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6개월…미주 한인사회 "하루하루 연명"

by 김지수

공완섭 / 기사승인 : 2020-08-31


실내 금지되자 야외영업으로 연명
여행업·세탁·미용업 등 직격탄 맞아
겨울 다가오면 줄도산 날까 걱정


지난 8월 28일 금요일 저녁 뉴욕시 맨해튼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는 코리아타운. 도로 양쪽에 한인 식당들이 설치한 텐트가 빼곡히 설치돼 있고,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가득찼다.

한인과 외국인들이 대략 절반 정도. 뉴요커뿐 아니라 주로 주말을 보내기 위해 타주에서 몰려온 20~30대 젊은이들이다. 한국식 바비큐 요리를 하느라 고기 굽는 냄새, 각종 찌개 등 음식냄새가 진동하고 소주 잔을 기울이며 큰소리로 대화를 주고 받는 이 거리는 서울의 거대한 포장마차촌을 옮겨 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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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내영업이 허용되지 않아 주차장 등에 임시로 차린 야외테이블에 주말 밤을 즐기러 나온 젊은이들이 북적댄다. 그러나 업주들은 실내영업보다 매출이 훨씬 떨어졌다며 걱정이다. [공완섭 제공]


사실 지난 3월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 선포로 직격탄을 맞은 식당들은 몇달간은 절망적이었다. 일체 실내영업이 불가능했기 때문. 뉴욕시는 7월초 영업을 전면 허용하려고 했으나 감염자 숫자가 급증, 야외영업만 허용함에 따라 도로변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메이시백화점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 코리아타운에 바로 인접해 있는 관광 명소 주변 거리는 상점들이 철시한 상태. 인적마저 끊어져 코로나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두 블록 옆 이곳 코리아타운은 북적대는 분위기다. 얼핏 코리아타운은 코로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듯 보인다. 정말 그럴까.



이곳에서 영업중인 식당과 카페 등 음식점은 더큰집, 원조, 미스코리아, 삼원가든, BCD순두부, 포차32, 종로상회, 백정 등 대략 30여 곳. 식당 실내 영업이 금지된 가운데 야외 영업은 잘 되는 것 같지만 평소에 비하면 여전히 매출은 형편 없다. 더큰집의 경우 실내좌석이 150 석인데 반해 야외 테이블은 고작 16석. 야외 테이블을 다 가동한다해도 평소 매출의 10~20% 수준 밖에 안 된다. 외화내빈인 셈이다.



박혜화 사장은 "기업이나 직장인들이 맨해튼을 벗어나는 추세고, 날씨가 추워지면 그나마 야외 장사도 힘들어 연말이 고비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맞은편 원조식당과 공동으로 주문배달 앱서비스를 시작, 돌파구를 찾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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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는 차량 통행을 막아 차 없는 거리로 둔갑한다. 코리아타운 전체가 거대한 포장마차촌으로 변했다.


현재 이 거리에서 문을 닫은 데는 파리바게트 한 곳. 밀린 렌트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업소들은 최대한 직원과 경비를 줄이고, 픽업과 배달서비스에 의존하면서 '버티기' 영업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는 상황에 추가 지원책이 없이 겨울이 오면 줄줄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업주들의 걱정이 크다.



팬데믹 선언 6개월째를 맞는 미주 한인 비즈니스는 드러난 피해보다 감춰진 잠재위험이 훨씬 심각하다. 뉴저지주는 도로점유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주차장이 있는 식당들은 한 켠에 텐트를 치고 야외영업을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 식당들은 배달서비스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처지.



포트리, 팰리세이즈파크 등 한인타운 중심 상권에 있는 소문난 집, 동해수산, 바다이야기 등 주차장을 갖춘 식당들은 야외영업으로 임대료 일부라도 내고 있지만 상당수 업체들이 건물주와 렌트 조정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의 간판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네일과 세탁업도 쓰러지지 않기 위해선 페달을 밟아야 하는 이른바 '자전거' 영업을 하고 있다.



세탁업계의 경우는 출퇴근, 각종 모임이 크게 줄어드는 바람에 고객이 뚝 끊어진 상태. 매출은 평소의 20~30% 수준으로 떨어졌다. 뉴욕한인드라이클리닝협회에 따르면 렌트가 비싸고 재택근무가 확산된 맨해튼 지역 한인 세탁소 상당수가 문을 닫았거나 닫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일가게들은 대인접촉 밀도가 높아 거리유지와 위생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업종이다. 뉴욕한인네일협회 박경은 회장은 월 렌트 3만달러 가량의 맨해튼 네일가게 등 일부 한인업소들이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문닫는 업소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직접적인 피해가 닥친 업종은 여행업. 뉴욕시 엠파이어여행사는 매출이 사실상 제로상태가 지속되자 '외도'를 통해 렌트비를 벌충하고 있다. 고객망을 통해 마스크를 팔아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



한인경제가 한계 상황에 처한 건 LA, 시카고, 애틀랜타 지역도 마찬가지. LA는 한인경제의 대동맥이라고 할 수 있는 봉제업계(자바 시장)의 절반 가량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직원들이 대거 빠져 나가 의류업계는 물론 한인 비즈니스 전체에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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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스트리트 브로드웨이쪽에 설치된 바리케이트.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차량통행이 전면 금지된다.


한인 식당 상당수는 주차장이나 도로변에서 야외영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직원들도 대거 감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료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 원자재값 상승과 현금결제조건 등도 업주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이·미용업계는 사실상 전면 영업 중단 상태. LA카운티는 특히 실내영업이 허용되지 않아 폐업이 속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LA 지역 7월 파산신청 건수는 1093건. 4월의 713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한인업체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경기부양책에 따른 지원금 때문에 버틸 수 있었는데 이 상황이 더 계속되면 줄파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변호사들 얘기다. 특히 미주 한인들은 식당, 세탁소 등 소규모 자영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아 이번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주요 업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반해 일부지역 부동산 거래는 활황세를 보였다. 지난 7월 캘리포니아주 주택거래는 2년 반만에 가장 많은 40만 건을 넘어섰다. 제니 배 뉴스타부동산 브로커는 "코로나 파장이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는데,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며 "금리가 낮고, 주식시장에서 넘어온 유동성 자금이 흘러 들어와 수요가 더 커진 것 같다" 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난생 처음" 이라며 사실상 공황 상태에 공감하면서도 버티고 있는 건 순전히 3조 달러 규모의 연방 긴급구제 패키지 덕분이었다. 연방 정부가 실업수당과 별도로 추가 실업과 폐업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들에게 준 급여보호프로그램(PPP)과 중소기업대출(SBA) 덕분에 겨우 위기를 모면하고 있는 것.



한인 사업주들도 대부분 무상지원이나 다름없는 PPP지원금을 받았다. 기존 SBA 융자를 받은 업체들에겐 중소기업청이 6개월간 상환금을 대납해주기도 했으니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주별로 렌트미납에 따른 강제퇴거유예, 모기지 페이먼트 유예 등 비상조치를 취한 것도 크게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연명치료에 불과하다. 추가 지원책이 없거나 각종 유예조치를 연장해 주지 않으면 10월부터 줄파산이 이어지거나 소송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설령 선거 때문에 유예기간을 선거 이후로 다소 연장해 주더라도 연말을 넘기진 않을 거라는 얘기다.



뉴욕 베이사이드 이스트 코스트 부동산 폴 김 브로커는 "렌트유예조치 때문에 9월말까지는 렌트를 못내도 강제추방 할 수 없으나 10월을 기점으로 줄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다" 고 말했다.



한인사회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위험하다. 긴급 수혈을 받아서라도 하루 하루 버티고 있지만 언제 문을 닫아야 할 지 매일 저울질 해야 하는 업주들의 심정은 피를 말리는 고통의 연속이다. 아무도 부인하지 못하는 10월 위기설, 연말대란설 때문에 한인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UPI뉴스 / 공완섭 재미언론인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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