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입력 2020.07.27 11:38
"트럼프 싫어하는 파우치 소장이 바이러스 개발"
200여개 지역방송 보유 방송사, 음모론 방영 예고
"정권에 쓴소리한다고 '지지층 먹잇감'으로 던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이 지난 17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상원의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보건·교육·노동 연금 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안면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이 원숭이 세포 안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어 중국에 넘겼다."
미국 최대 지역방송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관련해 음모론을 주장하는 인사의 인터뷰를 주말 방송에 내보내려다 여론의 비난에 부딪쳐 방송을 보류했다. 그간 마스크 의무 착용 필요성 등 코로나 사태의 경중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했던 보건기관의 수장이 자국 실험실에서 몰래 바이러스를 만들어 중국에 넘기고 연구 진행을 위한 자금까지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날까지 미국에서만 14만6000명이 코로나로 사망하고 417만명 이상이 확진판정을 받았다는 존스홉킨스대학의 집계가 발표된 상황에서다.
26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방송 등은 미 전역에 191개 지역방송국을 보유한 싱클레어그룹이 전날 주말 프로그램 '이번주 미국은'에 코로나 음모론으로 악명 높은 주디 미코비츠 인터뷰 방송을 예고했다가 시청자들의 반발로 방송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미코비츠와 그의 변호사는 앞서 온라인에 공개된 인터뷰 영상에서 "파우치 소장이 미국에선 불법인 바이러스 연구를 비밀리에 성공시킨 뒤 중국에 넘겨줬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강경대응하지 못하는 건 코로나 기원이 미국 내 실험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송 화면에는 '파우치 박사가 코로나19를 만들었나'는 자막을 띄웠다.
싱클레어 측은 당초 여론의 비난 속에서도 "우리가 해당 관점에 동의한다는 건 아니지만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며 방송 강행을 예고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같은 날 오후 트위터에 "추가 검토 끝에 이번회 방송을 연기하고, 지난주 방송분으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전역의 지역방송을 대표하는 방송국이 팩트 체크도 없이 음모론자의 인터뷰를 방영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우리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알고 있으며, 전국적인 지역 프로토콜과 규정을 지속적으로 준수하며 취재해왔다"고 했다.
싱클레어는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매체 중 하나로 2016년 대선의 공신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이 매체와 여러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다. WSJ은 싱클레어가 이번 방송으로 보수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는 등 정치적 의도를 드러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건이 쓴소리를 던졌던 파우치 소장을 보수 지지층에 '먹잇감'으로 던지려 한다는 것이다.
26일(현지 시각) 프랑스 남서부 생 에티엔 드 바오리(Saint Etienne de Baierry)에서 열린 음악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얼굴에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이날 프랑스에서 코로나 감염자 1명당 평균 1.3명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등 확산세가 나타난다고 밝혔다./AP연합뉴스
◇"코로나는 사기극" 유럽 발목 잡는 '황당한 음모론'
유럽에서는 아예 코로나 자체가 거짓이라는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그간 독일 등에서는 '중국이 의도적으로 바이러스를 전세계에 퍼뜨렸다'거나 '코로나는 국민 통제용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배후에는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가 있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퍼지고 유명인들이 가세하는 형식으로 문제가 됐었다.
반면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전 세계 정부와 언론의 '사기극'이라는 음모론까지 나왔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이같은 유언비어를 생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마스크 대란'도 연출된 현상이라는 가짜 뉴스가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A씨(35.남)는 이날 본보 인터뷰에서 "유럽 각국에서 온 게스트들로부터 '주변에 실제 코로나 확진자를 본 적이 있느냐. 우리는 전혀 못봤다'면서 코로나 자체가 사기극이라는 생각을 안 해봤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간 국경 봉쇄가 풀린 직후 유럽 여러나라의 여행객들이 게스트하우스에 많이 오는데, 그들 중 다수가 '아시아에서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고 다닌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거나 '정부가 코로나 팬데믹을 꾸며낸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체코에서 숙박업을 하는 B씨(54.여)도 "아예 코로나 자체가 거짓말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유럽에 적지 않다"며 "이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공공장소에서 일제히 마스크를 쓴다는 뉴스를 너무 이상하게 여기기도 하고, 정작 자기 주변에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면서 도리어 '확진자를 봤는지 답해보라'고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에서는 5G 네트워크 기술이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이라는 음모론이 횡행하면서, 도시에 설치된 5G 무선 기지국 50여곳이 방화로 불에 타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은 영국과 유럽 각 지역 외 호주, 미국, 캐나다에서도 연이어 벌어졌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글로벌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6일 오전 11시(GMT) 기준 전세계 코로나 확진자는 1622만6951명을 기록했으며, 64만887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