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영태 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 운영위원
승인 2020.05.06 13:13
누리에 루비니(Nouriel Roubini), 2020.4.28. from Project Syndicate
* 2020년대의 대공황(The Coming Greater Depression of the 2020s)
필자는 이번 대공황이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보다도 더 심각할 것이라는 의미에서 ‘Greater’ Depression이라고 표현했는데 우리말로 옮기기가 마땅치 않아 여기서는 대공황으로 번역함.
번역자 주
10년 전의 금융위기를 구조적 모순은 놔둔 채 양적완화(통화증발)로 미봉한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가 코로나 사태로 재차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글은 짧은 칼럼으로 저자인 루비니교수의 통찰을 충분히 담았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이고, 그 역시 미국을 중심에 놓고 분석하고 있으며 새로이 부상하는 글로벌 리더쉽으로서의 중국이나 기타 신흥국들의 의미와 역할 등에 대한 조명이 없는 점은 아쉽지만, 미국 등 소위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향후 전개될 불황과 관련하여 주요 키워드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되어 번역, 소개한다.
▲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를 알리는 신문가판 모습. Richaed Baker / In Pictures via Getty Image [사진 : Project Syndicate 누리집 캡처]
팬데믹(pandemic)이 일어나도 좋을 때라는 것은 없겠지만 이번 코비드19 위기는 세계경제에 있어서 특별히 안 좋은 시점에서 발생했다. 세계는 오랫동안 금융, 정치, 사회경제, 환경적 위기라는 대재앙(perfect storm)을 향해 흘러왔는데 이제 이 모든 것들이 훨씬 더 격심해지고 있다.
2007~09년 사이의 금융위기 이후로 세계경제에 드리운 불균형과 위험요소들(risks)들은 정책 실수로 인해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금융 붕괴와 잇따른 경기침체가 노정한 구조적인 문제들을 치유하기 보다는 각국 정부들은 상황을 더 악화시켜 이제 또 다른 위기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제 그것이 시작되었고 위험요소들은 훨씬 더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중에 U자형의 일시적인 반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10가지의 불길하고 위험한 경향들로 인해 L자형의 대공황(Greater Depression)이 뒤따를 것이다.
첫 번째 경향은 적자와 그에 따른 위험요소들, 즉 부채와 채무 불이행이다. 코비드19에 대한 정책 대응은 이미 여러 국가들의 공공부채 수준이 너무 높아 지속 불가능한 지경에서 대규모의 재정적자(GDP의 10% 혹은 그 이상의)를 추가하게 된다. 더욱이 많은 가계와 기업들의 수입 감소는 민간부분 부채 또한 지속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대규모의 채무 불이행, 파산 사태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은 치솟는 공공부채와 함께 이번에는 10년 전의 경기 대침체(Great Recession) 때보다 회복이 더 무기력할 것임을 의미한다.
두 번째 요인은 선진국들의 인구구조 상 시한 폭탄이다. 코비드19 위기는 훨씬 더 많은 공공지출이 보건체제와 전국민적인 의료 보험에 투자되어야만 하며, 이와 관련된 공공재들이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출은 현재의 의료보험 및 사회보장체계에서 자금부족으로 생긴 부채의 규모를 더욱 확대하게 된다.
세 번째 이슈는 점증하는 디플레이션(deflation) 위험이다. 이번 위기로 인해 깊은 경기침체와 동시에 상품의 부족(가동되지 못하는 기계들과 공장)과 노동시장의 붕괴(대규모 실업)가 나타나고 있으며, 원유와 산업용 금속과 같은 커머더티(commodities)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이것은 부채디플레이션(debt deflation)*과 지급불능사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 경제 내의 부채(특히 기업들의) 수준이 높은 상태에서 경기 침체가 오면 채무자들에게 부채 상환 압력이 높아지고 이는 시중 통화량의 감소와 물가하락을 동반한 경기 하락을 강화시키게 됨. 이 과정에서 지급불능상태(부도 및 파산)에 이르는 기업과 가계들이 증가하게 됨.
네 번째 요인은 화폐 가치의 하락이 될 것이다. 중앙은행들이 디플레이션과 싸우고 대규모 부채에 따른 금리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 노력할수록 통화정책은 점점 더 전통적 원칙으로부터 멀어지고 갈 데까지 가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정부들이 공황과 디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 부채의 화폐화(정부 부채를 화폐 찍기로 방어-역자)를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반세계화와 새로운 보호주의로 인한 항상적인 공급부족(과 증발된 통화-역자)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다섯 번째 이슈는 디지털화에 따른 경제 파괴 현상이다. 수백, 수천만 명이 일자리를 잃거나 일을 하더라도 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21세기에는 소득과 부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 향후 공급망(supply-chain) 붕괴를 피하기 위해 선진국 기업들은 저임금 국가들로부터 그들의 생산 시설을 본국으로 옮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본국의 고용(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역자)을 늘리기보다는 자동화의 속도를 높이고, 이는 임금에 하향 압력으로 작용하고 포퓰리즘, 내셔날리즘, 외국인 혐오 등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이는 여섯 번째 요인, 반세계화(de-globalization)으로 연결된다. 이 팬데믹은 이미 진행되고 있던 발칸화와 분열을 향한 경향을 강화시키고 있다. 미국와 중국은 빠른 속도로 서로 멀어질 것이며, 대부분의 나라들은 세계적인 혼돈 속에서 자국의 기업들과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더 보호주의적인 정책들을 채택하게 될 것이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는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 기술, 데이터 및 정보의 흐름에 대한 보다 타이트한 통제가 특징이 될 것이다. 이것은 의약품, 의료장비, 식량 부분에서는 각국 정부들의 수출 통제나 기타의 방식으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후퇴는 이러한 경향을 강화시킬 것이다.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은 종종 경기 침체나 대규모 실업, 증가하는 불평등으로부터 수혜를 받기도 한다. 높아진 경제적 불안 속에서 외국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충동이 강화될 수 있다. 블루칼러 노동자들이나 광범위한 중산층들이 포퓰리즘적 선동, 특히 이민과 무역을 제한하자는 주장들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이는 여덟 번째 요인, 즉 미국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인(geostrategic) 긴장으로 연결된다. 트럼프 정부가 이 팬데믹과 관련하여 어떻게든 중국을 비난하려는 반면, 시진핑 정부는 미국이 중국의 평화적인 굴기를 방해하기 위해 음해공작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배가하게 될 것이다. 중-미 간 무역, 기술, 투자, 데이터, 통화정책 등에서 서로 분리되는 경향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나아가 이런 외교적인 분열은 미국와 그 라이벌들 -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인도, 북한 등- 사이에 새로운 냉전을 불러올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은밀한 사이버 전쟁이 심화될 것은 명백하고 심지어는 전통적인 군사충돌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산업들을 관리하고 팬데믹과 싸우는 데 있어서 기술이 핵심 무기이므로 미국 민간의 기술부문(tech sector)은 국가-정보-산업 복합체에 점점 더 통합되어갈 것이다.
무시될 수 없는 마지막 위험요소는 환경 파괴다. 코비드19가 보여준 바와 같이 이것은 금융위기보다 훨씬 심각한 경제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 반복되는 전염병들(1980년대의 HIV, 2003년의 사스, 2009년의 H1N1, 2011년의 메르스, 2014~16년의 에볼라 등)은 기후변화처럼 나쁜 건강 상태와 위생 기준, 자연의 남용, 세계화 속에서 증가한 상호 간의 연결 등과 같이 본질적으로 사람에 의해 초래된 재앙이다. 팬데믹과 기후변화로 인한 병적인 증상들은 점점 더 빈번하고 심각해지고 해가 갈수록 더 많은 비용부담을 발생시킬 것이다.
코비드19 이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 같은 열 가지 위험요소들은 이제 세계 경제를 10년간의 혼돈으로 휩쓸고 갈 대재앙(perfect storm)을 향해 기름을 붓고 있다. 기술과 더 역량있는 정치적 리더쉽이 이런 문제들을 감소, 해결, 또는 최소화하고, 더 포용적이고 협동적이며 안정적인 국제질서가 등장하는 것은 아마도 2030년대쯤일 것 같다. 그러나 해피엔딩은 우선 우리가 이 대공황(Greater Depression)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역자 박영태
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