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낮은 임금에
30년새 중산층 비율 `뚝`
미국 51.2% 한국 61.1%류영욱 기자입력 : 2019.04.11 17:35:34 수정 : 2019.04.11 22:55:38 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에서 경제 허리를 떠받치는 중산층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OECD는 `압박받은 중산층(Under Pressure : The Squeezed Middle Class)` 보고서를 발표하며 OECD 국가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OECD는 중산층이 치솟는 생활비와 낮은 임금상승률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이들 국가에서 선동에 능한 `포퓰리스트`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각 나라 중위 소득의 75~200% 수준인 가구를 중산층으로 잡았을 때 1980년대 중반 64%이던 OECD 중산층 비율이 점차 내려가 2010년대 중반에는 61%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각국 경제를 책임지는 중산층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 구조가 불안정해진다는 뜻이다.
멕시코는 중산층 비율이 44.9%로 OECD 35개 조사국 중 가장 낮았으며, 한국은 61.1%로 평균을 조금 웃돌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 비율은 30년 동안 4.3%포인트 줄어든 51.2%로 조사돼 35개국 중 멕시코와 칠레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그 밖에 독일(-5.0%포인트), 스페인(-3.7%포인트), 캐나다(-4.5%포인트) 등의 감소폭이 눈에 띄었다. 스웨덴(-7.4%포인트), 이스라엘(-6.7%포인트), 핀란드(-5.8%포인트) 등은 감소폭으로 상위를 차지했지만, 이들은 최근까지도 중산층 비율이 65.2~71.9%를 유지해 절대적 수치는 높았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오늘날 중산층은 암초가 많은 바다에 떠 있는 조각배 같다"고 비유했다.
OECD는 중산층의 경제적 위기가 정치적 불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브리엘라 라모스 OECD 사무총장 비서실장은 "중산층은 지난 30년간 경제 성장 혜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기존 사회경제적 구조가 불공평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기존 정치권에 환멸을 갖게 되고 반체제적 선택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몇 년간 보호주의, 국수주의,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포퓰리즘이 고개를 들게 됐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중산층 비율이 갈수록 악화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중산층에 진입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베이비붐 세대(1943~1964년생)는 10명 중 7명(68.4%)이 중산층이지만 그다음 세대인 X세대(1965~1982년생), 밀레니얼 세대(1983~2002년생)는 각각 63.7%, 60.3%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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