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갈수록 감정이 간소해진다. 평온한 상태 유지를 위한 노력도 있지만, 긴 세월 쌓인 경험치로 무뎌진 것도 있다. 그런 내가 실로 오랜만에 여행의 설렘을 제대로 만끽한 곳이 있었으니, 부산에서 배로 약 1시간 내외면 도착하는 일본 대마도다!
대마도행 결정 이유는 '배를 타고 1시간이면 갈 수 있다고?'라는 호기심이었다. '해외여행=비행기'라는 불변의 공식이 깨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설렜다. 실제 KTX와 배편 예약을 할 때는 국내 섬 여행을 알아보는 것 같은 기분이라 여권의 필요성도 잊어버렸다.
대마도 출발 당일, 오전 일찍 서울에서 출발해 11시 30분경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30명 안팎의 여행객들로 터미널은 한산했다. 키오스크로 티겟을 발권하니, 직원이 입국신고서와 세관신고서를 주었다.
"나 진짜 일본 가는 거야?"
승선 이후, 나의 설렘은 점점 증폭되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배로 바뀌었을 뿐인데, 도착할 때까지 휴대폰 인터넷 검색이 된다거나, 귀 먹먹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 비행기와 배의 사소한 차이점 하나까지도 나에게 생소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하선과 함께 나의 설렘은 절정에 다 달았다.
보통 비행기로 외국에 도착하면 그 나라 공항이 첫 풍경이다. 그러다 보니 도착했다는 기쁨 잠깐, 제대로 된 그 나라의 도시의 모습을 보기까지 적어도 1~2시간의 인내가 필요하다. 근데, 대마도 배 여행은 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탁 틔인 대마도의 산맥과 바다, 그리고 옹기종기 모인 마을의 풍경이 눈앞에 바로 펼쳐졌다. 내가 한 건 KTX 타고 부산에서 배 탄 것뿐인데, 마치 한국에서 일본으로 순간 이동한 것 같았다.
"나 진짜 일본에 왔구나!!!!"
액티비티 관점에서 본다면 대마도는 굉장히 심심한 곳이다. 본섬과 거리도 있고, 대부분 산지로 이루어진 섬 마을이라 주민수도 매우 적다. 그래서 일본 내에서도 존재감 없는 촌동네라 한다. 이런 도시에서 폭풍우처럼 쏟아지는 설렘을 느끼다니, 이건 분명 이동의 생소함이 준 선물이었다.
호텔로 이동하기 전, 식사도 할 겸 터미널 라커에 짐을 맡기고 동네 구경에 나섰다. 터미널 주변이 가장 번화가라 들었는데, 워낙 작은 시골마을이라 30분 내외면 다 둘러볼 수 있었다. 마침 우리가 방문했던 시기가 일본 휴일기간이랑 겹쳐 쉬는 가게도 많았다. 그러면 좀 어떠하리?. 마치 순간 이동 한 것 같은 설렘의 감정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오히려 현장에서 부딪히면 찾아가는 재미가 더해져 텐션은 더욱 높아졌고, 나의 이 기분은 2박 3일 여행기간 동안 계속 이어졌다.
대마도는 워낙에 작은 시골마을이다 보니, 주로 낚시나 마트쇼핑을 위해 많이 온다고 한다. 낚시도 마트쇼핑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게 좋은 여행지는 아니었다 특히, 대마도 교통수단이 버스, 자전거, 택시, 렌트뿐인데, 버스도 1대뿐이고, 하루 몇 번 정해진 시간만 순환운행하는 정도고, 택시는 순환콜택시처럼 운영되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전지훈련 온 것처럼 자전거 페달만 미친 듯 밟아야 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보여행자인 내가 선뜻 선택할 장소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런 곳이었는데, 배 타고 1시간이면 갈 수 있다는 호기심으로 시작해 정말 오랜만에 수십 년 전 첫 여행 떠났던 그때의 설렘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변화를 못하면 변주를 하라고 하지 않던가?.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대마도 배 여행 추천한다. 나와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지만, 적어도 생소함을 느낄 수 있을 거다. 그 생소함이 설렘이 되는 순간은 찰나니까.
대마도 여행, 여운이 오래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