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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의별짓 Jan 21. 2024

그래, 나 T발 C다!

시시콜콜한 이야기 마저 공감하기 바라는 F들에게

공감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공감력이 없진 않다. 단지, 그날의 컨디션과 대화 내용에 따라 반응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그놈의 MBTI가 뭔지, 최근 내게 '학습된 공감력'이란 수식어가 생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를 학습된 공감력이라 말하는 F의 말에 공감하기 어렵다. 나도 상대방의 기쁨과 즐거움, 슬픔과 노함을 느끼며 공감한다. 물론 반응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남아 여행 후, 얼굴이 탔다는 당신에게 '선크림 잘 바르고 다녀라'라는 말 외, 어떤 말을 더 할 수 있단 말인가?. 시시콜콜한 F들의 이야기에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 공감력이 싸잡아 평가받는 건, 너무 억울하다. 


흔히 T와 F를 결과주의적 사고(사고형)냐, 과정주의적 사고(감정형)냐에 따라 구분한다. 대표적으로 접촉사고가 났다는 친구의 말에 T는 "보험회사에 연락했어?"라고 얘기하며, F는 "괜찮아? 어디 다친데 없어?"라고 얘기한다고 한다.


결국, 벌어진 상황에 얼마나 감정적으로 공감하냐의 차이인 셈인데, 쌉T인 난 이해가 잘 안 된다. T가 말하는 "보험회사에 연락했어?"에는 "괜찮아? 다친덴 없어?"도 포함되어 있다. 단지 순간, 조금 합리적인 방법이 먼저 나왔을 뿐이다. 접촉사고 난 친구를 어느 누가 걱정을 안 하겠냐?. 뭐, 이런 변명(?)을 늘어놓으면, 다수의 F친구들은 "누가 보험회사에 연락하는 모르냐? 그냥 상황을 공감해 달라는 거잖아!"라고 말한다. 


어렵다. 걱정하는 마음의 크기는 다르지 않은데, 어떻게 표현하냐에 따라 마음의 크기가 달라지니 말이다. 이들의 말을 100% 이해할 순 없지만, 말이란 것이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의도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까지 난 F의 감정선을 이해하고 대답하고자 노력했다. 덕분에 어느 정도 공감 대화 스킬도 생겼다. 하지만 여기까지 였나 보다. 


모든 대화가 기-승-전-MBTI가 되어버린 요즘, F의 찬양론 속, T를 향한 무자비한 공감력 공격(?)에 내 이성의 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버스에서 벌어진 일', '오늘 입은 의상', '식당에서 주문하다 생긴 일', '모바일 게임하다 생긴 일' 너무나도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어찌 다 공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한두 번은 맞춰줄 수 있다. 하지만. 그 빈도가 높아질수록 T는 지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지쳐버린 T가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이면, 감정 과잉이 된 F는 '학습된 공감력'이라며 T의 공감력을 공격한다.


이쯤에서 F들에게 묻고 싶다. 그대들이 말하는 공감력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공감력이란 명분하에 본인들이 원하는 감정 동요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공감 능력이 장점이라 말하면서 T의 감정선엔 왜 공감하려 하지 않은가?.


MBTI가 유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T의 공감력이 싸잡아 평가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MBTI 명분뒤에 숨어 본인의 감정과잉이 당연하진 F들에게 T는 무조건적 공감만을 강요받고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하면, 억울한 F들도 분명 있겠지만, 적어도 쌉T인 내가 최근 경험한 다수의 F들은 장난 반 진담 반 그러하다.  


사람은 다르다. 생김새도, 성향도, 살아온 환경도, 추구하는 삶도 말이다. T라고 해서 모두가 공감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F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공감력을 가졌다고 할 순 없다. 따라서, 서로의 다름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느냐에 따라 공감의 깊이는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마지막 이성의 끈을 붙잡고 F들에게 부탁한다. 본인의 감정을 공감해 주길 바라는 만큼, T의 언어를 이해하고 배려해 주라. 그리고 T의 노력을 학습된 공감력이라고 놀리지 말아 달라. 계속되는 놀림 속에 빡친 T!  돌아서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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