 확연히 대비되는 모양새다. 게오르기아데스 CEO는 "트위터·페북 등 기술 기업들이 단기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재택근무 체제를 선택하면서 1차적으로 사무실 수요가 줄었고, 이어 2차적으로 회사 근처 주거 시설에 대한 직원들 임대 수요가 급감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무기한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구글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IT 공룡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트위터는 무기한 재택근무 체제이고 페이스북은 앞으로 5~10년 내 직원 중 절반이 재택근무 등 형식으로 원격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구글은 오는 9월 7일까지 사무실을 폐쇄하고, 연말까지 원격근무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으려는 투자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국내 부동산 보유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자 해외 투자에 눈을 돌리는 수요가 생기고 있다. 맨해튼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매물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더러 받고 있다"며 "과거 생각해보지 못했던 매수 타이밍이 왔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있다"고 전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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