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alarms and no surprises…
20대 초,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곡은 ‘No Surprises’였다. 자장가처럼 조용한 리듬 위에, 피곤한 듯한 톰 요크의 목소리가 천천히 얹혀 들려올 때면 어느새 정신이 멍해지곤 했다.
그러나 가사에는 전혀 다른 정서가 담겨 있다. 삶에 대한 회의감, 마지막 발악에 대한 통보, 그리고 놀람 없는 삶을 향한 갈망이 그것이다. 나른한 그의 목소리를 통해 이런 가사를 전하는 화자는, 어쩌면 조용히 내뱉는 마지막 비명을 남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이 힘들어질 때면, 누구나 손쉬운 해결책이나 탈출구를 찾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극단적인 선택에는 언제나 후회가 따르며, 마음이 바뀌었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해 있곤 하다. 노래의 도입부에서 ‘일산화탄소와의 악수’를 반기던 화자는, 곡이 끝나갈 무렵에는 반복적으로 외쳐오던 ‘경보 없고 놀람 없는 삶’의 뒤편에서 마침내 ‘날 내보내줘!’라고 절규하는 목소리를 드러낸다. 그가 바라던 고요함이 결국 그를 소리 지르게 만든 것이다.
그렇기에 노래의 뮤직 비디오에서도 가사와 역행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톰 요크가 물이 차오르는 탱크 안에 머리를 넣어 질식하기 직전까지 기다리는 모습이 나오고, 물이 빠지자 안도의 표정을 짓는다. 노래 가사에서 원하는 조용한 죽음을 경험하고 나서야 깨달음을 얻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게 아닐까 싶다.
나는 삶의 리듬에 따라 흔들리는 편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하루의 기분이 밀물처럼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찼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평온을 되찾는 순간이 반복된다. 힘들 때는 ‘고요한 삶’을 갈망하고, 평온할때는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게 된다. 결국 나는 언제나 지금과는 다른 무언가를 좇고 있는 셈이다.
그런 내 감정의 흐름을 조절하고 균형을 맞추는 일.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삶을 지속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이 노래는 나에게 여러모로 깊은 영향을 주었다. 힘든 시기에는 화자의 고통과 절망 속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그가 맞이한 비극을 반복하지 말라는 조용한 경고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평온한 시기에는, 안락함 속에서 무기력과 타협하려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며, 다시금 긴장감과 열정을 되새기게 만든다. 대부분의 노래가 공감을 통해 위로를 건넨다면, 이 곡은 오히려 괴리감을 자극함으로써 나를 경계하게 만들고, 방향을 재정비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No Surprises’는 편안함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무기력과 그 이면의 위험을 조용히 경고하는 노래다. 삶이 버거울 때는 공감으로, 평온할 때는 경계심으로 내게 작동하며, 나는 그 사이에서 스스로를 조율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그렇게 이 노래는 내 삶의 리듬을 지탱해 주는 배경음처럼 늘 곁에 있다.