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03-25 23:30수정 2021-03-25 23:30
한국계 호주인 부부에게 인종차별적 폭언을 한 중년의 백인 여성. 제이 신 틱톡 갈무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영국 등지에서 동양인을 향한 증오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번엔 호주에서 한국계 부부가 인종차별적 폭언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24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한국계 호주인 제이 신 씨는 22일 오후 2시경 둘째 임신 19주차인 아내와 함께 서호주 퍼스 캐닝베일의 한 방사선 클리닉을 찾았다.
태아 초음파 검사를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이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건 그 다음이었다. 대각선에 앉아있던 중년의 백인 여성이 갑자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소리친 것이다.
신 씨는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는데 그 여자가 ‘내 엉덩이도 번역해보라’고 말했다”며 “인종차별적 폭언을 쏟아내더니 ‘너희 나라로 꺼져, 닙스’라고 했다”고 밝혔다. 닙(Nip)은 일본을 뜻하는 ‘Nippon’을 줄인 말로, 일본인을 폄하하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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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난 신 씨는 백인 여성에게 “우리한테 하는 소리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며 따져 물었다. 호주에서 나고 자란 교포 3세 신 씨는 “지금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했느냐. 나는 여기서 태어났다”고 맞섰다.
그러자 백인 여성은 신 씨에게 “나한테 소리 지르지 말라”며 되레 화를 냈다. 신 씨의 아내가 이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하면서 폭언은 잦아들었지만, 여성은 병원 관계자의 권유로 자리를 옮기면서도 끝까지 신 씨에게 “중국으로 꺼지라”고 중얼거렸다. 여성의 남편으로 보이는 백인 남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옆에서 멀뚱히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이후 신 씨는 “백인 여성이 진료실에 남편 없이 혼자 들어가야 했던 상황에 화가 나 우리한테 화풀이한 것 같다”며 “이런 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인종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들이 아닌 백인 부부를 호위한 병원 관계자들의 대처도 적절치 못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신 씨는 “17살 때 호주로 이민 온 이모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면 나만큼 잘 대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종차별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가해 여성을 다시 만난다면 교육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