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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May 19. 2021

뉴잉글랜드 뉴포트 여행 둘째 날(5/15)


202. 5. 15 토요일 맑음



오래도록 거닐고 싶은 뉴포트 클리프 워크 




커피와 빵과 샌드위치로 아침 식사를 했다.



생에 처음으로 미국 동부 최고 휴양지 뉴포트에 갈 예정인데도 늦잠을 잤다. 눈 뜨니 아침 8시가 지났다. 마음 같아선 새벽에 깨어나면 좋았을 텐데 전날 일정이 피곤했나 보다. 샤워를 하고 프로비던스 다운타운 카페로 가서 빵과 커피로 아침 식사를 하며 느긋한 아침을 즐겼다. 



프로비던스 다운타운 케네디 플라자에서 시내 버스 69번을 타면 뉴포트에 간다. 최소 1시간 반 내지 2시간 소요.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 잠시 휴식하고 뉴포트에 가려고 케네디 플라자를 향해서 걸었다. 시내버스 60번이 간다고. 그런데 어디서 교통 카드를 사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현금을 받는다고 하니 그냥 탑승했다. 뉴욕과 달리 시내버스 요금은 2불. 오래전에는 하루 무제한 카드가 6불이었다고. 참 좋은 세상이었네. 지금은 사라지고 없단다. 10불을 주니 현금 대신 4불이 남았다고 적힌 종이 쿠폰을 돌려주었다. 


시내버스 60번을 타고 달리는데 옆 자리에 앉은 백인 중년 남자는 월스트리트 저널을 수험생처럼 정독을 하며 메모를 하고 있어서 놀랐다. 1회용 파란색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버스 안 승객이 기침을 하자 갑자기 가방 안에서 뭔가 찾는 분위기였다. 뭘까 궁금했는데 1회용이 아닌 마스크였다. 코로나로 기침이 무서운 세상이 되었나 보다.



 낯선 지역 911이 딸과 날 구했다.


잠시 후 딸이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니 당황했다. 승용차가 아닌 시내버스 안이라서. 뉴포트에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그냥 내리자고 해서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예정에 없던 낯선 지역에 내려 화장실을 찾았다. 그러다 911로 들어갔다. 아들이 직원에게 급한데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냐고 물었다. 다행스럽게 딸과 내가 이용할 수 있었다. 동네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보이면 뭐라고 사 먹고 이용하고 싶은데 던킨 도넛은 보이나 화장실이 없는 듯 보였다. 아들과 말을 한 사람은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동부 보스턴에서 산 적도 있다고. 오래전 일본에 가서 일본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한 백인 남자였다. 


예정에 없던 이상한 스케줄이 되었다. 다시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시간만 넉넉하면 동네 구경도 하면 좋을 텐데 뉴포트에 가려니 마음이 급했다. 30분 정도 기다려 60번 시내버스를 타고 뉴포트에 갔다. 4불 남은 티켓을 넣었는데 기사가 돈을 더 내라고 했다. 그래서 트랜스퍼 안 되냐고 물었다. 뉴욕처럼 1회 트랜스퍼가 된다고 들어서. 그랬더니 기사가 2불은 안 내도 된다고. 내 마음은 4불 티켓도 그냥 돌려주면 좋겠는데. 왜냐면 트랜스퍼하면 돈을 낼 필요가 없으니까. 이렇듯 사람 마음이 다르다. 프로비던스 다운타운에서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화장실 이용하지 않았으면 30분 정도 더 빨리 도착했겠지. 



대학 시절 카페에서 자주 들은 내가 좋아한 노래 



뉴포트가 동부 최고 휴양지라고 들었지만 처음이었다. 뉴포트 포크 축제(Newport Folk Festival)와 재즈 축제가 열린다고 들어서 꼭 한 번 가 보고 싶은데 티켓이 엄청 비싸 눈을 감았다. 대학 시절 좋아하던 존 바에즈가 노래를 불렀던 축제. 그녀가 무명의 밥 딜런을 소개했단 글을 어디선가 읽었다. 둘은 연인 관계로 지내다 무명의 밥 딜런이 존 바에즈 보다 더 유명해지고 나중 헤어졌다.




뉴포트는 휴양지였다. 여행객들이 정말 많았다. 오월 중순 우리 가족만 방문한 줄 알았다. 우리는 딸 생일이라서 특별한 여행을 했는데... 2년 전에 방문한 동부 최고 휴양지 케이프 코드 프로빈스타운과 비슷한 분위기이지만 뉴포트가 여행객이 쉬어가기 더 편한 도시처럼 보였다. 프로빈스타운은 1년 내내 오픈한 게 아니라 한시적으로 오픈하고 교통이 무척 불편하다. 물론 비행기를 이용하면 편리할 텐데 서민들이 이용하긴 부담스럽다. 만약 미리 알았다면 프로비던스 호텔에 예약하지 않고 뉴포트 호텔에 예약했을 텐데 처음이라 몰랐다. 뉴포트 호텔에 머물러야 일출도 보고 일몰도 볼 텐데 아쉬웠다. 뉴포트 석양이 장관이라는데 다음으로 미뤘다. 



뉴포트 아이리시 펍/ 아들이 주문한 치킨 샌드위기가 말썽, 나쵸는 맛이 좋았다.



레스토랑도 상점도 무척이나 많고 여행객들도 많아서 인기 많은 레스토랑은 기다려야 한다고. 그래서 아이리시 펍에 들어갔는데 하필 아들이 주문한 치킨 샌드위치가 말썽이었다. 닭고기가 익지 않아서 먹을 수 없는데 직원에게 말해도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맨해튼과 너무 다른 분위기라고 아들이 말했다. 맨해튼은 요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원이 새로 준비한다고 하는데. 딸이 주문한 나쵸도 내가 가장 맛있게 먹고 나왔다. 



뉴포트 귀족들 여름 별장, 맨 위 밴더빌트가의 브레이커스 맨션(The Breakers)



원래는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변경했다. 꼭 보고 싶은 것이 클리프 워크였다. 

미국 귀족들 별장(궁전)이 세워진 근처 바닷가 전망이 아름다운 해안가 산책로를 걸어보고 싶었다. 구글 맵을 보고 따라서 찾아갔다. 우리 가족만 방문한 줄 알았는데 무척이나 복잡했다. 귀족들 별장은 유료 티켓. 산책로는 무료. 우린 그냥 산책로를 따라 거닐었다. 하얀 백로 한 마리가 우릴 환영했다. 뉴욕에서 기차를 타고 프로비던스로 향해 달릴 때도 멀리서 백로 몇 마리를 보아서 기분이 좋았는데 다시 보았다. 파도 소리도 얼마나 듣기 좋은지. 



로또 당첨되면 나도 뉴포트에 별장 마련해야겠다.



하늘빛도 예뻐 한국 제주도가 떠올랐다. 해와 여행을 하다 보니 제주도가 아름다운 섬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뉴포트는 요트도 많고 귀족들 별장도 있고 세계적인 박물관 등이 있어서 약간 다르지만. 뉴포트에서 페리를 타고 아름다운 석양을 보면 좋겠는데 이미 매진! 그만큼 여행객들이 많다. 


해안가 산책로를 걷다 시내버스 승강장으로 향해 걷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급했다. 공중 화장실이 없으니 문제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 피자가게로 들어가 생수 두 병을 사고 화장실을 이용했다. 이미 배가 불러 피자를 사면 먹을 없으니까 대신 폴란드 생수를 샀다.



뉴포트



뉴포트에서 며칠 머문다면 페리를 타고 구경하고 싶은 섬들도 많은데 아쉬운 마음으로 떠났다. 

뉴포트 International Tennis Hall of Fame에 방문하려다 그냥 포기했다. 지금은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가 뉴욕 플러싱에서 열리는데 미국 첫 경기(1881)가 뉴포트에서 열렸단다. 테니스 역사도 정말 깊다. 19세기 도금 시대다. 오래오래 전 메트 뮤지엄에서 뉴포트 테니스 그림이 걸려 의아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뉴포트에서 놀다 프로비던스로 돌아올 때는 딸이 우버 택시를 불렀다. 생각보다 더 저렴했다. 시내버스를 타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택시는 역시 빨랐다. 평소 택시비가 비싸 이용하지 않은데 정말 멋진 선택이었다.




역시 한식이 최고야. 음식맛이 좋았다.



호텔로 돌아와 잠시 휴식하다 저녁은 한식을 먹으러 다운타운에 갔다. 물컵과 반찬 그릇을 플라스틱을 이용하니 기분이 안 좋았는데 음식은 좋았다. 


뜻하지 않은 해프닝도 있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멋진 하루를 보냈다.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뉴포트 호텔에서 머물면서 페리를 타고 섬도 구경하고 귀족들 별장도 구경하고 박물관도 방문하고 와이너리와 스위스 마을 등에도 방문해도 좋을 거 같다. 






식사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야경을 보았다.





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여행 경비 전체를 딸이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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