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Corona / 스콧 갤러웨이한예경 기자입력 : 2020.12.30 14:55:53 수정 : 2020.12.30 17:37:13 0
과연 `코로나`라는 세 글자 옆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2020년 한 해의 마지막 날까지도 코로나19를 걱정하게 될 줄 몰랐으니까.
그러고 보니 올해 `Books&Biz`코너에서 소개한 책 중에는 경제·경영 상황을 근심하는 서적이 많았다. 미·중 무역분쟁부터 환경 문제까지 죄다 걱정거리였다. 연초 `우한 폐렴`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백신에까지 다다랐지만 종착역은 여전히 멀어 보이기 때문일까.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치 상황이 불안정해서일까. 새해가 와도 걱정은 계속될 듯한데 이 와중에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코로나 이후)`라는 단어를 용기 있게 꺼내든 이가 있다.
기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갤러웨이 교수는 지난 11월 `Post Corona: From Crisis to Opportunity`라는 얇은 책을 내놨다. 아마존에 책을 내놓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돼 여태까지 이 분야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갤러웨이 교수는 브랜드·디지털 마케팅 분야 학자이면서 1997년부터 9개 기업을 창업하고 미국 최대 언론사 뉴욕타임스, 의류회사 어반아웃피터스 등 내로라하는 회사들의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 와중에 팟캐스트·유튜브·테드 강연도 하는데, 어느 하나도 빠지지 않고 모두 인기를 얻고 있어 놀라울 정도다. 갤러웨이 교수의 전작들 중 국내에 번역돼 소개된 저서 `The Four`(역서 `플랫폼 제국의 미래`) `The Algebra of Happiness`(역서 `스콧 교수의 인생 경제학`)도 잘 팔려서 국내 팬들도 상당하다.
`Post Corona`에서 갤러웨이 교수가 찾아낸 열쇠말은 `촉진제(accelerant)`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를 감히 상상해 보기로 한다. 모든 게 불확실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그건 세상이 코로나 덕분에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가 변화를 빠르게 하고, 유행에 가속도를 붙게 하는 어떤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 이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원격학습, 영상진료 등이 일상화된 오늘날 모습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코로나 이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갤러웨이 교수가 꼽은 두 가지 영역은 기술기업과 고등교육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미국 대통령의 양복점 `브룩스 브라더스`, 중산층 백화점 `JC페니`, 렌터카의 대명사 `허츠` 등 유명 브랜드들이 줄줄이 파산했다. 그동안 집중적으로 세력을 확장한 기업들은 4대 기술기업(구글·페이스북·아마존·애플)이다. 애플은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하는 데 42년이 걸렸지만 1조달러에서 2조달러로 몸집을 키우는 데는 불과 20주 걸렸다. 올 들어 코로나가 극성이던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무려 2배로 큰 것이다. 같은 기간 테슬라는 전 세계 어떤 자동차 회사보다도 큰 기업이 됐을 뿐만 아니라 시가총액 기준으로 도요타·다임러·혼다를 다 합친 것보다 더 커졌다.
갤러웨이 교수는 전작에서도 기술기업을 우려했지만 코로나라는 촉진제를 맞고 집중도를 높이고 있는 이들을 더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아마존은 처방약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온라인 약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물론 코로나 때문은 아니고 아마존이 기존에도 서비스하려고 개발 중이던 상품인데 코로나 덕분에 속도가 좀 빨라졌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속도라면 곧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음성서비스 알렉사가 보험을 추천하고, 개인의 건강정보를 아마존이 보유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게 저자의 우려다.
이 책에서 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은 대학과 대학원 교육에 관한 챕터다. 갤러웨이 교수 본인이 등록금 비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뉴욕대(NYU) 경영대학원 교수이기에 내용은 더욱 와닿는다. 그는 지난 40년간 미국 대학 등록금은 1400%가 올랐는데도, 미국 대학은 지금 코로나 직격탄을 맞고 휘청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여행업·외식업에 비해 대학이 더 빨리 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갤러웨이 교수는 본인 경험을 구구절절이 풀어놨다. 지난 가을학기에 코로나 때문에 대면수업이 어려워져 영상 프로그램 `줌(Zoom)`으로 수업하는 바람에 강의실 인원보다 2배 많은 280명이 참석하게 됐다. 이 학교는 수업 하나당 등록금이 7000달러 정도 하는데, 그럼 280명이 듣는 이 수업은 약 196만달러짜리가 된다. 온라인 수업이라 강의실 임차료 등 부대비용이 전혀 없지만, 그래도 10%쯤 든다고 가정해도 이익률은 90%다. 명품 에르메스·페라리·애플도 달성하지 못하는 영업이익률이라 학교는 좋겠지만, 결국 이 돈을 내고 다닐 학생들은 없다는 게 갤러웨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미 미국 상당수 상위권 대학들이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채권 발행에 나섰다. 갤러웨이 교수는 결국 코로나 이후 대학 붕괴를 막기 위해 교육 시스템 전체를 손봐야 한다고 본다. 가령 톱10 대학에서 교수들에 대한 과도한 임금이나 혜택을 줄이고, 불필요한 대학교육에 대한 거품을 막기 위해 기본적인 교육은 정부가 온라인으로 시켜주고, 기술기업과도 협업이 필요하다는 창의적인 제안이 수두룩하다.
마지막으로 책 중간에 있는 포스트 코로나 유망 기업 분석은 덤이다. 미국 주식 투자자들에게 갤러웨이 교수는 유니콘 기업의 헛소리를 찍어주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가령 `헬스클럽 업계의 플랫폼이 되겠다`는 기업의 보고서를 검토해 보고 `그냥 운동기계 파는 회사`라고 냉정하게 평가해주는 식이다. 공유오피스 기업으로 상장했던 위워크(WeWork)도 갤러웨이 교수의 독설을 맞고 쓰러졌다. 이 책에서 갤러웨이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여행업을 재정의할 기업으로 `카니발`을 꼽고 있고, 집콕족을 위한 침대보 등을 파는 `부룩린넨` 등 10여 개 기업이 눈여겨볼 만하다고 소개했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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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0/12/1335611/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0/12/1335611/
과연 `코로나`라는 세 글자 옆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2020년 한 해의 마지막 날까지도 코로나19를 걱정하게 될 줄 몰랐으니까.
그러고 보니 올해 `Books&Biz`코너에서 소개한 책 중에는 경제·경영 상황을 근심하는 서적이 많았다. 미·중 무역분쟁부터 환경 문제까지 죄다 걱정거리였다. 연초 `우한 폐렴`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백신에까지 다다랐지만 종착역은 여전히 멀어 보이기 때문일까.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치 상황이 불안정해서일까. 새해가 와도 걱정은 계속될 듯한데 이 와중에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코로나 이후)`라는 단어를 용기 있게 꺼내든 이가 있다.
기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갤러웨이 교수는 지난 11월 `Post Corona: From Crisis to Opportunity`라는 얇은 책을 내놨다. 아마존에 책을 내놓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돼 여태까지 이 분야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갤러웨이 교수는 브랜드·디지털 마케팅 분야 학자이면서 1997년부터 9개 기업을 창업하고 미국 최대 언론사 뉴욕타임스, 의류회사 어반아웃피터스 등 내로라하는 회사들의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 와중에 팟캐스트·유튜브·테드 강연도 하는데, 어느 하나도 빠지지 않고 모두 인기를 얻고 있어 놀라울 정도다. 갤러웨이 교수의 전작들 중 국내에 번역돼 소개된 저서 `The Four`(역서 `플랫폼 제국의 미래`) `The Algebra of Happiness`(역서 `스콧 교수의 인생 경제학`)도 잘 팔려서 국내 팬들도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