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교외로…코로나가 주거 패러다임을 바꾼다

by 김지수

공완섭 / 기사승인 : 2020-10-06


재택근무 확산…주거지 제한 사라져
SF첨단기업들 본사 사무실도 폐쇄
도심 렌트 하락, 교외 주택거래 급증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데스토에 사는 스테파니 모리스 부부. 지난달 세 아이를 데리고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로 이사가기로 작정했다. 평생을 센트럴밸리에서 살아온 그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850달러(약 102만 원)의 월세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한번도 가 보지 않은 낯선 도시로 이사하기로 한 것이다. 비싼 집값과 세금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토박이인 그가 타주 이주를 감행하기로 결심하게 된 건 SNS 덕분. 캘리포니아를 떠나려는 사람들끼리 만든 그룹 코미포니아에 접속하면서부터다. 페이스북에 결성된 '코미포니아(Commiefornia)' 즉,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보수주의자들의 모임인 이 그룹 멤버들이 올린 사진과 경험담들을 접하고 떠날 용기를 얻었다. 코로나 때문에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접하게 됐고, 거기에 모인 수천 명의 모기지(융자) 브로커와 부동산 브로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조언에 힘입어 어려운 결심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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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 광장에 모인 시민들. [Photo by John Angelillo/UPI]


캘리포니아주 풀러턴에 사는 줄리엣 손더스(53)와 남자친구 데이비드 클라크(60)도 지난 9월 집을 팔고 텍사스로 이사하기로 했다. 비싼 물가와 세금을 내면서 굳이 캘리포니아를 고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오렌지 카운티에서 리커스토어(주류잡화점)를 운영하던 줄리엣은 코로나로 인해 하루 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되자 텍사스주에 사는 언니와 페이스북을 이용해 텍사스로의 이주 서비스 사업을 함께 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인구가 크게 늘면서 타주 이주자들을 돕는 사이트가 성업 중이다. Exitcalifornia.org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69만1145명이 타주로 이사 갔다. 주로 텍사스, 콜로라도, 애리조나, 유타, 오리건, 워싱턴, 아이다호주 등 서부지역이 대상지다. 집을 사고 파는 법, 모기지 알선, 이삿짐센터와 연결 등 일체의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다 해준다. LeavingtheBayArea.com, LeavingSoCal.com 등 온라인업체들이 활발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회사 핀터리스트는 재택근무로 더 이상 본사 사무실이 필요 없다고 판단, 지난 8월 9000만달러(약 1080억 원)의 위약금을 물어가며 아직 완공이 안 된 50만 평방피트짜리 사무실 계약을 취소했다. 중소기업 크레딧 카마라는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다른 지역 사무실로 발령냈다.



초고층빌딩 소유주 세일즈포스사는 지난 5월 벌써 4600명의 직원을 전면 재택근무 방식으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위터사는 10만평방피트 본사 사무실을 비우고 직원 전원 재택근무 체제로 바꿨다. 직원들은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 살고 있는 곳에 남을 것이냐, 다른 도시나 타주로 이사할 것이냐. 첨단 사무실을 자랑하던 기업과 도시 전체가 사무실과 집을 완전 분리하는 획기적인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시 중심가 맨해튼도 엑소더스(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이 정점을 찍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가 줄고, 소득이 급감, 이미 오를대로 오른 집값과 렌트비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매물이 쏟아져 나오지만 거래는 안 되고, 도심을 벗어난 이들이 교외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맨해튼 주택판매는 전년에 비해 56%가 줄어든 반면, 주변 위성도시는 44%가 늘었다.



부동산 전문조사기관 GS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올 들어 맨해튼 콘도 거래는 지난해에 비해 34% 떨어진 반면, 맨해튼 인근 커네티컷주 그린위치는 186%, 맨해튼서 두 시간 거리의 햄튼은 104%가 각각 늘었다.



콤파스부동산 매트 브라이튼바흐는 "통상 주중에 맨해튼에서 일하고 주말에 햄튼 집에 머무는 게 통례였으나 이젠 주중에 햄튼 집에서 일하고 주말에 맨해튼 시내에 나가는 방식으로 생활패턴이 확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가 일반화 되면서 주말 교외주택과 도심 아파트의 이용패턴이 반대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호하는 주거형태도 달라졌다. 부동산 브로커들의 말에 따르면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가 확산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집이 사무실 기능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에 넓고 쾌적한 단독주택을 선호한다는 것. 또 엘리베이터 타기를 꺼리면서 초고층 아파트보다 4층 이하의 작은 아파트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베란다 같은 바깥 공간이 가능한 넓어야 한다는 것도 요구 조건 가운데 하나.



교외지역 단독주택의 경우 공급이 그리 많지 않아 가격 경쟁도 심하다. 10% 이상 웃돈을 얹어 줘야 원하는 집을 살 수 있는 전형적인 셀러스 마켓(

seller's


market·판매자에게 유리한 시장 상황)

이다.



이 같은 탈출행렬이 이어지는 도시는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워싱턴DC, 덴버, 시애틀 등 대도시다. 도시 엑소더스에 직접 불을 지핀 건 코로나이지만 사실 천정부지로 오른 렌트 때문에 탈출 욕구는 최고조에 달했었다.



렌트가 정점에서 코로나를 만나면서 렌트비는 크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점퍼렌트리포트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9월 렌트비는 전월에 비해 6.9%가 떨어졌고, 8월에도 한달 사이 5%가 떨어졌었다. 4월부터 따지면 19%나 하락한 셈이다. 뉴욕도 원 베드룸 아파트 렌트가 팬데믹 이후 23% 떨어졌다.



떠나는 이들의 발길을 잡기에 렌트 하락은 역부족이었다. CBS보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거주자들 가운데 첨단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40%가 재택근무을 허용할 경우 이사할 용의가 있다고 응답했다. 온라인 회의, 재택근무가 자리잡아 가고 있기 때문에 교외지역으로 이주는 정해진 수순이다.



뉴스위크도 최근 해리스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 미국인 10명 가운데 3명은 코로나 때문에 시골에 살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또 4명 중 한 명이 대도시를 떠나 교외지역에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는 것. 또 도시 거주자의 40%가 팬데믹 때문에 도시를 떠나고 싶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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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샌스란시스코 도심을 가득 채운 스모그. [Photo by Terry Schmitt/UPI]


여론조사기관 하이어어헬퍼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감염 위험을 피해 도시를 떠나겠다는 사람은 15%였지만 37%가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수입이 줄어 들어 주거비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도시를 떠난 이들은 다시 돌아올까.



통상 한 번 교외지역으로 이사를 하면 도심지로 되돌아오기란 쉽지 않다. 맥넬리파트너스 존 맥넬리사장은 그러나, 재택근무가 전업종으로 확산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실리콘밸리 같은 경우는 학교, 연구소, 금융기관 등이 밀집돼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도시 엑소더스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금의 엑소더스는 단순히 도심을 떠나 교외로 주거지를 옮기는 게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처럼 본사 사무실을 아예 없애고, 재택근무 방식을 전면 도입하면 개인의 생활 방식 뿐 아니라 도시의 기능과 삶의 질까지도 바뀔 수밖에 없는 엄청난 패러다임의 전환이 될 것이 틀림없다.



UPI뉴스 / 공완섭 재미언론인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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