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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May 19. 2021

뉴잉글랜드 프로비던스 여행 첫날 (2021/5/14)

2021. 5. 14 금요일 맑음


여행은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마음과 달리 현실은 무척이나 무겁다. 삶이 갈수록 복잡해지니 여행이 머나먼 우주처럼 멀기만 하는데 딸 덕분에 생에 처음으로 로드 아일랜드 프로비던스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미리 호텔과 기차표를 예약했다. 


차가 없으니 우리 가족은 늘 버스를 이용하곤 하는데 코로나로 프로비던스 가는 버스가 사라져 할 수 없이 기차표를 알아보았다. 코로나로 버스 스케줄이 변경되고 티켓값은 더 비싸고 이래저래 안 좋은 상황으로 변했다. 


평소 암트랙은 티켓이 비싸 이용하지도 않은데 딸이 구입한 티켓으로 처음으로 이용했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가슴이 뛰지만 출발 전날은 세탁을 하고 여행 가방을 챙겨야 하니 분주했다. 


3박 4일(5.14-17) 프로비던스 여행 첫날 금요일 새벽 4시에 깨어나 간단히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겨 택시를 불렀다. 새벽에 택시를 부르니 멀리 간 줄 알다 우리가 플러싱 지하철역에 가자고 하니 얼굴 표정이 어두워졌다. 우리도 부자라면 택시를 타고 맨해튼으로 갈 텐데 항상 지출에 대해 꼼꼼히 신경을 써야 하니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기사 표정을 보니 마음이 불편했고 대신 팁은  평소 서너 배를 주었다. 그제야 기사 얼굴이 환해졌다. 펜스테이션 역에서 아침 6시 55분 출발하는 암트랙을 이용하기 위해 새벽에 7호선을 타고 타임 스퀘어 역으로 가서 환승해 펜스테이션에 내려 암트랙 탑승하는 곳으로 가서 기다렸다. 바로 옆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빵을 사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기차는 예정시간대로 출발했고 아침에는 승객들이 많지 않아서 텅텅 비어 있어 편하고 좋았다. 기차가 달리는 동안 창밖 풍경을 보았다. 기차가 달리는 동안 요트 정박장이 자주자주 등장했다. 동부에 그리 많은 요트 정박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고 놀랐다. 또 묘지가 가끔씩 보였다. 힘들고 슬픈 일이 있으면 생각나는 묘지. 삶의 종착역은 묘지니까 매일매일 즐겁게 살아야 한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지만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야지. 


뉴잉글랜드에 속하는 보스턴은 자주 여행 가서 낯설지 않은데 로드 아일랜드 프로비던스 여행은 처음이었다. 이번 여행도 어디로 갈까 약간 망설이다 딸이 프로비던스로 가자고 제안했고 그때 뉴포트가 프로비던스에서 가까운 지역이란 것을 확인하고 딸의 제안에 동의했다.


보스턴 여행할 때마다 동부 최고 휴양지에 속하는 뉴포트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오두막을 짓고 살던 월든에 가고 싶었지만 보스턴에서 움직일 때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포기했다. 그런데 프로비던스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뉴포트에 갈 수 있다고 하니 가슴이 뛰었다. 


뉴욕에 이민 가방 몇 개 가져와 살기 시작한 지 꽤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명성 높은 월든에도 가지 못했다. 반대로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미국 여행해도 찾는 분들도 많은 월든. 여행객과 이민자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도 월든에 자주 방문하셨단 이야기를 들었다.


로드 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 기차역에는 10시 반 경 도착했다. 호텔은 대개 오후에 체크인을 할 수 있는데 딸이 예약한 르네상스 호텔은 기차역과 무척 가까워 좋았고 혹시나 하고 호텔 프런트 데스크에 가서 물었는데 객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오랫동안 기차를 타서 피로가 밀려와 호텔에서 잠시 휴식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숙소로 들어갔다. 


잠시 휴식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와 일식을 먹으러 갔는데 해프닝이 생겼다. 딸이 좋아하는 스파이시 연어와 스파이시 참치 요리도 주문했는데 맛이 기대와 달라 직원에게 말하니 "이게 바로 미국식입니다."라고 말했다. 서빙하는 젊은 청년은 중국인 같아 보였는데 우리 가족이 미국에 처음 온 여행객으로 착각했단 느낌을 받았다. 맨해튼에서 딸과 가끔 스시를 먹으로 가지만 프로비던스 일식 레스토랑 맛은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기대 이하였다. 


식사 경비도 항상 딸이 지불하는데 팁을 평소처럼 줄 수 없다고 말하는 딸. 스시 맛이 안 좋지만 만약 직원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기분이 아주 나쁘지 않았을 텐데 좀 심한 말을 했다. 아마도 직원이 아는 세상과 우리 가족이 아는 세상이 다른가 모르겠다. 



프로비던스 다운타운



딸의 입맛에 만족스럽지 않은 스시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지만 팁으로 먹고사는 청년 입장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 두 자녀를 먼저 밖으로 보내고 나서 현금으로 직원에게 팁을 주면서 우리 가족이 뉴욕에서 왔다고 말하며 뉴욕과 스시 맛이 많이 다르다고 말하며 다음부터 주의하라고 했다. 청년이 아는 스시는 분명 프로비던스가 전부일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러니까 그런 말을 했겠지. 참 잊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났다. 



해프닝이 일어났던 일식집, 예쁜 물고기 보니 오래전 우리 가족이 살던 수족관이 있는 아파트가 떠올랐다.



식사 후 택시를 타고 로저 윌리엄스 공원에 갔다. 생각보다 더 비싼 택시 비용도 역시 딸이 지불했다. 새벽에 깨어나 너무 피곤하니 시내버스 이용하기 힘들다는 말에 거부하기가 어려웠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자연사 박물관과 동물원에도 방문하면 좋을 텐데 충분하지 않았다.



프로비던스 로저 윌리엄스 공원 식물원

 


식물원도 오후 2-4시 사이 입장. 식물원을 둘러보았다. 아직 장미꽃이 피지 않고 많은 꽃들이 이미 진 시기라서 처음에 약간 실망스러웠는데 천천히 돌아보니 좋았다. 하늘로 먼길 떠나진 친정아버지가 키우던 군자란 꽃도 보아서 아버지 생각도 났다. 뜻밖에 앵무새 두 마리와 잉어 몇 마리도 보고 야생 토끼도 보고 미국 염소도 보았다.



프로비던스 여행 첫날 날씨가 예술이었다. 그러다 비가 내리기도 했지.


 회전목마 근처에는 하얀 백조 보트도 보였다. 잠시 아이스커피 마시며 휴식하는데 빗방울이 떨어져 다시 택시를 불러 다운타운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했다.







낯선 도시라서 어디서 식사를 할지 상당히 망설여지는데 항상 딸이 찾아준다.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저녁 삭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비던스에서 곤돌라 투어가 인기다. 



저녁 식사 후 미국 동부 명문 아이비리그 브라운 대학에 찾아가는데 강에서 곤돌라를 타는 사람들이 보여 베니스 추억에 잠겼다. 20년도 더 지났을까. 아름다운 베니스에 가서 스파게티도 먹고 구경하다 아들이 유리 제품을 깨뜨려 배상해주는 해프닝도 벌어졌고 예쁜 가면을 살지 말지 고민하다 결국 안 샀다. 



동부 명문 브라운대학 교정 



브라운 대학은 언덕에 세워져 있어서 추운 겨울날 어떻게 올라갈지 염려가 되었다. 생에 처음으로 프로비던스에 여행 가서 처음으로 브라운대학에 방문했다. 꽃 향기 가득한 오월의 저녁 시간 대학에서 산책하다 호텔로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긴긴 하루였다. 딸 덕분에 새로운 세상을 구경했다. 미국 여행은 호텔 경비와 교통비와 식사비가 꽤 든다. 그래서 늘 망설이게 된다. 뉴욕에 비해 무척 작은 도시 프로비던스는 깨끗하고 조용하지만 식사비와 호텔비는 저렴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이 머물던 르네상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주청사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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