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커져가는 소득양극화

by 김지수

2020.08.24


옥스포드이코노믹스 '팬데믹 주도의 불평등 결과'
고소득 사무직 고용유지, 저소득 생산직 실업위기
증시 호황 속에서 부자들의 자산은 더욱 쌓여가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격차가 벌어진 소득 불평등이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물경제가 아직 침체되고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하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자산가들에게 부(副)가 집중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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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옥스포드이코노믹스가 최근 내놓은 '팬데믹 주도의 불평등 결과'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을 기준으로 미국 소비자를 3개 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고소득 소비자의 신용ㆍ체크카드 사용액이 1월 대비 4월 40%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감소폭이 30% 가량인 저소득층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컸다. 고소득층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여행이나 외식과 같은 여유 소비를 줄여 감소폭이 더 컸던 것이다. 소비는 전반적으로 경제활동 재개 이후 회복됐지만 지난달 1월 대비 소비 감소폭이 저소득층은 2%까지 줄어든 반면 고소득층은 아직까지 11%나 차이가 나 회복세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존 페인 옥스포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이 줄면 그만큼 소비를 줄이거나 소비는 유지하되 부채를 늘릴 수 있다"면서 이들의 소비는 대부분 생활에 필요한 것인 만큼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저소득층은 당장 생필품 구매를 줄일 수 없어 대출을 받아서라도 구매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러다보면 여윳돈이 있는 향후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자금을 모아놓을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은 저축을 늘리게 되고 소득이 줄어 부족한 자금을 빌려야하는 저소득층은 부채 부담이 커지게 된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마저 소득 수준이 높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무직에 제한돼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중국에서 진행된 5000가구 이상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연 30만위안(약 5148만원) 이상인 가구의 소득은 2분기에 전년동기대비 증가했으나 그 외에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득 수준이 5만위안 이하인 가구는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답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7월 실업률을 살펴보면 평균은 10.2%지만 백인은 9.2%로 평균보다 낮은 반면 흑인(14.6%), 아시아인(12%), 히스패닉(12.9%)은 평균을 넘어선다.


이같은 상황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심화하던 소득 불평등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나 다름없다. 브루킹스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한 보고서에 따르면 1967~1981년과 2002~2016년 중산층의 소득 증가율은 27%에서 8%로 줄어들었으며 중산층 중에서도 소득이 높은 중산층 비중은 늘어난 반면 진짜 중산층 비중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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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상 최고를 기록한 증시 호황도 소득격차간 불평등을 더욱 악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증시가 이처럼 호황이면 소득 상위층의 자산은 늘어난다. 소득 불평등에 대해 연구해온 에드워드 볼프 뉴욕대 교수 겸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원은 "중산층은 주로 주택에 투자하고 부유층들은 주식과 기업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기업이나 주식의 수익률이 주택에 비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미 연방준비제도(Fed)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미국 주식의 84%를 미국 소득 상위 10% 가구가 보유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같은 억만장자 부호들이 주가 상승 덕을 보며 재산을 불려나가는 데다 지난해 미국의 350대 기업 CEO들이 받은 실질적인 수입이 일반 근로자의 320배에 달해 1989년(61대 1)에 비해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미 싱크탱그 경제정책연구소(EPI) 분석 결과도 있었다. 연봉보다 스톡옵션 등 주식 비중이 큰 CEO의 수입 특성을 고려했을 때 증시 강세에 따라 부유층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오르면서 금융소득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하워드 골드 마켓워치 칼럼니스트는 기준금리 인하와 회사채 매입 등 Fed의 통화정책이 극적으로 불평등을 키우고 있으며 부유층이 이득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 5월 통화정책으로 인해 불평등이 확대되진 않는다고 했으나 가계ㆍ기업의 붕괴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유동성 확대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월 이처럼 전염병을 경험한 뒤에는 불평등 지수인 지니계수가 오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175개국을 대상으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등 2000년 이후 발생한 다섯차례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 발병 이후 5년에 걸쳐 지니계수가 1.5% 오르고 교육 수준이 낮은 노동자의 일자리가 5%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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